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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운치가 있는 고택

‘乙酉三月’(1885년)과 ‘丙戌三月’(1886년)의 영동 규당고택

고향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보통 태어나서 자라고 살았으며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장소를 의미한다. 시간, 공간이 마음과 연결된 공간이며 다양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필자에게는 그런 고향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모두 다 말할 수 없는 어릴 때의 환경 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것이 지워지듯이 기억이 나지 않으며 어릴 적의 친구들도 거의 없다. 물론 매우 세련되어 보이는 스타일답게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지금은 그곳에서 살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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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환경 덕분인지 몰라도 어떤 지역을 가더라도 그곳이 고향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바다에 가면 바다에 간대로 도심 속에 고택을 방문하면 그런대로 상상을 해본다. 이곳은 영동군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으로 영둥군의 대표적인 규당고택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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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을 지을 때만 하더라도 상당히 큰 부를 가지고 있었는지 꽤나 공간이 넉넉하다. 마을 골목길인데도 불구하고 넉넉한 주차공간과 옛 고택의 규모를 연상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대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영동군 규당고택은 1984년 국가민속문화재(현, 국가민속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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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문화재 지정 당시의 명칭은 영동 송재휘가옥이었으나 2007년 초 가옥을 지은 송복헌의 호 '규당'을 따라 '영동 규당 고택'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 집 기와에서 '을유삼월(乙酉三月:1885년)'과 '병술삼월(丙戌三月:1886년)'이란 두 종류 명문이 있었다고 한다. 집을 지은 송복헌이란 분의 호가 '규당'이기 때문에 규당 고택이라 이름 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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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큰 집이다. 길게 늘어선 담을 돌아서 들어오면 탁 트인 고택이 들어온다. 안채와 광채가 이마를 맞댄 'ㅁ'자 형 건물이 모습을 보이고 안채는 사랑 공간을 덧붙인 'ㄱ'자 형이다. 방은 왼쪽부터 부엌·안방·대청·건넌방 순으로 일직선으로 놓고 나서 꺾어서 작은방·마루방·아래사랑방·윗사랑방 순으로 배치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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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는 잘되고 있어서 이곳에서는 영동군등에서 개최하는 여러 행사가 열리고 있다. 이곳 주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넓은 터에 더 많은 집들이 들어서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지금은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건물들이 많이 없어서 넉넉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아쉬운 부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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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채는 평면이 ㄱ자형이고 앞뒤 퇴가 있는 구조로 서쪽의 첫째 칸이 부엌으로 칸 반 규모인 데다 앞뒤 퇴를 모두 포함시켜서 상당히 넓은 공간이 되었다. 부엌 다음이 안방이 있으며 아랫방과 윗방의 두 칸인데 뒤퇴를 골방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살았다면 누군가를 부를 때 꽤나 바쁘게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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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봉을 한 영화 둠벙은 충북 영동군이 배경이라고 한다. '둠벙'은 충북 영동군에 전해 내려오는 '도깨비 둠벙' 전설을 원천 소재로 삼았는데 물을 막아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기도 하는 둠벙을 인간의 욕망이라는 관점에서 색다르게 재조명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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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벙은 충청도 방언으로 웅덩이를 의미한다. 고향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가고 있는 현대인의 삶에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SNS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 같지만 가장 좋은 연결은 마음으로 이어진 신뢰의 끈이다. 사람이 떠나 온기가 사라진 고택이지만 그 손길이 있었던 시절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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