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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02. 2024

월 ~~~ E

미래를 먼저 가보는 로봇의 삶에서 어떤 목표가 소중할까. 

700년이라는 시간 동안 홀로 지구를 청소하고 있는 청소로봇 월 E는 폐기물을 모아서 육면체로 압축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구와 대화하지도 않으면서도 그 시간을 오롯이 견뎌낸 로봇은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형태의 식물 탐사 로봇 이브를 만나게 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좋은 것을 원하면서 가사를 줄어들게 만드는 것에 대한 욕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사를 대신할 상품중에 로봇 청소기만 한 것이 있을까.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그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는 무척이나 중요한 이슈이기도 하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가사에 투입할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소비로 여기는 요즘이다. 그렇지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느낌의 월 E는 새로운 감정에 목말라 있다. 700년 전 인류가 남겨둔 로맨스 영화 ‘헬로, 돌리!’를 보며 사랑이란 어떤 감정인지 궁금해하는 감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거대기업으로 인해 우리의 생활이 편해진 것도 있지만 그 기업에 의해 큰 제약을 받기도 한다. 월 E속에서의 세계를 지배하는 초거대 기업 ‘BnL'은 눈부신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근사한 물건을 계속 양산했다. 사람의 소비는 반드시 쓰레기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 기업은 소비를 부추기고 사람들은 자신이 누리는 모든 것이 당연하다는 듯 죄의식 없이 쓰레기를 버리는 인간을 위해 뒤처리를 로봇이 하고 있다. 

한국도 매우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가장 많은 전기를 쓰는 대도시에서 가장 멀리 있는 곳에서 원자력을 사용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비효율을 감내하고 쓰레기는 버리지만 그 쓰레기를 버리는 것은 우리 지역에는 만들지 못하게 하는 이기적인 마음을 가진 것이 인간이다.  BnL은 ‘우주 이주 프로그램’을 수립하고 인류를 지구 밖 새로운 보금자리로 안내할 초거대, 초호화 우주선 ‘액시엄’ 호에 태운 뒤 떠나는 것처럼 인류의 미래도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  

흘러간 세월을 증명이라도 하듯 원래도 누추한 외양은 녹슬고 헐어서 더욱 초라해 보이지만 월 E는 쓸모가 있는 사람을 닮아있다. 일어나면 뿌연 대기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향해 태양광 패널을 펼쳐 충전을 하고 일터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로봇 앞에 이브 EVA(Extra-terrestrial Vegetation Evaluatior)가 등장한다. 특별히 악역이 존재하지 않는 애니메이션에서 월-E가 겪는 위기는 ‘이브를 잃는 것’이다. 

월 E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디스토피아 속에서의 사랑이라는 새싹이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에게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존재의 의미다.  

월 E를 그려보고 있다. 우연하게 생각난 캐릭터를 그리면서 2008년의 시간을 생각해 본다. 앞으로도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가겠지만 분명히 아주 성능 좋은 로봇 청소기가 집의 가사를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남겨둔 자산이 미래에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은 월 E가 주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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