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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1. 2024

정말 이상한 대출, 전세

득 보다 실이 더 큰 이상한 주택보급의 방법

임대자가 세입자를 상대로 작정하고 보증금 사기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집값이 급등락 하는 와중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빚어지는 딱한 사정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자신의 대부분의 돈을 날리거나 심지어 대출까지 떠안게 된 피해자의 입장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전세는 사실 정말 이상한 대출의 형태다. 은행이 개개인에게 대출을 해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확인하는가. 개별거래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기 위해서는 많은 것을 봐야 한다. 그 사람의 신용을 확인할 수 없는데 돈을 빌려주는 것은 미련한 짓이며 법적으로 공증은 기본으로 받아야 한다. 


전세라는 것은 집주인이 자신의 집을 담보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는 것과 같다. 대신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가 아니라 거주권을 주는 것이다. 빌려주는 사람의 신용을 확인하지 않고 그 물건에 대해서만 보는 것도 정말 이상한 제도며 시스템이다. 사람에게는 여러 자산이 있을 수 있는데 자산 하나만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 사람의 신용이 좋다고는 볼 수가 없다. 그 사람의 신용도 확인이 안 되고 불투명한 상태에서 이상한 거래를 해왔으며 그 결과 오늘날의 전세사기가 벌어진 것이다. 


제도적으로 전세를 주려고 하는 사람의 신용을 확인하고 그 사람의 지금 경제적인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이 되어야 한다. 아무나 전세를 놓아서는 안된다.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돈을 누군가에게 맡기면서 그렇게 허술하게 거래를 했으니 사기가 안 일어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게다가 집주인이 바지사장인 경우는 더욱더 그러하다. 어디선가 굴러먹었을지도 모르는 사람이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이 과연 믿을만한 사람인가. 


최소한 그 사람의 대출상황이나 법적으로 전세를 줄 수 있는 경제적인 상황인지를 파악한 다음 확정일자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 대출을 해준 것 같은 법적인 공증절차도 마련이 되어야 한다. 한국에서만 있는 유일한 주택의 거주방법이라면 한국에서만 있는 유일한 강제적인 법적인 절차도 만들어두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세상에 좋은 것이 좋다고 하는 것이 어디 있으며 사람의 탐욕은 거짓을 안타까움으로 포장해서 벗어나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전세사기를 정부가 보상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법적인 보완을 하고 세입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경우 책임도 져야 한다. 언제 부동산 업자의 말을 신의 말씀처럼 신봉하고 살아가는가. 가장 큰돈을 맡기는 상대방의 실체를 모르면서 무슨 경제생활을 한다는 것인가. 정부나 정치권은 전세를 대출로 보지 않고 전세가 있음으로써 부동산경기가 활성화되는 것만을 노린 것이다. 만약 철저하게 대출적인 관점으로 보았다면 한국의 부동산에 거품이 끼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도 있었다. 


전세는 정말 이상한 대출의 한 형태다. 가장 큰돈을 대출해 주면서 부동산 업자의 말을 근거 없이 모두 믿고 주택을 소유한 사람의 신용상태 따위는 보지도 않고 빌려준다.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신뢰사회라는 것은 모든 제도가 뒷받침된 상태에서 모두 확인하고 나서야 있는 것이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하는 것은 그냥 엉성한 사기의 대상일 뿐이다.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은행에서 그렇게 대충 하는지 묻고 싶다. 부동산 중개인이 은행에 가서 자신이 책임지겠으니 그냥 믿고 빌려주라고 하면 과연 은행이 그 돈을 선뜻 내줄까. 


일반인들도 똑같다. 계약은 계약일뿐이다. 그 사람의 신용상태를 확인하지 못하고 만약 그 얼굴마저 볼 수 없는 상태에서 계약은 독약을 마시는 것이나 진배없다. 하다못해 집주인과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지문으로 그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고 은행에 가서 그 사람의 신용이 대출이 가능한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 아닌가. 그 목숨과도 같은 돈을 그렇게 허술하게 계약해서 날려버릴 마음을 먹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전세를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장 큰돈을 대출해 주면서 살고 있는 것이다. 묻고 따지지도 않을 생각이라면 개미지옥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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