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금융의 변화를 보면서 생각한 돈의 밀도
처음 통장이라는 것을 개설한 것은 부모의 배려나 누군가의 추천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의지였다. 어렸을 때 어렴풋이 이자에 대한 것을 알게 되면서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것보다 은행에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1988년이었으니 적잖이 시간이 흘러갔다. 한국에서 은행이 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것은 1997년 IMF다. 아마도 한국사람들도 그전까지는 은행이 망한다는 개념은 없었을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역은행을 비롯하여 수많은 금융기관들이 산재해 있던 한국경제는 금융기관들이 정리가 되면서 대형은행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처음 통장을 개설한 곳은 농협이었지만 첫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한빛은행의 통장을 개설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한빛은행은 우리은행으로 상호를 변경하였고 지금은 Big 4에 들어가 있는 국내 은행이다. 처음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한 은행도 우리은행이어서 우리은행은 지금까지 주거래은행이지만 사용빈도는 생각보다 높지는 않다. 우선 우리은행에서의 각종 수수료가 대부분 무료이고 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수수료를 받았던 것들도 무료였기에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편이다.
중간중간 다른 은행들도 사용은 했다. 신한은행, KB은행, 하나은행도 사용했고 지금도 통장은 있다. 필요에 의해 사용하게 되지만 그 필요한 기간이 끝나게 되면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것이 주거래은행과 그렇지 않은 은행과의 차이다. 고객패널, 정부지원등 여러 필요에 의해 은행을 특정하기 때문에 사용하기도 하지만 각종 공과금을 비롯하여 카드사 결제통장등의 전환 등이 매우 불편하고 한 번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말로 큰 혜택이나 개인적인 결정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신이 젊었을 때 쌓아왔던 것들이 빛이 나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빛이 나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노력을 들여서 만들어온 것들이 비로소 사용이 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일찍이 탈무드나 셰익스피어 소설 등에서 금융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했기에 관심이 있었다. 회계와 관련된 공부는 감정평가사를 공부하면서 회계학과 경영지도사를 공부하면서 회계학개론을 접해봤으며 대학을 다닐 때 사업성분석을 위한 개인적으로 재무분석, 현금흐름등에 대한 책을 읽었다. 어디까지나 지식 습득차원이었지 그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 것들을 공부해서 좋은 것은 필자 개인의 자금흐름과 미래의 자금흐름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이다. 아예 모르면 준비할 생각 같은 것도 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한동안 농협은 2nd 통장으로 활용이 되다가 서서히 그 빈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돈이 들어오던가 나가기 위한 정보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활용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농협이나 신협, 새마을금고등은 개인적으로 볼 때 활용도나 편의성 측면에서 상당히 떨어지는 금융기관이다. 그렇게 신뢰도는 높지 않은데 혜택은 금리 외에는 없는 그런 금융기관으로 나이가 좀 많이 드신 분들이 이용하는 금융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본격적으로 2nd 통장의 활용은 인터넷 은행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App 등을 활용한 편리한 계좌발급과 자금활용, 적금, 대출등이 용이하면서도 나름의 신뢰성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사실 은행을 직접 방문해서 대출등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한도가 적지만 몇 개월동안의 자금활용으로는 족할 만큼의 한도가 나오니 무난하다. 즉 예금이나 적금이 있어도 일정기간 동안의 자금활용을 위한 대출을 얼마나 할 수 있는가가 2nd 통장으로서의 성공가능성을 결정할 듯하다.
토스는 기존 금융기관의 셈법에서 조금 벗어난 방법으로 고객을 확보하고 붙들어놓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마케팅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최근 들어 계속 그 비용을 줄이면서 고객을 잡아두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금융은 게임적인 요소만을 가지고 결정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잠시라도 묶어둘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상품이나 혜택이 있는지 보여줄 수 있다는 기회는 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반복되면 고객들은 식상해한다.
주거래 통장의 조건은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 전과 이후로 달라졌다. 물론 연령대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주거래통장이 자리 잡기 시작하는 시기는 20대에서 30대 초반이다. 2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20대 후반이면 주거래통장이 확정되었지만 점차 사회진출이 늦어지면서 30대 초반으로 늦추어졌다. 돈이라는 것과 신뢰를 밀접하게 연결하는 60대 이상의 경우 대면을 중요시하는 반면 50대 이하의 경우 비대면에도 신뢰를 부여하는 것이 낯설지가 않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UX에 익숙함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돈이 거래되는 이상 대면과 비대면의 차이를 크게 보는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가 존재한다. 아예 은행은 대면거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농협, 새마을금고의 주요한 고객이다.
과거에도 있었지만 2nd 통장의 본격적인 등장은 2017년 인터넷은행들이 출범하고부터라고 볼 수가 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수수료를 통해 은행이 수익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고 나서 공격적인 영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수수료는 무료가 되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어떤 통장을 사용하는지가 개인의 통장개설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미미했지만 모임통장, 가족통장이 등장하면서 개설할 생각도 하지 않았던 통장을 가지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주거래은행이나 2nd 은행을 사용하는 이유는 금전적, 비금전적인 요소로 구분을 할 수가 있다. 금전적인 요소는 대표적으로 예금, 적금등의 금리와 각종수수료와 대출금리등이 포함이 된다. 앱테크를 금전적인 요소로 구분할 수 있는지는 모호하다. 개인적으로는 비금전적 요소라는 생각이 든다. 게임과 같은 느낌이랄까. 아주 사소한 결정과 습관을 통해 해당 은행상품의 노출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비금전적인 요소의 일환이다.
은행이 내놓을 수 있는 상품은 예금, 적금, 대출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대출 역시 예금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용대출과 담보대출이 있는데 신용대출은 마이너스통장이나 비상금대출이 일반적인 형태이며 담보대출은 자가대출과 전세대출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 신용카드도 영향이 작지는 않다. 은행에서 발급하는 신용카드의 혜택은 일반 신용카드사들에 비해 혜택이 적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주로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다.
은행의 마케팅은 생애주기에 맞춰서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인다. 연령대로 구분할 수 없지만 생애 첫 직장, 직장에서의 안정기, 결혼을 하게 되는 시기, 주택을 구입 혹은 전세대출이 필요한 시기, 출산, 중년, 장년, 노년등으로 구분해 볼 수가 있다. 과거보다 오랜 경제생활을 해야 된다는 의미는 자신에게 필요한 상품이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결과로 도출할 수가 있다. 과거보다 더 스마트폰에 익숙해지고 앱을 잘 사용할 수 있는 연령대가 70대 이상으로 확대되는 만큼 같은 전략이 아니라 세그먼트를 나눈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과거의 금융이 쉽게 바뀔 수 없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상당히 연성화되었다. 연성화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유연한 고객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며 그 사람에 대한 맞춤형 정보가 제공되어야 마음이 움직인다는 의미다. My Data로 인해 더 많은 정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지만 단지 그것에만 머물러 있는 금융기관들이 상당히 많다. 단순히 정보를 많이 보여주고 상품을 가입하는 것 이상의 배려있는 고객전략을 사람들은 원하고 있다. 금융의 쓸모는 돈을 어떻게 잘 사용하고 불리며, 필요할 때 끌어당길 수 있음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