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는 어떤 공정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을까.
가정환경이 유대인의 금융교육을 받는 것도 아니고 금융에 대해 누가 알려준 것은 아니었지만 화폐나 국가가 근간을 이루어온 시스템에 대해 개인적으로 공부를 했었다. 어릴 때의 생각은 다른 사람보다 많은 것을 벌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가진 것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는 기준이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살려는 것이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데 큰 문제는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가치기준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삶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다른 사람이 쫒으려는 것을 같이 쫒는다는 것은 결국 채워지는 것이 영원히 없게 된다.
특이했던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과연 필자에게도 좋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이이게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필자에게는 그렇게 필요 있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도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왜냐면 세상에는 가치가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은데 그걸 사회나 특정세력이 목적에 의해 줄여놓았거나 의도적으로 방향으로 설정해 놓았으니 말이다.
어떤 가치 있는 것들을 구매하고 보유하는 데 있어서 말만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특정대상의 가치가 올라가고 나서 이미 알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화폐가 태어나고 반드시 없어지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사람들은 특정국가처럼 화폐가 휴지가 되는 나라가 아니라면 대부분 화폐가치가 희석되는 나라에서 살아간다. 20대 때부터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정부에서는 한국의 GDP가 올라가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만 그 이면에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잘 언급을 하지 않는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한국경제가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그렇게 크지는 않았다. 즉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의 한국경제는 중국경제의 성장과 함께 사이즈가 커졌다. 동시에 화폐의 유통량도 상당히 커졌다. 1997년 IMF이후로 국제사회에 금융시장이 열리면서 가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때쯤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보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금의 가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즉 금이나 은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원화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심을 가진 것이 20년쯤 되었다. 그때쯤 조금씩 구입을 했는데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모아놓은 것들이 무용지물에 가깝게 되어버린 사건이 발생했다. 다른 세상을 잘 돌아가고 있었지만 그 이후로 금과 은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식어버렸다. 개인적으로 복구가 되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 여전히 화폐의 가치는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미국보다 상당히 이상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나라다.
한국은 갖추어진 재력이나 권력을 가진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 나머지의 국민들에게 극도의 생고생을 요구하는 사회다. 서울의 주요 지역에 분양을 받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 청약통장을 유지하는 것을 비롯하여 오래된 무주택기간과 여러 자식과 함께 살았어야 된다. 즉 상당히 불안하면서도 고생스러운 주거환경을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쌩고생하면서 살았어야 그나마 권리가 주어진다는 의미다. 정말 이상하다. 남들보다 더 험난하지만 매우 바람직스러워 보이는 과정을 거쳐야 그럴듯하 주거를 획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좋은 가정환경을 가지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수월하게 공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더 좋은 평가를 받고 그렇지 않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공정하다는 수능에 미치도록 달려가야 잘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아 보이는 것에 대해 갈망하도록 교묘하게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노력이 공정한 대가를 받는가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노력도 자신들이 정해놓은 수준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즉 자신들의 기준으로 설계되었으며 수월하게 측정가능하고 남과 비교가 가능한 잣대가 아니면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주변 사람들에게 금과 은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오래되었다. 중간중간에 수많은 투자대상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과정을 수천 년간 지속하면서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거의 유일한 대상이다. 애플, MS, 엔비디아등의 주가총액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그만큼 화폐가 얼마나 많이 풀렸는가를 언급하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화폐가 그만큼 풀렸으니까 그런 기업의 가치를 만든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은 매월 벌 수 있는 기회비용의 가치를 반영한다. 즉 매월 볼 수 있는 돈에 기반한 주거가치가 엄청나게 희석이 되었다는 의미다. 10년 전의 300을 벌 수 있었던 지역과 지금 300을 벌 수 있는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전혀 다르다. 아파트 가격이 오른 것이 아니라 같은 기회를 가지고 벌 수 있는 월소득대비 아파트 가격이 고 가격이 되었다는 의미다. 새롭게 지어진 대단지 아파트와 지역적으로 문화생활등의 기회비용이 반영되기는 하겠지만 사실 안정적으로 월소득을 만들 수가 있다면 어느 곳에 살아도 된다. 오히려 상당히 넉넉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
주거공간의 비용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화폐가치가 하락되었다는 의미다. 옛날에는 깔고 앉아 있는 주거가치대비 지금의 주거가치가 더 올라간 것은 그만큼 화폐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예전보다 월에 똑같은 돈을 버는데 더 많은 투자비용이 들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자영업에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의미는 시중에 도는 돈이 모두 부동산 같은 것에 묶여 있는 것이고 부동산 등의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그들이 그 정도 돈을 들여야 월 소득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영업에 투자되는 비용도 높아지고 투자대비 벌어들이는 소득도 많지가 않다.
개인적으로 한국경제가 베네수엘라처럼 될 일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성장은 끝물이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어떤 방식으로든지 간에 투자는 필요하다. 한국은 가만히 있어도 주머니가 가벼워지게 하는 좋은(?) 시스템을 만들고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남들이 가지지 못한 탁월하지만 오랫동안 사회에서 평가받을만할 재능을 기반으로 월소득을 벌어들이는 것이다. 그건 아파트가격의 등락이나 주식의 등락, 사는 곳의 차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물론 그런 것도 있다면 그런 건 플러스 옵션이다.
돈과 노력은 비례관계도 아니고 정비례나 반비례등과도 그렇게 인과관계도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개개인이 가진 여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는 항상 고민해야 생활이 평온해질 수밖에 없으며 자유로운 선택폭이 넓어질 수가 있다. 우리에게 돈이 필요한 것은 선택의 자유 때문이지 남들보다 더 잘살고 있다는 보이기 위함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