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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14. 2024

안현모로 보는 이혼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 결혼

이혼하고 나서야 알게 된 언론인이라고 해야 하나 예능인이라고 해야 하나 안현모라는 사람이 있다. 강력사건등을 취급하는 방송에 나오긴 하는데 진행도 그럭저럭 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데도 무난한 진행을 하는 안현모는 최근에 이혼을 했다고 한다. 여러 방송에서 자신의 결혼과 이혼에 대해 실패라고 언급까지 했지만 덤덤하게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을 보고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해 준다. 그녀 역시 이혼이 힘들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가벼웠는지를 스스로 돌아보는 듯하다. 


안현모는 좋은 부모님에서 세상 걱정 없을 만큼 교육을 받으면서 괜찮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석사까지 했다. 국내 3대 방송사 중 하나에 취직해서 기자 및 앵커로 활동하면서 나름의 커리어도 잘 쌓았다. 살아왔던 환경이 좋았던 것도 있었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모두 결혼해서 잘 사는 사람들만 보였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자신도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은 당연한 결과로 귀결을 했었다. 사람들은 결혼을 하면서 그것이 이혼으로 이어지라고 생각하고 결혼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는 것은 정확하고 예측이 가능할 것이라고 착각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착각이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깨지더라도 그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혼으로 가는 과정은 사람마다 인내의 정도는 다르겠지만 그걸 어쩔 수 없이 인정하는 시간 속에 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촉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하며 어떤 사람은 상대의 말을 신뢰했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보고 싶은 것만 보았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했다. 결혼이라는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전형적인 동상이몽이다. 한자리에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꾸는 것이 결혼이다. 

안현모는 태어나서 살아오면서 실패라고 말할 수 있는 경험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모든 길을 부모가 열어주었고 사회에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은 길을 걷다가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혼이라는 것을 맞닥뜨렸다고 한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성의 좋은 면을 보고 결혼하고 그 좋은 면으로 인해 이혼을 한다. 즉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혼을 하고 보니 단점으로 부각이 되는 것이다. 자신이 사람을 보는 기준이 달라진 것을 몰랐던 것이다. 결혼을 한 이유가 이혼을 하는 이유가 된다. 물론 사기나 기만 혹은 거짓으로 점철된 사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떤 어떤 조건이나 약속에 의해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그 조건이나 약속이 사라진 순간 서로를 결속하는 것들도 사라진다는 의미다. 그리고 남은 것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을 견뎌내고 홀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그런 보는 눈이 싫기 때문에 어떻게든 간에 견뎌내던지의 과정을 거친다. 남들이 보는 눈이나 가족 간의 충돌 같은 것을 생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어차피 갈라서게 된다. 안현모가 어떤 결혼생활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TV에서는 그럴듯하게 나온 것을 보인다. 그렇지만 그녀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선택을 되돌리게 되었다. 


다른 연예인들과 달리 자신의 처지를 확대생산하고 다시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등의 뻔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덤덤하게 처신하는 것을 보고 안현모가 약간 궁금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불행하게 보이기를 원하지 않는다. 불행하게 보이는 사람을 보고 사람들은 자신이 괜찮음을 확인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신이 생각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며 이상하게 안도하고 좋아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하나의 자산이기도 한 연예인은 더 그 이미지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혼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물론 상대방이 약속한 것도 있고 지키지 않은 것도 있으며 없는 것을 있다고 했으며 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했던 것도 있을 것이다. 아니 어떤 것들을 살다 보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꼬인 것들이 있어서 상황이 좋아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 

안현모는 가장 중요한 결정이 결혼이었다는 것에 대해 이제야 알았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했다. 학교 진학, 직업 선택 등도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이 살아가야 될 사람이다. 부모는 선택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선택된 것이다. 살면서 가장 중요하면서 큰 영향을 미치는 선택은 결혼과 출산이다. 결혼과 출산하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옛날방식으로 판단하고 살아가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세상 살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아는 신중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생각하는 방식 자체가 변한 사람들에게 옛날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해 본들 흐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한 변화는 결혼과 이혼을 바라보는 생각과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잘 산다는 기준은 모두 다르겠지만 보편적으로 잘 산다는 기준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정신적인 것과 충만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물질적인 것이 하나가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10개를 원하면 만족이 될 수가 없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오면서 채워진 것과 결핍된 것이 있다. 안현모 역시 부족한 것이 없이 살았지만 자신의 선택뒤에 따라오게 될 타인의 결핍을 알지 못했다. 


자신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대체적으로 의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불만이나 불평이 있어도 스스로가 체화를 하게 된다. 문제는 자신이 컨트롤할 수 없는 상대다. 자신의 배우자나 가족, 자식은 의식, 육체, 행동방식이 모두 동떨어진 타인이다. 그들이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에 가깝다. 그 망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면서 상대를 원하는 모습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자신은 원하는 모습이 되어본 경험도 없는 사람이 상대를 그렇게 만들 수가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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