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해 줄 공감능력이 없다.
사회의 어떤 변화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지 않지만 어떤 변화는 누군가의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개당 300만 원을 호가하는 디올 백의 원가가 단돈 8만 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큰 논란이 되었다. 267만 원에 판매되던 조르지오 아르마니 가방은 약 14만 원, 심지어 1,200만 원을 호가하는 로로피아나 스웨터의 원가가 고작 39만 원에 불과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고 한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그렇게 비싸게 팔린 물건이 그렇게 저렴하게 생산되느냐에 대한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다.
마치 그런 비싼 물건을 만드는 데 있어서 노동자들을 착취한다는 구조로 논점으로 이끌어가기도 한다. 그런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는 과연 착취를 당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적절한 임금을 받으면서 일할뿐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데 있어서 고수익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한다는 약간은 불편한 진실 외에는 없다. 개인적으로 그런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만한 사유가 많지 않아서 구매욕구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런 제품을 소비하면서 사회적 입지를 보여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런 수요에는 얼마나 저렴하게 제품을 생산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그나마 생산비라도 비쌌으면 그런 제품을 사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사실 명품이라고 부르는 제품들은 기능은 별개고 브랜드와 예술적인 디자인의 가치를 금액으로 산정해서 판매한다. 원천 디자인의 권리가 제조사에 있지 노동자에게 있지가 않다. 예를 들어 애플의 칩설계와 전체적인 디자인은 본사에서 하더라도 실제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은 값싼 중국에서 생산해서 비싼 소비자가격에 파는 것과 유사하다.
성을 매개로 살아가는 여성들을 비난하거나 그런 시장 자체를 원칙적으로 없애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같은 성을 가진 존재들이 자신의 가치를 떨어트린다고 생각한다. 쉽게 돈을 벌고 싶던 환경이 그러하든 간에 성을 매개로 살아가는 여성들(혹은 남성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체적으로 불만이 없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입장은 고려할만한 것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걸 반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인 것이다. 과거 사창가와의 전쟁을 통해 매춘이 없어졌는가를 본다면 그렇지가 않다. 전혀 다른 형태로 스며들어 있고 오히려 왜곡되기까지 했다.
서로의 입장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서로 서 있는 곳에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어떤 풍경이 보이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렇지만 거기까지 걸어서 가서 보는 수고는 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여전히 입장 차이는 존재할 수밖에 없다. 나비 효과처럼 성에 대한 왜곡은 범죄의 형태로도 나오고 범죄의 형태로 나오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비난을 한다. 왜 그런 범죄의 형태로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보려는 사람은 드물다. 사회가 어떤 비합리적인 대상을 지우고 나면 깨끗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인간이라는 존재를 너무나 단순하게 보는 것이다.
결혼에 대한 입장차이는 어떨까. 안정된 직장, 안정된 주거와 교육비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이 남자와 여자의 입장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에 이혼을 염두에 두고 결혼하려는 사람은 많지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많은 남녀가 이혼의 과정을 겪게 된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누군가가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지 않고 참았기에 결혼의 과정이 유지가 될 수 있었다. 연애는 여자가 결정하지만 결혼은 남자가 결정을 해야 가능하다. 물론 남자가 결정을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혼을 했을 때 남녀가 모두 심리적, 경제적 타격을 받겠지만 특히 다수의 이혼은 남자에게 불리하게 작용을 한다.
경제적인 관점으로만 본다면 자신이 노력한 것에 대부분을 나누어야 하는 것은 남자의 입장이다. 반면 맞벌이를 하지 않는 가정하에 여자는 최저임금과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기준으로 가사와 육아에 대한 비용을 인정받으려고 한다. 이혼하는 순간 가정법원에서는 대부분의 사례에서 여자에게 양육권을 주고 양육비를 남자 쪽에 청구하는 식으로 결정한다. 게다가 형성한 대부분의 재산까지 나누게 된다. 이혼을 하는 순간 그나마 가정도 깨지고 매일 집에서 아이를 만나는 것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로 제한되고 부담해야 되는 돈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면 어떤 입장이 될까. 수많은 미래 시나리오가 미리 그려져 있는 상황에서 남자가 결혼을 결정하는 것은 매우 힘든 입장이다.
입장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되면 모든 문제가 풀리지 않고 대립만 만들어낸다. 모든 일을 자신이 직접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거기 서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도 않고 같은 태도를 취할 수는 없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태어나고 다른 유전자를 받았으며 다른 교육환경에서 자라나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공감능력은 지혜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장 큰 문제는 사회 전반에 적용되는 기준을 결정하는 대표로 나오는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에서만 고려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정치인들이나 언론등에서 노출되는 사람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을 해버린 것들이 개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그들은 어떤 식으로든 분출하려고 할 것이다. 입장에 대한 관점들은 생각의 밀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