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의 가항종점(可港終點)의 화개장터에서 만난 사람과 꽃
십리를 이어가는 곳에 화사하게 피어나는 벚꽃을 매년 보아왔는데 올해는 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 덕분에 벚꽃이 피어날 시간이 잠시 늦추었다. 잠시 피는 벚꽃이기에 1주, 2주 차이는 보이는 풍광에 큰 차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조금 늦게 방문한 덕분에 피어난 꽃들을 하동군 화개장터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1천2백여 그루의 벚나무 가운데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나무가 눈에 뜨이기 시작하고 있다. 올해 열린 하동 벚꽃축제의 시작은 지난 93년이었다.
아랫마을 하동읍, 윗마을 구례읍에서 19번 국도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가다 보면 화개장터를 만날 수가 있다. 화개라는 이름의 한자 이름이 꽃이 피어난다는 의미인만큼 화개장터의 벚꽃축제는 화개면과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상인들과 소비자들은 전라도 사람과 경상도 사람이 섞여 있으며 지역감정 없이 정답게 사투리를 나누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화개장터가 있는 곳에서 조금 더 아래쪽으로 내려오면 자리하고 있는 벚꽃길이다.
‘봄의 정원, 벚꽃의 향기’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화개면청년회가 주관하고 화개장터벚꽃축제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매년 화개장터 십리벚꽃길이 주차장 협소와 교통혼잡 문제가 발생해 올해는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주말(08:00~22:00) 동안 화개면 일부 구간 교통을 통제하고 일방통행 구간으로 지정 운행한다.
봄의 정원의 이름처럼 사람들은 마음속에 저마다의 풍경을 끌어안은 채 살고 있다. 아무렇지 않은 소소한 일상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을 쪼개서 만든 것들이기도 하다.
벚꽃을 보면서 봄의 정원을 생각하니 계절을 품은 작은 정원을 거니는 것처럼 무언가의 존재를 생생하게 실감하는 매혹적인 순간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다.
상춘객이라고 하면 봄의 경치를 즐기러 나들이 나온 사람을 의미한다.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하동의 화개장터에는 벚꽃을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한 때 사라졌던 화개장터는 하동군청이 주관해 1997년부터 4년에 걸쳐 복원한 것으로서 2001년 상설 관광형 시장으로 개장한 뒤 관광 명소가 되었다. 기상청은 벚꽃이 피는 단계를 발화, 개화, 만개 등 총 3단계로 나눠 측정한다. 화개장터의 벚꽃은 3월 말쯤이나 되어야 만개한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벚꽃이 피어날 때 이곳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먹거리로 벚굴이 있다. 섬진강 하구 일대에서 자라는 굴. 서너 개가 한데 모여 자라는데, 그 모습이 물속에 핀 벚꽃과 비슷하게 보인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2월 중순에서 4월 말까지가 제철이며, 일반 굴에 비하여 크기가 훨씬 크다.
지리산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인 이곳은 조선 시대부터 전라도 ・ 경상도 사람들이 모여 농산물과 해산물을 교환하는 장터가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벚꽃도 다양한 모습으로 화합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음속에 봄의 정원을 만들고 벚꽃이 피어날 때 모든 것이 화사화게 피어나는 꽃들처럼 화개 하게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다. 가격은 10kg 기준 8만 원으로 일반 굴에 비해 3배가량 비싸지만 달짝 지근한 맛의 벚굴도 맛보고 꽃구경하기에 좋은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