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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06. 2024

한 방이라는 마약

의사결정을 오류 확증편향에 빠지는 사람들의 선택

삶에 있어서 주인공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정욕구가 있다. 그 인정욕구로 인해 자본주의 사회가 굴러가고 노력하며 자신의 노력한 만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제는 그 주인공이라는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많은 돈을 벌고 좋은 차를 타고 대접받으며 명품을 살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것이 주인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우연하게 혹은 의도적으로 주어진 긍정적인 정보에 대해 확신편향을 가지고 좋게 받아들이려고 한다. 


주변 사람들 중 수많은 사람들이 아주 쉽게 확신편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어떤 성공적인 사례나 특별해 보이는 결과물에 대해 자신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치 기회를 놓친 것처럼 말한다.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확신(確信)해서 한쪽으로 치우쳐서 판단하고 자신이 결정한 것에 대해 확증(確證)을 하고 나머지 정보에 대해 무시하는 식으로 사고를 한다. 문제는 그런 것들이 경제적인 판단에 영향을 미치면 사람의 뇌는 마치 마약을 한 것처럼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시사프로에서 로또를 과도하게 사는 사람들을 조명한 적이 있다. 로또란 경제적으로 그렇게 여유가 있지 않은 사람들의 돈을 모아 매우 운이 좋은 누군가가 당첨되는 방식이다. 그렇게 운에 의지하는 사람들은 마음속으로는 1주일의 행복이라고 위안을 하지만 사실 당첨될 확률이 아예 없다면 그 로또는 사지도 않았을 것이다. 분명히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사례 중에 세탁소를 운영하는 어떤 사람이 로또를 10억 가까이 샀다고 한다. 세탁소를 하는 그 힘든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세탁소를 운영하는 것이 힘든 삶이라는 그 사람의 인생은 스스로가 부정한 꼴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부터 유능하다고 평가를 받았던 사람들이 강원랜드에 가서 도박에 빠져서 모든 돈을 잃고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삶이 자신의 완벽한 제어상태에 놓여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냥 하루하루 잘 살아가고 숨을 쉬고 세끼 식사를 하는 것 정도가 아주 가능성이 높은 확률로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투자는 바로 자신의 소비패턴을 제어가 가능한 상태로 놓이게 하는 것이다. 현재 제어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라 가까운 미래나 소득이 불확실해지는 먼 미래에도 제어가 가능해야 한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 하기 위해서 자주 여자가 있는 술집에서 유흥을 즐기고 그쪽에 있는 여자에게 돈을 펑펑 쓰는 남자는 쉽게 그 패턴을 바꾸지 못한다. 소득도 어느 정도 있고 매월 적자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패턴은 결국 스스로를 얽매이게 한다. 결혼을 해도 그 소비패턴을 바꾸기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여성의 경우 자신이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낭비를 하고 편하게 살기 위해 돈을 쓰던 패턴이 있다면 그것 역시 쉽게 바꾸지 못한다. 물론 상대방이 있을 때 잠시 아닌 척은 할 수 있다. 


자신의 수입에 비해 소비가 가능한 정도에서 제어가 가능하더라도 목에 차오를 정도가 되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한 번 돈 쓰던 습관은 수입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쉽게 줄이지 못한다. 그래서 누가 보더라도 넉넉한 수입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삶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이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신기하게도 전장에서 폭탄이 떨어지는 군인들이 생각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대규모의 폭탄 공습이 있었을 때 폭탄이 떨어진 곳은 다시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상한 확증편향에 빠져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이는 도박을 하는 사람들과 유사하다. 지금까지 잃었으니 혹은 로또에 당첨되지 않았으니 이제는 자신이 한 방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이다. 


사람들의 뇌가 도박등에 둔감하게 만들어서 돈을 벌려는 시도는 어디에서나 일어나고 있다. 옛날에는 도박하라고 권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나 할 수 있었다. 지금은 각종 SNS에서 대놓고 도박하고 코인하라고 권하고 있다. 확인되지도 않은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얼마나 벌었는지를 아주 적나라하게 광고하고 있다. 사실 로또를 광고하는 것도 마치 로또를 구매하는 것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도 이상해 보인다. 사행산업 조장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강원랜드 등이 규제완화에 매달리는 이유는 카지노가 폐광지 지원을 위한 사실상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정신적인 질병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평균의 함정에 빠져서 사람들이 돈을 흘리듯이 어디에다가 써버리기를 바라는 수많은 기업과 그것을 홍보해 주는 언론에게 주인공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은 아주 좋은 먹을거리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의 문구처럼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처럼 착각에 빠지게 했던 것처럼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대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확증편향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개미지옥은 어디에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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