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관점에 불과하다.
흔히 정치인이 공정하게 XX 하고 상식적으로 XX 하겠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이 느끼는 공정과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사실 공정과 상식은 상당히 주관적인 관점이기도 하다. 법 앞에 공정과 상식적인 행동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중, 고등학교 대학교등에서 갈려지게 되는 학벌을 얻게 되는 과정이 과연 공정한가. 공정해 보이는 점수만 있을 뿐이지 사실 시험을 이루는 과정등은 모두 공정하지 않다. 시험장으로 가는 여정까지 어떤 사람들은 멀리 돌고 돌아서 그리고 가시밭길을 통과해야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 과정까지 가는 길이 탄탄대로 이기도 하다.
만약 세상이 공정했다면 변호사들은 대부분 다른 일자리를 찾아봤을 것이다. 결과가 투명하게 드러났다고 해서 과정까지 공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상식적으로 보인다고 해서 그 과정이 상식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공정과 상식에 기반에서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살아간다.
어떤 이들의 공정과 상식은 그들만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공정의 잣대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도 사실 상당히 많으며 A에겐 상식적인 일이 B에게는 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가 다르고 한 번의 기회로 얻어지는 것들이 상식적이지 않은데 어떻게 상식적일 수 있을까. 공정이라고 하는 것은 공명정대의 준말로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지만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물리학적으로 볼 때 모든 질량은 어떤 조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무결한 상태에서 시간이 지나갔을 때 오염되지 않게 된다.
우리 사회가 과연 그렇게 어떤 조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순수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시험을 공정하다고 하지만 시험만능주의는 오히려 조건이 좋은 가정이나 계층에게 공정의 타이틀을 붙여주면서 그 차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결과를 만들고 있다.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그 차이에 의해 우월한 느낌을 받는 것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 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면 허울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
상식은 과연 어떠한가.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는 사전적인 정의에서 일반적이라는 것이 어떤 기준에 맞춰져 있을까. 사람마다 지식이나 판단력은 모두 다르며 어떤 이들에게는 아주 상식적인 일이 예외가 되기도 한다. 시험만능주의는 마치 공정한 것처럼 보이는 결과에 의해 상당기간의 독점과 공정해 보이는 자리를 보장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능력을 검증한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누군가가 공정과 상식을 공개적으로 계속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만큼 공정하지 않고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공정과 상식은 입장에 따라서 전혀 다른 잣대가 되기도 한다. 즉 공정하지 않은 일이 공정하다고 보일 수 있으며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이 상식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공정과 상식이 중요한 것은 나라의 근간을 지탱하고 개개인에게 성장동력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적이지 않은 사회에서 누가 노력하고 누가 나아질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겠는가.
모든 사람이 동상이몽을 하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공정과 상식을 해석한다면 자신이 불리한 입장에서 공정과 상식을 외칠 수 없게 되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공정과 상식이 힘에 의해서 결정되는 나라가 된다면 한 국가의 주주로서 혹은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게 된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메타인지가 필요한 시대에 공정과 상식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