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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9. 2024

기생하는 남자

한국 호스트의 롤모델이 된 일본 호스트의 시작

남자가 접대하는 술집을 어떤 여자들이 갈까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수요가 있다. 가장 큰 수요는 바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다. 이른바 술집여자들이 자신에게 배출된 감정의 쓰레기를 배출하기 위해 또 다른 술집남자들을 찾는 것이다. 한국의 호스트 문화는 일본에서 시작되어 넘어왔다고 볼 수도 있다. 그걸 문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일본의 호스트가 1960년대에 시작되어 1980년에 최전성기를 맞이했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일본도 가부장적인 문화가 만연해 있어서 남자가 여자를 접대한다는 것은 드러내놓고 하기가 무척 어려웠다. 


음지에서 알게 모르게 할 일 없고 사회에서 도태되었지만 허우대는 멀쩡한 남자들이 유흥가로 밀려들어오면서 여자를 접대하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전 세계에서 일본제품 하면 모두가 엄지 척을 할 때 기업의 돈으로 하는 접대문화는 유흥가를 휩쓸었다. 그렇게 돈을 쓸어 담던 롯폰기의 술집여자들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호스트바를 찾아서 술집남자들에게 쓰기 시작했다. 호스트바에서 최고 에이스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녀들이 쓴 돈은 상당했다고 한다.  

한참 일드를 볼 때 미스터 브레인이라는 드라마도 보았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호스트로 일하다가 머리를 맞아서 천재적인 두뇌로 바뀐 과학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잠시였지만 호스트가 어떤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그려낸 바 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한국에 일본의 호스트바 같은 스타일의 술집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필자가 복학 전에 아르바이트를 할 때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술을 먹은 적이 있었으니 그쯤이 태동기 혹은 안착하고 있었을 때라고 할까. 


한국의 호스트바에서 최고로 많은 손님 유형은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자들이다. 여기에 마치 호스트바에서 놀면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착각하는 일부 여자들이 방문하기도 한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아무리 화려해도 그 내면을 속일 수가 없듯이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남자들도 특유의 느낌이 있다. 말 그대로 기생하는 남자들의 외면을 가지고 있다. 멀쩡한 외모지만 일반적인 남자라면 가지지 않을 어딘가 불편한 친절함과 특유의 껄렁거림이 있다. 지금도 광역시 정도의 규모라면 유흥가를 돌아다니면서 잘 살펴보면 호스트바 종업원인지 알 수가 있다. 

세상 사람들은 돈으로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직업이 일본에서는 순위 안에 들어가 있다고 한다. 즉 돈을 많이 벌면 용서가 되는 것이라고 할까. 얼마 전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호중도 VIP만 같다는 유흥업소에서 술을 마셨다고 해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VIP가 무슨 의미이고 1%만 간다는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그냥 돈이 미치도록 쓰고 싶은 정상을 벗어난 사람들의 공간이라고 소개하는 것이 적당한 표현이 아닐까. 

한국에서도 호스트를 콘셉트로 한 비스티보이즈가 개봉되기도 했었다. 술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자신도 모르게 인성을 망가트려가면서 사는 일이다. 술집에서 오래 일한 사람치고 특유의 뒤끝이 없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특히 술을 매일 마셔가면서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는 일은 자신의 본모습을 숨겨가면서 연기를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들에게 일상의 삶은 모두 거짓일 수밖에 없으며 누군가를 속이고 그걸로 인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원래 기본 베이스가 된다. 즉 정상적인 남녀 관계로 살 수 없는 그런 인성이 되어간다고 할까. 


돈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물과 같다. 물은 자연스럽게 흐르는데 자신을 담아둘 수 있는 존재에게 가서 머물지 그렇지 않으면 그냥 흘러가 버린다. 돈을 물 쓰듯이 쓰고 물 쓰듯이 쓴 돈은 담을 수가 없다. 술과 여자 혹은 남자를 매개체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돈을 벌고도 항상 부족하다. 내면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서는 그런 상황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아주 조그마한 대접에 아무리 많은 물을 부어준들 모두 넘쳐버려서 사라져 버린다. 기생하는 사람의 삶은 항상 그렇게 메마른 상태로 살다가 나이 들면 어딘가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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