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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한지

지리산 국립공원 경남사무소의 기획전시 한지로 물들이다.

살아가면서 일상의 미세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를 얼마나 잘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지기도 한다. 주변에 사소한 변화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능력은 따뜻함을 찾게 만들어준다. 꽃을 보더라도 느낌이 다르다. 장미가 잘 그려진 아크릴물감으로 그려진 정밀화 같다면 벚꽃은 선이 모호하게 그려진 수채화와 비슷하다. 물론 어떤 미술재료를 사용해서 그려도 그릴 수는 있다. 왠지 벚꽃은 따뜻하고 질감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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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있는 시기에 하동군에 자리한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의 기획전시관에서는 한지공예특별기획전 벚꽃 한지로 물들이다전이 열리고 있어 찾아가 보았다. 지리산은 물의 산이다. 지리산에 자리한 설산습지는 지하수의 상승으로 형성된 산지습지다. 화개골의 자연보고가 있는 지리산은 아름다운 풍광을 품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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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로 일컬어지는 사람이 침팬지나 고릴라와 다른 점은 자신의 경험을 후대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디지털 형태가 일상인 요즘에도 종이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한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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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국립공원에 자리한 경남사무소에는 지리산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다. 최치원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은 곳이 지리산이다. 지리산에서 최치원은 곳곳을 다니면서 여러 설화를 남겼는데 최치원이 꽂았던 지팡이가 변한 푸조나무도 남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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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과 상관없이 벚꽃이 피어 있는 곳을 지나가면 기획전시실이 나온다. 관찰의 깊이가 더해지면 마치 화가가 세밀화를 그리듯 세세한 의미까지 찾아내고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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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 자리한 쌍계사는 신라 성덕왕 2년(722년) 대비, 삼법 두 화상께서 선종의 육조이신 혜능스님 정상을 모시고 귀국, 지리산 설리갈화처(눈 쌓인 계곡 칡꽃이 피어있는 곳)에 봉안하라는 꿈의 계시를 받고 호랑이의 인도로 이곳을 찾아 절을 지은 것이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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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전에 이집트의 나일강변에 야생하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갈대와 비슷한 식물을 저며서 서로 이어 사용했는데 이는 오늘날 ‘페이퍼(paper)’의 어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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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는 닥나무를 원료로 하여 전통방식 그대로 손으로 떠서 만드는 한국의 전통 종이로 지금도 전국의 곳곳에서 한지공예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한지는 천년이 넘어도 보존이 가능하며 자연스럽고 유연하고 매끄러운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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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에서 종이를 만드는 과정을 표현해 두었다. 한지를 만드는 재료인 닥나무는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에서는 단단하게 자라는 데 비해, 중국이나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닥나무는 섬유질이 약해 품질이 떨어지며, 일본 닥나무는 석회질에서 자라서 한지처럼 질기지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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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놓인 작품에는 모두 이름이 있다. 기다림 다탁이라는 작품은 환한 빛, 아름다운 꽃밭,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이 날아다니며 그 안의 일부가 되는 꿈, 그렇게 고치는 언제인가 날아오를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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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여인들의 모습은 고전적인 느낌이 난다. 조선시대 초기 닥나무 껍질을 원료로 하여 만든 종이(楮紙)로 만들어 발행한 명목 화폐를 저화(楮貨)라 하였다. 조선시대에 종이는 누구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비싼 제품이어서 과거를 보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이 썼던 종이는 버려지지 않고 생활용품으로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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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문화재청은 유네스코 본부에 '한지제작의 전통지식과 기술 및 문화적 실천'(Traditional knowledge and skills associated with the production of Hanji and related cultural practices in the Republic of Korea)의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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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나무를 찌고, 두들기고, 뜨고, 말리는 등 99번의 손질을 거친 뒤 마지막 사람이 100번째로 만진다 해 옛사람들은 '백지'(百紙)라 부르기도 한 한지로 만든 작품들은 예술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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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 중앙연구소(ICPAL)는 2018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필 노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 복원에 한지를 활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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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하동군 화개면 지리산국립공원 화개탐방안내소 2층 기획전시실에서 3월 19일부터 4월 21일까지 44일 간 볼 수 있다. ‘벚꽃… 한지로 물들이다’를 주제로 가구, 인물모형, 그림 등 다양한 한지공예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으니 시간에 맞춰 방문해 보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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