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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6. 2024

생각의 망치

사람들의 생각을 규정짓고 지금도 자행되는 것들

지금으로부터 500년도 훨씬 전인 1487년에 슈트라스부르크라는 곳에서는 유럽에서 오랫동안 스테디셀러처럼 팔린 책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200여 년간 유럽전역에 사람들에게 생각의 행동강령처럼 자리 잡았고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50만 명은 넘게 추산하기도 한다. 과거 유럽에서도 책은 매우 귀한 것이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발명되기 전까지 성경은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이었으며 신부의 말에 사람들은 의존해야 했기 때문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었다.


어떤 글이나 사람의 말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상당히 큰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성경이 오랜 시간 이단이 나오고 사이비가 등장하며 신이 그것을 바라셨다고 하는 말에 모두 현혹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과연 그런 흐름에서 자유로울까.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말해주는 사람 듣고 싶은 대로 말해주는 사람에게 휘둘려서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심지어 자신의 전재산을 내어주고도 그것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가 쓰고 있는 생각의 밀도라는 책에서 처음 생각의 망치라는 표현을 언급했다. 사람은 생각으로 인해 자신을 규정짓고 한계를 지으며 다른 존재를 설명하기도 한다. 필자는 생각의 망치가 자리 잡게 되면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을 한다. 생각 속에 모든 것이 규정지어지게 되면 생각의 망치는 현실화되기도 한다. 앞서 말했던 스테디셀러가 되었던 책의 제목은 "모든 마녀와 이단 행위를 강력한 창처럼 심판하는 망치(라틴어: MALLEUS MALEFICARUM, Maleficas et earum hæresim, ut phramea potentissima conterens, )"이다. 이 책은 "마녀를 처단하는 쇠망치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이른바 마녀의 망치라고도 불리기도 했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의 발명은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성경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성경을 해석해 주는 신부의 입만을 바라보고 교황의 말 한마디가 신의 말로 여겨지던 시대였지만 사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시대적 배경을 보면 지구의 기온이 떨어지면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줄어들었으며 흑사병과 같은 질병에 노출되면서 사회적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종교의 권위가 지속적으로 하락을 하고 있을 때 로마 가톨릭교회 도미니쿠스 수도회의 수사인 요하네스 슈프랭거와 하인리히 크래머가 쓴 이 책은 교황 인노첸시오 8세가 서명하고 당대의 종교 지식인들이 인증하면서 지금으로 말하면 헌법과 같은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486년에서 1600년 사이 무려 28판이나 발행됐는데 유럽 전역에서 200여 년간 마녀사냥의 열풍을 불어 일으키게 만들었다. 마녀의 색출법과 고문 방법뿐만이 아니라 마녀재판의 법절차를 해석했는데 구약성경 출애굽기 22장 18절의 "너희는 주술쟁이 여자를 살려 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구절을 나름의 합리적인 법해석을 통해 마녀를 어떻게 처단해야 하는지 다루고 있었다. 마술 혹은 주술이 실제로 존재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사탄에 유혹에 굴하기 쉽다는 입증 시도를 통해 마술의 형태와 마녀의 행동, 마녀의 식별등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우박과 폭풍, 악천후를 부른다. 마법을 걸어 인간과 가축을 살해할 수 있다. 사람과 가축에게 불임을 일으킨다. 슬쩍 만지거나,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에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배 속에 있는 아이를 살해할 수 있다. 인간의 마음에 비정상적인 애정이나 증오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해결할 수 없는 굴주림과 죽음에 맞닿아 있던 사람들에게 마녀들의 처단은 세상에 희망을 찾고 원흉을 없애는 일이었다. 초기에는 종교재판소 소속의 종교재판관들이 마녀를 잡아들이기 시작했으며 왕국의 재판소들도 합류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된다는 이유로 많은 여자들을 고발했으며 복수하기 위해 마녀사냥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마녀사냥은 없을까. 사람들은 모든 존재와 접촉할 수 없으며 접촉한다고 하더라도 실체적 진실을 알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가 된다. 유튜브나 언론등에서 교묘하게 마녀사냥을 하는 경우는 너무나 많다. 사람들은 진실이 무엇인지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가진 생각의 망치로 누군가를 때릴 뿐이다.  그것이 거짓으로 드러나도 그것은 언제든지 변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잊히면 그만이니 말이다. 더 많은 정보와 더 많은 소식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도 왜 생각의 망치를 내려놓지 않는 것인가.


마녀를 확인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마녀 혐의자들의 옷을 모두 벗긴 후에 온몸의 털을 모두 밀어버리고 점이란 점마다 바늘로 깊숙하게 찔러서 아프지 않은 점을 찾았다. 악마의 표식인 점은 아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런 점을 찾는 과정을 끝까지 했다. 그리고 묶어서 물에 떨어트리는 시험이라던지 불로 달궈진 쇠판 위를 걷게 하고 그렇게 하더라도 자백하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고문하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정의롭고 진실을 이끌어내는 사람이라고 확신을 했었다.


마녀의 망치에서 비롯된 마녀재판은 점점 더 다른 형태로 발전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미망인이 된 여자나 홀로 살면서 돈을 모았던 여자를 비롯하여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재산은 몰 수하는데 악용이 되었다. 마녀재판을 하기 위해서는 그 당사자에게 모든 비용을 받아냈다. 자신을 죽이는데 쓰이는 비용부터 마녀로 판단하기까지의 과정, 밥값,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갔던 모든 사람들의 인건비등 모든 비용이 청구되었다. 그리고도 남아서 남아 있는 사람들이 나누어 가졌다. 노비를 잡으러 다니는 추노처럼 마녀를 추적하고 사냥하는 마녀 감식인이 등장하였으며 마녀 사냥꾼이라는 영화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생각의 망치는 생각의 차이와는 다른 개념이다. 차이는 단순히 그것을 인정하는 데에 국한이 되어 있다면 생각의 망치는 스스로를 움직이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며 마녀사냥처럼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데도 사용이 된다. 책은 평소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상황이 안 좋아지면 선동하는데 쉽게 사용이 된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은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의 틀에만 맞는 책을 조금만 읽고 그것에 확신하는 사람이다.


생각의 망치는 어떻게 다듬냐에 따라 쓰임새가 달라지게 된다. 누구에게나 생각의 망치는 있다. 그렇지만 그것의 형태나 돌출되는 타이밍은 다르다. 다만 다른 세력이나 사람에 의해 그 도구가 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는 깊고 행동은 분간되며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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