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 학교 폭력은 사라질 수가 없다.
한 권의 책으로 잠을 잘 때 베개로 이용하기에도 너무나 두꺼운 책들이 있다. 그런 책들을 보면 제레미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는 홀쭉해 보인다고 할까. 아직도 모든 내용을 읽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생각날 때 읽는 책이 있다. 페이지만 1,000페이지가 넘으며 한 권의 가격만 해도 60,000원에 이르는 웬만한 사람이면 누구나 선택하지 않을 그런 책이다. 정말 많은 연구 결과물등을 통해 우리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악함과 선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아마도 언젠가는 완독 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책이 어렵지는 않다. 그냥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많은 책이다. 사람의 관점에서나 선함과 악함이 있지 다른 존재들에게는 그런 기준 같은 것이 없다. 투쟁의 역사에서 오랜 시간 생존이 우선이었지 남을 배려해서 오래도록 평화롭게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선함이 인간이 존재하는 데 있어서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법제화를 하고 지키려고 노력을 한다. 수많은 범죄와 관련 프로그램에서 범죄자를 옹호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최대한 악마화해서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선함과 악함의 기준이 정말 모호해지는 집단을 보려면 학교를 보면 된다. 사회제도가 있고 우리는 어떤 것이 옳은지 잘못된 것인지도 안다. 그렇지만 학교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그런 사회적인 제도는 그렇게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학교 선생이 있고 폭력을 신고하는 창구도 있으니 자제를 할 뿐이다. 학교라는 조직에서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만의 규칙을 만들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생존을 위해 힘의 균형을 만들고 그 속에서 지키려고 했던 인간의 속성이 그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법적으로 어떤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성장과정도 다르고 부모의 재력도 다르고 사회적 위치도 다르지만 그런 것들이 그 속에서는 의미가 있다. 자연스럽게 서열관계가 만들어지고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규칙을 만들고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런 규칙을 지키면서 순응하려고 한다. 문제는 그 속에서 마음에 안 드는 학생들이 생겨날 때다. 서열관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누군가 혹은 그 규칙을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은 분명히 나온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침묵을 유지하는 가운데 집단적인 폭력이 가해지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선생이나 학교관계자 혹은 경찰들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 수 있게 된다. 가해를 당하는 학생들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규칙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괴롭힘을 받으면서 조직에서 버텨보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왜냐면 반 배정을 받고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언제나 갇혀서 시간을 보내야 되기 때문에 방법은 별로 없다. 그 학교라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암묵적으로 동의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벗어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피해를 당하는 학생들의 부모들이 사회에서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재력도 상당하다고 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일반적인 부모 아래에서 자라나는 학생들이다. 그 정도 피해자들은 얼마든지 학교에서 커뮤니티에서 배제시키고 물리적으로 가해를 가할 수 있으며 성적으로 폭력을 가할 수도 있다. 그런 가해사실을 말했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미 그 학교는 사회룰이 적용되지 않는 자신들만의 룰로 만들어진 사회다. 가해자 몇 명을 제외시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가끔은 인간 본성에 선함이 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아니 선함과 악함의 기준이 무의미하지 않을까. 우리는 도적적인 기준으로 보기에 선함과 악함을 구분할 수 있을 뿐 도덕이 지배받지 않는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저자는 격성은 환경적 유발 기제, 내부적 논리, 신경 생물학적 바탕, 사회적 분포가 서로 다른 여러 심리 체계들의 결과물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 본성의 선함은 있을 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남들보다 더 월등한 실력과 공감하는 능력과 꾸준한 노력으로만으로 가능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선함은 악하게 해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