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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3. 2024

한국의 군주론(君主論)

리더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도 필요한 고전

어떤 책들은 읽는 사람의 역량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된다. 책 하나로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고 지금까지 몰랐던 것을 깨달을 수도 있다.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권하는 수많은 콘텐츠들이 생산되고 있다. 필자는 이런 시기에 권하고 싶은 책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꼽아본다. 인간이 하고 있는 일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매우 명쾌한 책이다. 왜 인간들이 그런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지 혹은 리더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자신이 누리던 지위를 모두 잃어버리고 쓴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이탈리아 피렌체공화국 통치자 로렌초 데 메디치(Lorenzo de‘ Medici·1449~ 1492)에게 바치는 헌정서다. 그가 군주론을 쓸 수 있는 데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컸다. 1469년에 태어난 니콜로 마키아벨리는 넉넉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났다. 정부의 고위층에 있었지만 마키아벨리가 태어날 때쯤에는 공직에서 파면되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태였다. 세금을 내지 못해 공공의 공간에 이름이 적힐 정도였다. 


당시 책을 소유한다는 것은 상당한 사치였는데 아무나 책을 소유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는 아들에게 필요한 라틴어와 문법과 인쇄소에서 9개월을 일하고 마키아벨리가 읽히고 싶은 책 10권짜리 로마사를 받아다 주었다. 그의 탁월한 통찰력으로 쓰인 군주론은 이때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 받은 교육 덕분에 남다른 문장력을 가지게 된 마키아벨리는 피렌체에서 제2서기관으로 임명되며 공직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는 이후 로마사를 읽고 정리해서 로마사논고를 썼다. 


마키아벨리가 남긴 말은 잘못 해석되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방식으로만 이용되기도 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감단하여 예언자로 칭송하기도 하고 행간에 숨겨진 의도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괴짜라고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사람은 선한 의지로 모든 사람을 대할 수도 없고 모든 사람을 이해하려는 것은 가장 미련한 짓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보면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처세도 볼 수가 있다. 


“인간이란 은혜를 모르고, 변덕스러우며, 위선자인 데다 기만에 능하며, 위험을 피하고 이득에 눈이 어둡다” 군주론에 등장하는 내용이다. 인간이라는 대상을 순진하게 바라보고 사랑으로 대한다면 그렇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이브한 생각에 말뚝을 박아버린다.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나 현대시대나 권력자는 똑같은 형태로 싸움을 하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의 형태다. 하나는 법을 통한 싸움이고 또 하나는 힘으로 하는 싸움이다.


가장 많이 거론되는 표현 중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은 마이아벨리즘의 핵심중 하나이지만 그 속에 숨은 행간은 공공(다수)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일 때라야 유의미하다는 것도 그의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어떤 정치인들은 자신의 집권이 공동체의 이익이며 국민이 원하는 것이라고 흔하게 말하기도 한다. 정말로 공동의 이익을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피렌체에서 외교를 담당했을 정도의 고위관료였지만 한순간에 정권이 바뀌면서 옛정권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투옥되어 참기 힘든 고문을 당한 끝에 겨우 풀려나 자신의 작은 시골집에 틀어박혀서 14년 동안 로마사논고와 군주론을 쓴다. 타인에게 해가 끼치는 나쁜 일을 하거나 이득이 되는 좋은 일을 하더라도 과정에서 미움을 받을 수가 있다. 이는 알프레드 아들러가 말하는 미움받을 용기와도 맞닿아 있다. 타인은 자신이 어떠한 방법을 쓰던 지간에 생각의 변화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들은 아버지의 죽음을 상속 재산의 손실보다 더 빨리 잊어버린다."

"사람들은 자신을 두려운 존재로 만드는 자보다 사랑받는 존재로 만드는 자를 해칠 때 덜 주저한다."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혹은 자신과 길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굳이 가족이라고 해서 오랜 인간관계라고 해서 놓치지 않으려고 의미 없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인간은 변덕스러우면서 자신에게 순간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그것에 맞춰서 행동할 뿐이다. 마키아벨리가 과연 군주론에서 표현한 것처럼 냉소적이면서 때론 인간에 대한 경멸감을 주려고 썼을까. 그가 쓴 책의 행간에 숨겨진 의미를 찾다 보면 오히려 냉정한 것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판단력(cervelli)에는 세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스스로 깨치는 부류다. 다른 하나는 타인이 깨달은 것을 알아보는 부류다. 세 번째 부류는 스스로든 다른 사람을 통해서든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자들이다. 첫 번째가 가장 훌륭하고, 두 번째는 훌륭하며, 세 번째는 쓸모없는 자들이다." 


사람을 대할 때는 그들이 말하는 태도와 표정 그리고 이해하려는 의지 등을 보면 그 사람이 꼭 필요한 사람인지 혹은 굳이 관계조차 할 필요가 없는 사람인지 알 수가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는 사람이라면 의지를 가지고 읽어야 한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세상에서 경험한 것들 그리고 어릴 때에 익혀왔던 문장력을 통해 책상을 치면서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를 통해 고금을 오가며 시대의 오류를 간파한 역사가였으며 진실과 현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총 26개의 장으로 이우러 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진실을 왜곡하게 만들 정도로 덫을 곳곳에 깔아놓은 책이다. 그렇지만 주도적인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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