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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4. 2024

반려동물시대

인간이란 사랑의 가면을 쓴 이기적인 존재다.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홀로 서 있는 독립을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온전하게 홀로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방향의 나침판을 가진 사람들은 사람을 비롯한 동물에게도 의미하지 않는다. 바깥에 일을 하러 나갔다가 돌아와도 텅 빈 집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지고 홀로의 시간을 너무나 잘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 애정을 표현하는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다. 반려동물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아기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영원히 보살펴줘야 하는 존재이며 그 보상으로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을 비롯하여 스스로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존재들과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경제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이질적인 존재와 살아가기는 하지만 그 대상에 대해 잘 알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냥 TV에서 보여주는 대로 말 좀 잘 듣고 뒤처리를 스스로 잘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쇼맨십으로 살아가는 개 훌륭의 강형욱과 같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주변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반려동물은 신기하게 주인과 싱크로율을 보인다. 즉 반려동물의 골치 아픈 행동들은 주인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의미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외로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어서 다른 존재를 찾는다. 가족을 찾고 이성을 찾으며 반려동물을 키우며 그 빈 공간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한다. 인간이 100년을 산다고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사실 얼마되지 않는다. 태어나서 20년쯤 지나면 그제야 무얼 할 수 있는지 깨닫기 시작하며 30년쯤 지나면 그제야 가늠이 된다. 40년이 되면 방향이 정해지며 50년이 되면 자신만의 길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그러고 나서 남은 시간 동안 다른 것도 시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너무나도 짧은 시간 속에 무언가를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자신의 내면 속에서 무얼 원하는지 알지 못하면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려는데 상당시간을 소모를 한다.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공간을 반려동물을 통해 채우려고 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 달리 먹을 것과 어느 정도의 피드백을 주면 개인적인 만족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효율적인(?) 대안이 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의 생에도 빈익빈 부익부가 있다. 어떤 집에서 살아가느냐에 따라 나름의 행복도를 느끼면서 살아간다. 책임감과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주인과 살아가면 버려지기까지 한다. 옛날에 사람이 노비처럼 물건 취급당할 때에도 정승대감집에서 사는 것과 빈천한 양반집에서 사는 것과 삶이 다르듯이 말이다. 필자는 본질적으로 조선시대의 사람이나 현대시대의 사람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냥 생활방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여전히 인간은 사랑을 갈구하는 존재이며 그 과정 속에 자신의 존재를 느껴보려고 한다. 자신이라는 존재는 피드백하는 존재에 의해 증명이 되기 때문이다. 


자신이라는 존재가 어떤 존재로 인해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괜찮아 보이는 대상을 찾는다. 반려동물조차도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귀엽고 이쁘고 좋아할 만한 대상을 고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늙고 병들게 되면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급속하게 식기도 한다. 그 상황에 이르면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그럴듯하게 만들어줄 존재가 아니라 오로지 돈만 들어가는 대상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본주의 시대에 돈을 쓰면서 스스로를 보여주려고 한다. 반려동물이 얼마나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냐 그리고 죽고 나서도 자신이 어떤 대우를 해줬는지 보여주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기도 한다. 반려동물의 행동은 제어가 되어야 하고 키울 때 불편함이 없어야 하기 때문에 올해는 반려동물행동지도사라는 시험도 처음 치러진다.  반려동물행동지도사는 반려동물에 대한 행동분석 및 평가, 훈련, 소유자 등에 대한 교육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국가자격을 부여하는 국가자격시험이다. 1·2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올해에는 2급 자격시험만 우선적으로 시행된다.


인간이란 사랑의 가면을 쓴 이기적인 존재이기에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된다. 불과 수십 년 전까지 반려동물이라고 불리던 동물들에게 인간은 그런 피드백을 원하지는 않았다. 풍요롭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현재는 미래의 돈을 끌어다가 탑을 쌓은 것이다. 더 이상 고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은 선택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대신에 그 빈자리를 그보다는 적은 비용과 스트레스를 감당할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인간은 필요에 의해 선택을 하는 존재다. 지금 시대에 반려동물이 유효한 대상일 뿐이다. 30년만 지나도 인간의 필요는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 자신의 경제적인 수준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며 자신이 사랑을 한다는 어떤 존재를 선택을 하면서 외로움을 채우려고 할 것이다. 필요한 것을 내부에서 찾지 않고 외부에서 찾는 이상 인생을 함께하는 자신의 반쪽 짝을 의미하는 반려의 뒤에 붙은 대상을 끝없이 갈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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