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주택을 짓고 싶었던 마음이 담겼던 고택
땅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아무리 높은 곳에 살아도 결국에는 디딜 곳이 있어야 하며 디딜 곳이 있어야 사람은 살아갈 수가 있다. 땅은 제한적인 자원으로 예로부터 땅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은 항상 있어왔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가지면 행복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그 무엇인가를 얻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는 다양한 용도가 있고 용도에 의해서 공간의 쓰임이 결정되기도 한다. 보은의 어떤 마을에 가장 큰 부를 가졌던 집안이 있었다.
전국에 자리한 어떤 고택을 가보아도 이렇게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는 고택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속리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큰 개울을 이루는데, 개울 중간에 돌과 흙이 모여 삼각주를 이루니 배의 형국 같은 섬에 자리한 고택이다.
한 집안의 고택이 이렇게 너른 땅 위에 자리하고 있다. 큰 나무들이 즐비하고 돈이 많아서 마을의 아이들 중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뽑아 사비를 들여 교육시킨 선각자의 집으로 소문난 선(宣)씨 댁이라고 한다.
보은 하면 바로 생각나는 산이 속리산이다. 보은은 풍요롭고 아늑한 지역이다. 무더운 여름 속리산을 이어가는 꼬부랑길 말티재가 있으며 보은 송로주로도 유명한 곳이다. 말티재하면 보은을 지나갈 때 항상 보았던 고개가 아닌가.
집의 마당에는 얼핏 보아도 100여 개는 되어 보이는 큰 장독들 속에서 장들이 익어가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장을 팔기도 한다는데 어떻게 구매해야 하는지 확인은 하지는 못했다.
보은군은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보은과 상주 사이에 있는 화령이 있어서 상주에서 청주로 갈 때 반드시 보은을 거쳐야 했기 때문에 충주-문경 사이에 있는 조령과 함께 경상도로 통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이후 1905년 경부선 개통으로 인해 충청도와 경상도를 오가는 교통로가 추풍령으로 넘어가면서 화령과 조령을 통하는 교통로는 잊혀갔다.
일제강점기에도 큰 부가 있었던 이 집은 1919년에서 1921년 사이에 당대 제일의 목수들을 가려 뽑아 후하게 대접하면서 이상형의 집을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빈 공간처럼 보이는 곳에도 다양한 용도의 건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는 공원으로 조성되어도 될만한 공간이 곳곳에 넓게 남겨져 있다. 처음 찾아온 사람들은 입구가 어닌지도 모를 만큼 넓다. 저 앞쪽으로 가면 대문이 있는데 대문은 솟을대문이고 행랑채가 좌우로 섰다. 대문간까지 합쳐 단칸통의 32칸 규모이다.
외국인들에게 김치와 장문화를 체험하는 데 있어서 충북 보은 우당 고택도 자주 참여를 한다고 한다. 보성 신 씨 김정옥 종부의 손맛이 잘 알려져 있다.
걸어서 고택을 돌아보다 보니 대문이 드디어 보인다. 대문에서 이리오너라라고 이야기해 봤자 안쪽에 있으면 들리지도 않을 듯하다. 중문은 솟을삼문형이다. 사랑채는 남향하였고 무사석같이 다듬은 세벌대 위에 자리 잡았으며 평면은 H자형의 2칸 통인데 앞, 뒤퇴가 있어 더욱 넓은 공간이 되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질시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베풀어 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현재이든 과거가 든 간에 사람들이 살았던 공간을 거니는 것은 누군가의 삶을 통해 삶을 유연하게 만드는 데 있다.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던 집구경을 하는 것이 고택만 한 곳도 없다. 사람은 유연하게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실패로 정의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회복탄력성을 키울 수가 있다.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곳에 방문해서 머물다 보면 글이 쓰고 싶어 진다. 이렇게 발길을 하고 새로운 공간을 발견하는 노력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인정할 때 내가 나에게 건네는 감정의 토닥거림이 있다. 이것을 통해 자신이 마주하고 싶은 변화를 향해 가고 있음을 알고 다시 노력할 힘을 얻는다. 그래 이렇게 살아가도 참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항상 함께할 수는 없지만 어떤 사람이 보는 눈과 마음으로 그곳을 여행하듯이 방문하다 보면 우리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에 대해 같이 공감해 볼 수가 있다. 보은 우당고택은 참 넉넉하고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