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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5. 2024

한국의 명품이란.

더운 봄부터 입기에 좋은 이름 청양의 춘포의 매력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어 한다. 가진 것 중 무언가를 교환하기 위한 수단으로 돈이 있다. 돈을 사용해서 무언가를 구매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오래된 습성일지도 모른다. 명품이라는 것은 그 고유의 기능을 넘어선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부를 때 말한다.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모두가 사용하는 대중적인 상품을 명품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청양군을 다니면서 청양 춘포의 이정표를 보고 안쪽으로 여러 번 들어갔지만 청양춘포를 만드는 분을 만나볼 수는 없었는데 올해 열린 서천의 한산모시문화제에서 청양 춘포 짜기에 대해 접해볼 수가 있었다. 

춘포는 명주실과 모시실로 짠 옷감으로 명주실을 날실로, 모시실을 씨실로 삼아 섞어서 짜는 옷으로 이 춘포 짜기는 청양군에서도 운곡면 일대를 중심으로 전승됐으며 지난 1998년 충남도 무형 문화유산으로 후덕리에 거주하는 양이석(2대)이 초대 보유자로 인정됐다고 한다. 

지방관 및 관속 등의 군사적 긴장 완화 · 재정 수요 등의 명목을 통한 방군수포(放軍收布)가 성행하면서 현역으로 복무하는 대신 베를 납부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는데 조선시대에는 군포가 명품이라고 할 만큼 매우 비싼 것이었다. 

춘포를 만드는 도구들은 전통베틀, 아궁이, 자새, 왕챙이, 물레, 얼레, 베솔등이 사용이 되는데 군포를 짜는 것과 같이 전통베틀은 조슬대, 바디, 사침, 도투마리, 전대등을 활용해서 베를 짰었다. 

청양 춘포는 과거에 매우 비싼 물품이었다. 베는 조선시대에 일조의 화폐 대용으로도 사용이 되었는데 조정에서도 베의 수요가 커지면서 군포를 납부해 군역을 대신하는 방식을 공적으로 인정하였다. 지금도 비싸지만 과거에는 집안 살림이 넉넉한 양반가문이 아니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것이 춘포였다. 

청양의 춘포는 명주실을 얼레에 감아 중비하고 모시실은 모시군 형태로 마련한 다음 베날기, 날 실 끼우기, 새몰기, 베매기, 씨실준비하기, 베 짜기, 띄위기등의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게 된다.  

청양의 춘포는 조선 왕실과 양반 계층에 애용되었던 당시 기준으로 명품이었다. 이로 인해 청양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기도 하였다. 청양 준포짜기는 비옥한 땅과 풍부한 수자원을 기반으로 직조업이 발전하였으며 다른 전통섬유에 비해 독특한 광태고가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었다. 봄에 입는 특성으로 인해 춘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들과 며느리는 어머니인 백순기 씨가 머물던 생가를 대규모 리모델링하여 체험학습장으로 만들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아직은 시작이지만 체험학습장 인근에는 모시와 삼, 뽕나무를 직접 심어서 춘포의 제작과정등을 보여주려고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청양 춘포 짜기는 명주실과 모시실을 날실과 씨실로 삼아 직조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승되는 전통적인 교직법이다. 

시대에 따라서 자신이 가진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물건들은 계속 변화하게 될 것이다. 명품이라는 것은 오랜 역사를 가졌으며 대량으로 생산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역사에서 어떤 것들이 명품의 자격을 갖출 수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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