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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5. 2017

대구 Cafe

영감, 휴식, 그이상의 무엇

해보면 알겠지만 둘이 할 수 있는 것보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을 수 있다. 우선 시간에서 자유롭고 의사결정이 빠르다.  가치를 판단할 때 비용만을 가지고 말할 수 없겠지만 비용은 적게 드는 것도 사실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보다 혼자 여행하고 혼자 밥 먹고 혼자 술 마시는 것이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요즘이다. 대구는 어떤 곳일까. 이번에 갔다 온 대구는 혼자 여행하기 좋은 그런 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대구의 동성로, 서성로, 남성로, 북성로로 둘러싸인 공간에는 근대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대구 근대역사관, 국채보상운동 기념공원, 김광석 다리 그리기 길, 봉산 문화거리, 청라언덕, 삼일절 만세운동길까지 모두 이 안에 있다. 짧은 코스는 1시간 30분에서 조금 긴 코스는 3시간 정도를 걸어야 한다.

혼밥은 식당보다 카페에서 하는 것이 부담이 없을 때가 있다. 꼭 밥이 아니어도 좋다면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방문한 맨션 파이브는 10시 30분부터 브런치가 가능한 곳으로 커피와 사이드 메뉴, 맥주를 포함하여 식사가 될만한 허니 고르곤 아몬드, 크림 버섯, 토마토 모차렐라, 클럽 샌드위치, 크린 치킨, 연어 리코타, 에그 베네딕트, 생연어 베네딕트, 알리오 올리오 등 요기가 될만한 식사류도 있다.

갑자기 쏟아져 내린 비 때문에 몸이 차가워졌다. 몸도 조금 따뜻하게 할 겸 얼그레이를 주문했다. 얼 그레이는  베르가모트 향이 잘 조화된 약간 새큼한 맛이 홍차를 처음 마시는 사람에게조차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매력적인 차이다.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얼그레이는 처음 이 블렌딩을 만들 때 당시 수상이었던 얼그레이 2세의 이름을 붙였다. 수상 재임 당시 중국 관리가 선물한 가향차를 똑같이 만들려다가 만든 차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얼그레이는 카페마다 맛이 모두 다를 수가 있는데 얼그레이 제품을 갖추고 있고 또 각자의 블렌딩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심 혼밥의 메뉴는 바로 버섯 크림 파니니이다. 간단한 브런치 메뉴라고 보기에는 조금 양이 많다. 즉 식사대용으로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고소한 크림을 듬뿍 넣어 깊은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버섯과 크림의 궁합이 좋다. 계속 늘어나는 치즈와 몸에 좋은 버섯이 함께 입안에 들어가면 씹히는 맛과 그 고소한 뒷맛이 제법이다.

대구의 근대골목을 돌아다니다가 보면 특색 있는 옛집을 활용한 카페를 적지 않게 만나게 된다. 골목투어가 가능한 이곳의 대표적인 먹거리는 따로국밥, 무침회, 양념어묵, 찜갈비, 납작 만두, 수육 등이 있다.

박물관 이야기는 박물관을 표방하는 카페 겸 음식점이다. 박물관 이야기라는 카페는 연잎밥 같은 식사도 할 수 있는 곳으로 오래된 물건도 있지만 근대의 유물들을 간직하여 보여주는 보물 창고 같은 곳이다. 지자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박물관은 오랜 시간의 역사와 다양한 유물을 만나는 재미도 있지만 이런 곳은 소박한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좋다.

1층에서 식사나 차를 마실 수도 있지만 2층에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고 있다. 한국 최초의 박물관은 이왕가 박물관이며 최초의 사립 박물관은 간송이었다. 지역별로 크고 작은 박물관이 있지만 카페를 표방하는 대구 근대로에서 만나는 박물관 이야기의 느낌이 좋다.

오래된 근대 한옥을 개조하여 만들어진 박물관 이야기는 근대 한옥이 가지는 아름다움과 여러 작가들의 예술작품이 함께하는 소통의 공간이다. 깊은 향의 커피뿐만이 아니라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사람은 혼자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혼자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찰의 노력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데이스 웨이트리는 '놓쳐버린 기회'라는 시를 남겼다.


옛날 옛적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사람이 살았다

그는 결코 울지도 웃지도 않고,

모험도 해 본 일 없고, 져 본 일도 없다.

이겨 본 적도 없고 시도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러다 어느 날 그가 죽었는데

보험사에서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보험사는 그는 진정으로 살아 본 적이 없는 사람이니

진정으로 죽지도 않았다고 이유를 밝히며 우겼다.

아름다운 곳이나 명소라고 불릴만한 곳은 그냥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이 인간의 힘이든 자연의 힘이든 간에 오랜 시간의 세월과 시련을 딛고 만들어진다. 구도심 활성화나 예스러운 것을 다시 채색하는 것은 노력에다 바꿀 수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과 적극적인 스스로의 자부심이 같이 결합되어야 탄생이 가능하다.

특히 이곳에서 추천하는 메뉴는 바로 오디로 만든 메뉴들이다. 직접 생산한 오디로 만든 수제 플레인 요구르트를 비롯하여 오디 스무디, 오디 에이드, 오디주스, 오디 토스트는 진하디 진한 그 맛이 그만이다.

밤이 어두워지고 근대 문화 거리에 어둠이 내리기 시작할 때 혼쭐이 당기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오래 살았다는 지인의 소개로 북성로 소금창고에 있는 MIX BAR를 찾았다.

1907년에 지어진 목조건물과 1937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 2개 동이 붙어 있는 이 곳은 과거에 소금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이었는데 최근 대구시 중구의 '근대화 리노베이션 사업'에 참여하면서 독특하면서 특색 있는 건물로 재탄생된 곳이다.

마침 이곳을 운영하시는 김헌동 대표를 만나 소금창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되었으며 잘 숙성된 보이차 한잔을 마시며 대구의 옛이야기와 소금창고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차를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김헌동 대표는 이렇게 근대문화유산이 많은 곳은 드물다고 하면서 대구 중구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고 드러내기도 했다.

소금은 한민족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음식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재료 중 하나이다. 소금은 사신이나 마귀를 쫓는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나쁜 것을 쫓을 때 소금을 뿌리기도 한다. 모로코에서는 어두운 곳을 다닐 때에 소금을 지니고 있으면 유령을 쫓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창고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잘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관하는 곳? 아니면 지금은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사용하는 것을 보관하는 곳으로 사용할까. 창고의 기능은 보관이라기보다 적재적소에 물건을 사용하여 물건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있다고 한다.


어디선가 본듯한 그리고 어디선가 만난 듯한 사람들과의 만남이 좋았던 대구의 여행은 여기서 마침표를 찍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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