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닌 풍경

구름 같은 기암괴석 속에 피어난 풍경 속의 함양 거연정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것만을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보이는 것의 아래에는 더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 수 있다. 홀로 있을 것만 같은 사시나무는 거대한 원뿌리의 일부를 이루며 큰 생명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유타주에 가면 판도(Pando)라는 불리는 사시나무 군락은 무려 43만 제곱미터의 넓이를 자랑하며 거대한 원뿌리에서 뻗어 나온 나무들 중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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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은 자신만의 사시나무 숲을 가꾸는 것이라고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하나의 나무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뿌리를 만드는 것은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무와 풍경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함양의 거연정이라는 정자를 찾아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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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아래 함양으로 출발을 하였다. 옛 안의(安義) 3동의 하나인 화림동 계곡으로서, 농월정과 용유담, 그리고 거연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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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건축이었으나 이후 화재와 훼철 등으로 예전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고, 19세기말에 재건축한 누정이기는 하지만 전통 건축물로서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선조들의 풍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비가 내린 덕분에 이곳의 풍경은 동적이면서 더 에너지가 넘치는 느낌을 받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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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이곳에서 물놀이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이 주변에는 물놀이를 하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눈에 뜨이는 것으로 보아서 아무 곳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자연 바위를 그대로 이용하고 주변 경관으로 물과 소나무를 조화시킨 건축기법이 거연정이라는 정자가 자리한 지역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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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 청암정과 석천계곡이 있는 유곡마을은 1380년 충재(沖齋) 권벌의 선조가 처음 개척한 곳으로 알려졌으나 권벌이 중종 15년인 1520년 터를 잡은 곳으로 파악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선비문화탐방로 2개 구간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화림동계곡의 백미인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과 농월정을 잇는 1구간(약 6㎞)이 인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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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비 온 뒤에 맑음은 아니었지만 마음만큼은 맑음에 이른 날이다. 자연과 세월이 만들어놓은 바위의 사이로 세차가 흘러내려오는 물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이 변한다는 것을 다시 보게 만든다. 공자가 산도 좋고 물도 좋지만 산보다 물이 더 좋다는 말이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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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의 함양이 경상북도의 안동보다 더 많은 볼거리가 있다는 것을 보니 역시 계속 살펴봐야 무엇이 바뀌는지 중요한지 알 수 있다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있게 된다. 경남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 두 명산이 걸쳐 있는 곳이다. 덕유산의 포근함과 지리산의 깊숙함을 같이 가지고 있는 곳이다. 왕에게 현판을 하사 받은 사액서원인 남계서원을 비롯해 서원이 13개나 있으며 영남 유생들이 덕유산 60령을 넘기 전 지나야 했던 길목으로 예쁜 정자와 시원한 너럭바위가 많아 예부터 '팔담팔정(八潭八亭 8개의 못과 8개 정자)'으로 불렀던 화림동 계곡은 빼놓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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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었을 때 할 수 있는 신체적인 능력은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결정적 지능 곡선은 상승 곡선을 그린다고 한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이 많은 만큼 사시나무의 거대한 뿌리를 가지고 새로운 모습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신체적 기능의 곡선은 어차피 하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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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선비들이 머무르면서 이곳에서 솔송주를 한잔 마시며 좋은 때를 보내지 않았을까. 문득 이곳에서 솔송주가 한 잔 마시고 싶어졌다. 사람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쌓아온 지식을 활용하는 결정성 지능은 40대부터 생긴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지금까지의 지식과 아이디어들이 무엇을 의미하고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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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져 있어도 떨어져 있지 않으며 기암괴석의 사이사이를 흘러내려오는 물길을 보면서 혼자가 아닌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양의 거연정에서 거연(居然)은 뜻밖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뜻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풍경 속에 오롯이 놓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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