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그릇이었다. 갈산토기
그릇의 재질은 시대에 따라 계속 바뀌어왔지만 형태는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을 담을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는 것은 사람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흔적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전국에 자리한 수많은 박물관을 가보았을 때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흔적은 바로 그릇이다. 무늬를 넣지 않았던 빗살로 넣었던 화려하게 그렸든 간에 그릇은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물건이었다.
전국에 수많은 곳에서 그릇을 구었고 사라지기도 했으며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도 있다. 이곳은 홍성의 갈산면에 자리한 갈산토기라는 곳이다. 충청남도의 무형 문화재이기도 한 분이 대를 이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전 세계의 어느 곳을 가든지 간에 명문가라고 하면 대대손손 내려오는 가치 있는 것이 하나 이상쯤은 가지고 있다. 그 대상은 특별한 사람들만이 대를 이어 보유하는 저택일 수도 있고 고책이나 자산 혹은 그림 같은 예술작품이 있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그릇은 흙을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다른 재료로도 그릇을 만들고 있는 현대에도 가장 묵직한 가치를 가진 그릇은 흙으로 만든 것들이다. 직접 물레를 돌려서 그릇을 만드는 것은 직접 체험해 보았는데 힘들다. 발은 달리고 손은 형태를 만들어야 하며 머리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
역사에서 한 사람의 생은 짧지만 대를 이어 내려오는 가치는 영원하다. 그런 가치를 가진 것 중에 무형문화재도 포함이 된다.
80대를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현역에서 활동하고 계신 방춘웅 대표를 보면서 어머니에게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80대도 현역으로 뛰어도 될 나이라고 말이다. 분명한 것은 필자보다 덜 힘들어하면서 그릇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전통문화가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고 시대를 리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문화유산의 미래가치를 창조하기 위하여 설립된 곳으로 사라져 가는 무형유산을 올바로 전승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무형문화재는 사람임과 동시에 동시대의 문화를 담고 있다. 문화는 자연발생적 현상으로 인간은 문화를 가진 종류의 생물체로 진화를 해오면서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만들어진 그릇이 모두 결과물로 나오지는 않는다. 가마에서 구우면서 다른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고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쓸모가 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무언가를 직접 손으로 만들어본다는 것은 많은 것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재료의 다양한 촉감과 냄새, 색감등을 경험함으로써 오감을 자극하고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은 성취감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토기를 만드는 것은 흙덩어리는 손바닥으로 굴려 길게 뽑아 층층이 쌓아가는 코일링 기법으로 앞뒤가 평평하게 눌린 편병 모양을 만들어낸다.
갈산토기에서 해본 공예 체험은 지금까지 전국의 여러 곳에서 만들었다. 만들어서 가까운 이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지금도 필자의 집에는 적지 않은 그릇이 있다. 그냥 아무 곳에나 있었을 것 같은 흙이 사용가치 높은 그릇이 되었다. 그릇이 된 흙은 쓸모없음의 쓸모를 발견하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