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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5. 2017

녹터널 애니멀스

복수의 강렬함에 담긴 메시지

녹터널 애니멀스는 영화 속 수잔이라는 여성이 가진 별명이다. 물질적인 것을 가질 수 있는 길과 가질 수 없는 길이 있다. 전자는 행복하지 않을뿐더러 무미건조하다. 후자는 행복할 수도 있지만 우아하지는 못하다. 물질만능사회에서 문명인은 다른 사람과 끊임없이 비교한다... 아니 당한다. 수잔은 경제적인 여유를 위해 사랑보다는 이성을 선택하지만 그 결혼생활은 무미건조하고 행복하지는 않다. 그러던 중 전남편 데이비드가 보내온 책을 받는다. 작가인 그는 가난하면서 필력을 의심하는 수잔으로 인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았던 사람이다. 


데이비드는 이혼 후에 그녀와 다시 만난 적은 없지만 그의 방식대로 그녀에게 복수의 강렬함이 담김 메시지를 던진다. 책 한 권은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수잔의 삶에 큰 반향을 일으키게 만든다. 그녀가 느끼지 못한 삶의 거친 면과 삶의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그냥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살아가고 싶었던 그녀의 마음의 균열을 일으킨 것은 데이비드만의 다른 복수 방식이었던 것이다. 



영화의 도입부는 상당히 강렬하다. 아름다운 춤을 추는 가녀린 무희가 아니라 거대한 몸집의 여자가 전라로 춤을 추는데 마치 미약에 취해있는 것처럼 즐거워 보인다. 그러나 관장인 그녀는 깔끔한 옷을 입었지만 표정은 즐겁지 못하다. 인생의 환희와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어머니의 삶을 그대로 이어가는 그녀의 모습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소설 속의 토미는 매우 유약한 캐릭터다. 길거리의 무도한 이들에게 하이재킹을 당하고 아내와 딸을 무기력하게 잃어버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 한 몸조차 어떻게 하지 못하는 유약함이 소설 속에서 그려진다. 마치 수잔과 함께 있을 때 무기력했던 데이비드가 연상이 된다. 그녀에게 공격당하고 모욕당하면서 소설을 계속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 그의 삶 속에 유약함이 배어 있다. 수잔은 그가 보내준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데이비드와 소설 속 토미의 이미지를 교차하면서 과거를 연상한다. 

그녀는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나약하다고 말했으며 소설 속 토미의 아내와 딸을 죽인 범인 역시 총 하나 제대로 쏘지 못하는 그에게 나약하다고 비웃는다. 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쏠 줄 모르는 남자 그리고 그 분노를 폭발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며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총을 쏜다. 수잔과 다른 이들의 가해 방식은 사람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언제 했는지 언제 그런 약속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대로 그 의미를 퇴색시켜 버린다. 피해자는 어떨까. 영화 속에서는 불행하게 모든 것을 기억한다. 

소설 속의 형사 안데스는 합리적이지도 않으면서 폭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토니에게 더 깊은 상처를 입히고 그를 돌아올 수 없는 마지막 길로 이끈다. 그가 스스로 겪었던 끔찍한 일을 다시 생각하고 다시 되새기게 하면서 그의 아픔을 파고 들어간다. 소설 속의 토니는 데이비드에게 수잔이 가한 가혹한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고 보여주는 그런 존재다. 

정적이 있는 공간에서 수잔은 천천히 녹터널 애니멀스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옛사랑을 되살렸지만 에드워드가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까. 복수의 강렬함에 담긴 메시지는 물리적인 것보다 책 속의 글로 더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라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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