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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0. 2024

호구의 심리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거나 누군가보다 나아지고 싶거나.

보이스피싱이나 주식리딩사기, 중고거래 사기등은 왜 근절되지 않을까. 사회 평균적인 기준으로 볼 때 지능이 높은 사람이든 지능이 낮은 사람이 든 간에 바보처럼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바보처럼 보이는 것은 사회에서 경쟁력이 없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을 수가 있다. 경쟁력이 없다는 것은 도태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바보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생각보다 많은 심리적인 저항벽을 세워두고 살아간다. 평소에 똑똑하다고 평가를 받는 직군에 있는 사람들조차 그 저항벽만 넘어서면 생각보다 쉽게 사기를 당하는 사례를 보기도 한다.  


최근에 많이 행해지고 있는 사기의 선두주자는 주식리딩사기다. 개인적으로 주식리딩사기를 하는 방에 몇 번 들어가 본 적이 있었다. 단톡방이나 밴드에서 단체로 대화를 하는데 그들의 대화를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어떤 교주와 비슷한 취급을 받는 혹은 유명한 교수로 일컬어지는 사람이 있고 일반인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벌었는지를 인증하는 이미지 등을 올린다. 요즘에 인스타그램등에서 그런 걸 인증해서 올리는 것이 줄어든 반면 단톡방등에서는 여전히 그런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성공적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기는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형의 삶을 이루어줄 것 같은 심리를 파고 들어간다. 분명히 자신은 모르지만 어딘가에는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이루어주겠다는 알지 못하는 사람의 말을 믿어보는 것이다. 속는 것이 아니라 속을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들이 볼 때는 호구가 된 것이다. 단톡방에서 여러 명이 참여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떤 맥락이 전혀 없음을 볼 수 있게 된다. 중간중간에 오늘 식사에 대한 이야기나 날씨 혹은 여행 등이 언급이 되지만 대화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곁가지 같은 느낌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날 누군가 얼마의 수익을 냈느냐가 주목을 받게 만드는 데 있다. 


아무리 시나리오를 잘 써도 하나의 캐릭터에 페르소나를 완벽하게 씌울 수는 없다. 그 정도 능력이 된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일할 리도 만무하다. 만약 한 명이나 두어 명이 그 대화방의 다양한 아이디로 대화를 한다면 빈 공간이 숭숭 드러날 수밖에 없다.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억지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건 자신이 남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에만 모든 생각을 채우고 있는 것에서 생각의 여유를 만들면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그런 생각의 여유가 없다. 그냥 모든 것이 타당해 보이고 납득이 되며 그들이 보여주는 거짓 정보를 그냥 믿는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포통장과 대포폰만 제대로 막을 수 있어도 이런 사기는 대부분 성립이 되기 어렵다. 노숙자나 신용불량자에게서 얻던 대포폰이나 대포통장이 은행의 까다로운 요구등으로 쉽지가 않자 요즘에는 법인을 활용한 통장과 폰이 나오고 있다. 법인의 설립요건이 너무나 쉬워졌기에 막을 수 있는 전세사기도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개개인이나 법인의 신용이력은 조회해서 사기등에 악용되지 못하도록 막는다면 불가능하지 않다. 플랫폼 기업이나 오픈뱅킹이 가능해진 요즘 그런 정보를 얻는 것이 수월해졌다.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서 그들의 사라지지 않는 기록 등을 따라가면 된다. 


태어나서 빠르면 10대 후반, 늦어도 20대에는 금융생활이나 사회에서 신용을 획득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된다. 이런 기록들은 악용하지 못한 상태에서 활용된다면 얼마든지 각종 사기를 막을 수 있는 데 사용할 수 있다. 즉 30대, 40대, 50대에 갑자기 어떤 통장의 명의자가 되었는데 신용기록이 거의 없거나 과거의 기록이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통장으로 이체가 되었을 때 무조건 검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악성앱등으로 사기피해를 당하는 사람에게 전화가 되지 않거나 도중에 문자 등을 인터셉트한다고 하더라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자 다시 호구가 되는 사람들의 심리로 돌아가보면 그 사람은 가까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는 심리도 노린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등을 활용한다. 가까운 사람의 난처한 상황을 이용해 무언가를 하도록 하는 것은 그 순간 도와주지 못한 것에 후회할지도 못한다는 점을 노리는 것이다. 이 순간 도와줄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말 강력범죄가 아닌 이상 세상 무너질 일은 많지가 않다. 시간 좀 지난다고 해서 문제가 될 일이 없지만 그 시간적인 여유를 주려고 하지 않는다. 


호구의 심리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누군가는 선의를 가지고 자신을 도와줄 것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타인은 선의를 믿을 수 없기에 큰 장벽을 세워둔다. 너무나 많은 사례가 나오고 온갖 채널에서 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다시 호구의 심리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분명히 현명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자신하기도 한다. 중거거래의 사기 중에 패턴은 어떤 사례를 이야기해 주고 그렇기 때문에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것을 악용한다.  


사람은 매번 선택하면서 살아간다. 그 선택이 최선일 필요는 없지만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이 큰 이익을 주거나 삶을 바꾸어줄 것이라는 생각자체를 해서는 안된다. 수많은 선택이 모여서 큰 줄기를 만드는 선택이 만들어지지 작은 선택이 많은 것을 변화시켜 주는 일은 거의 없다. 아주 좋은 일도 아주 나쁜 일도 쉽게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모든 가치를 하나의 기준으로만 판단하지 않는다면 호구의 심리에 머물러 있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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