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수십 년을 1억을 가지고 버텨야 하는 세대
한국의 성장은 생활환경이나 사회안전망을 포기하고 이루어 온 결과다. 그냥 모든 것이 잘 될지 알았고 대부분의 국민들이 이것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국가와 기업은 성장했고 소득 수준은 높아졌지만 사회 안전망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고 각자 알아서 살아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한국이 선택한 방식은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서울이라는 도시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대기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저출산의 늪과 높은 노인 빈곤율로 드러나게 되었다.
1960년 ~ 1970년대 국민들은 선택을 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자산형성에 몰빵 하는 것이 당시에 정답이었지만 불과 50년 만에 답안지가 바뀐 것이다. 당시에 태어난 세대들은 5060 세대들이 되었다. 이들에게 투자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은 없었다. 빠르게 대학을 들어가서 결혼하고 집을 구입해서 부동산을 형성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배우면서 살아왔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를 이용해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 내 자산액 상위 20%와 하위 20%를 제외한 5060 세대 보통가구의 평균 자산을 분석한 결과 평범한 5060 세대가구의 금융자산은 1억 원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주식 등 투자 선호도를 높여 자산증식을 유도해야 된다는 말이 나오기는 하지만 신뢰 있는 투자정보를 얻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각종 SNS에서 나오는 정보들 상당수는 허위이거나 거짓이며 사기인 경우가 많다. 5060 보통가구에게 향후 금융자산 운용 계획 설문에서도 예금 선호 비중이 70~80%에 달했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지금 가지고 있는 그 자산을 잃어버리면 희망이 사라진다는 불안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수십 년간을 약 1억 원을 가지고 버틸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기에 자신만의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저소득의 일자리에서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 필자의 지인들도 일이 있을 때 만나면 걱정을 하고 있다. 그나마 70대에 비해 5060 세대들은 국민연금등을 안정적으로 불입한 세대라는 것이다. 그마저도 사회안전망에 대한 신뢰에 의심이 가게 하는 것은 2,000년도부터 태어난 세대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투자에 대해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안전망이 그만큼 부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 올라오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후에 대한 부담을 온전히 개인에게만 맡기고 있으며 이는 한국의 현실에서 바뀌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이 이런 성장에 대해 동의를 했고 부실한 사회안전망과 더불어 주거공간에 있어야 할 편의시설을 민간에게 맡겨왔기 때문이다. 능력이 있으면 좋은 환경에 거주하는 것이고 능력이 없으면 부실하고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거주하는 것에 대해 암묵적 동의를 해왔다.
투자는 어떤 시점에서는 손실을 볼 수도 있고 이득을 볼 수도 있지만 10년, 20년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뜨고 있는 어떤 투자대상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1년이나 2년도 길다고 생각한다. 빨리 무언가를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다. 미래가 불안하기에 지금 투자한 것이 바로 변화를 보여야 한다. 그런 변화에 민감하다는 것은 불확실성만 크게 확산하는 결과를 키우게 된다.
5060 투자는 자산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지만 자신에 대한 투자도 같이 이루어져야 한다. 5년 혹은 10년을 준비해서 스스로가 창출할 수 있는 돈이 있다면 자산투자보다 훨씬 효율적인 투자라고 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월 100만 원을 꾸준하게 나오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개인적인 자산은 3억 ~ 4억(300배~400배)이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크린과 드라마에서 보이지 않게 된 연예인들이 예능에도 나오지만 그림과 같은 분야에도 뛰어드는 이유 역시 그와 무관하지는 않다.
한국은 유럽처럼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편안한 노후생활을 할 정도의 환경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 백 년이 넘는 시간 전부터 준비한 유럽과 달리 한국전쟁 이후에 속도전으로 포기할 것을 포기하고 성장한 한국이 같을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지만 이미 우리가 가진 경쟁력의 상당 부분은 중국이 가져가버렸다. 그나마 한국보다 먼저 준비했다는 일본에서도 노후파산 현상이 쉽게 볼 수 있다면 그보다 못한 환경의 한국의 미래는 이미 그려지고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