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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중앙시장과 통영의 누구나 걷기 편한 길
사람은 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팔면서 살아간다. 파는 것은 보이는 것도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있으며 비싼 것도 있고 저렴한 것도 있다. 자신이 해보지 못했던 경험을 위해서 유형무형으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이 나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불한다. 가장 대중적인 경험이 바로 여행과 관련된 경험이다. 전국에 핫하다는 여행지는 바로 그 경험이 SNS에 넘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위해 TV나 스마트폰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그 경험을 직접 하려는 사람들은 떠난다.
통영하면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골목길로 서피랑과 동피랑이 있지만 요즘에는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터, 지역 관광지로 경험을 파는 전통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경품행사, 축제 등은 기존 시장의 접근법이었다면 경험을 파는 것은 무엇보다도 효과적이면서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는 방법이다.
통영의 시장은 보통 아침에서 저녁 이른 시간까지 경험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통영의 중앙시장이나 서호시장에 해산물이 싱싱한 것은 이곳을 방문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후보지 13곳 중에 통영시가 포함이 되어 있다. 통영시는 조선 시대 삼도수군 통제영의 12 공방을 중심으로 '문화도시'를 만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한다. 통영의 12공방(선자방, 입자방, 총방, 상자방, 화원방, 소목방, 야장방, 주석방, 은방, 칠방, 동개방, 안자방, 패부방, 주피방등)은 통영이 가진 자원이기도 하지만 그걸 어떻게 보여주느냐는 경험을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3개 도시의 추진 실적을 심사해 올해 말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최종 지정하게 되는데 지정된 문화도시에는 3년 동안 국비 100억 원을 포함해 최대 200억 원이 지원된다.
사진은 멈추어 있지만 글은 살아있을 수 있다. 사진을 보는 눈은 단편적일 수 있지만 글은 다차원적으로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굳이 그림에 비교하자면 사진은 정물화에 가깝고 글은 추상화에 가깝다. 통영의 꿀빵을 먹는 것은 단편적인 것이지만 그 꿀빵을 어디서 먹고 어떻게 걷느냐에 따라 그 꿀빵의 가치가 달라지게 된다.
통영중앙시장에서 아래쪽으로 더 내려와서 충무교를 건너면 통영의 걷기 좋은 길로 누구나 걷기 편한 길이 있다. 거리는 약 2.2km정도 되는데 말 그대로 편한길이다. 수변산책로 등대 앞에서 출발해서 솔섬과 어린이교통안전센터를 돌아서 다시 돌아오는 구간이다. 가는 길에는 통영운하가 옆에서 흐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모두의 경험이라는 상점을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 물론 이 경험은 다른 형태로 소비되고 있다. 그렇지만 진짜 경험을 잘 팔 수 있는 것은 쉽지가 않은 일이다. 동영상은 경험을 파는 것이 아니라 한 가지 형태로 소비하게 만들어서 한계가 있다. 통영우체국에선 청마 유치환이 시조 시인 이영도에게 연서를 보냈고, 바로 옆 작업실에선 시인 김춘수, 화가 전혁림, 작곡가 윤이상이 모여앉아 예술을 논하기도 했었다. 잠시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파도 소리가 걷는 내내 따라 붙는다.
바다 위로 만들어진 육지(통영 시내)와 섬(미륵도)을 연결하는 다리(충무교)에는 자동차가 다니는 통영운하는 하늘과 바다와 바닷속이 하나로 이어진 한국 유일의 3중 교통로를 가진 곳이다. 한산대첩 때에 이순신 장군의 수군에게 쫓긴 왜선들이 좁은 목으로 도망쳐 들어왔다가 퇴로가 막히자 땅을 파헤치고 물길을 헤쳐 도망친 이곳을 판데목이라고 부르고 있다. 저 아래로는 통영의 해저터널이 있어서 걸어서 건너갈 수가 있다.
걸어서 시작해서 걸어서 돌아온다. 여행이라는 것은 모두 이렇게 순환이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워질 수가 있다. 이곳에서는 해가 지고 나면 통영대교 주변에 경관 조명이 켜지면서 형형색색의 빛이 밤바다와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강구안이라고 부르는 것은 개울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입구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고성반도에서 한층 허리가 잘리어져 부챗살처럼 퍼진 통영 … 고깃배, 장배가 밀려오는 갯문가, 둥그스름한 항만” - 박경리 김양국의 딸들
사람들은 여행이라고 하면 최대한 멀리 떠나고 축척된 돈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라도 다녀와야 무언가 여행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생각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의 만족은 큰 것이 아니라 빈도에 있다. 빈도가 많았지만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지게 된다.
누가 어떤 여행을 경험하는가는 여행 콘텐츠의 소비로 이어지게 된다. 어떻게 경험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TV등에서 많이 나왔던 곳을 가고 연예인들이 방문했던 곳을 가보게 된다. 여행 시나리오는 자신이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지만 많은 것을 간접경험함으로써 자신만의 시나리오를 만들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경험은 소비하기도 하지만 팔 수도 있는 상품도 된다. 머리속에서 연결되는 경험은 사람몸의 실핏줄처럼 연결될 때 더 빛이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