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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지도

함양 선비문화 탐방로의 함양 거연정과 함양 동호정

사전적인 의미로 생각은 헤아리고 판단하고 인식하는 것 따위의 정신 작용이며 마음은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작용과 곳의 차이는 무엇일까. 즉 생각은 무언가의 현상이며 마음은 정적인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생각만 가지고는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무언가가 생겨났지만 그것이 실현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 상태가 생각이지만 마음은 온전하게 부여된 느낌을 준다. 생각은 따뜻하던가 차갑다던가 그런 판단을 내릴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마음을 둔다 혹은 마음을 열었다던가 같은 표현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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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가본 곳 중에 가장 마음이 가는 곳은 함양군이라는 지역이다. 함양군은 계곡이 가진 매력이 다양한 굴곡과 함께 스며들어 있는 느낌이다. 수많은 선비들이 전국을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이름을 붙이고 9경 등으로 칭했지만 함양만큼은 독보적인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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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입구에서 함양 거연정을 다시 방문해 보았다. 살고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옛 안의(安義) 3동의 하나인 화림동 계곡으로서, 농월정과 용유담, 그리고 거연정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풍경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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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연정에서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 선비문화탐방로 2개 구간이 조성이 되어 있는데 화림동계곡의 백미인 거연정(경남유형문화재)과 농월정을 잇는 1구간(약 6㎞)이 인기라고 한다. 경남 함양은 지리산과 덕유산 두 명산이 걸쳐 있는 곳으로 전라북도와 경상남도의 콜라보 같은 공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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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팔담팔정(8개의 못과 8개 정자)'으로 이름났던 화림동계곡에는 현재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 농월정 등 7개의 정자가 남아 있다. 거연정 일원에서는 용왕신이 있어서 용신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신제는 음력 정월 대보름날 물가로 나가 용왕신에게 가정의 행운과 장수, 풍요를 비는 풍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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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의 거연정에서 거연(居然)은 뜻밖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뜻밖에 만나는 누군가에서 마음을 둔다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거연정은 너럭바위가 아닌 자연에 남아 있는 바위 위에 어떻게 잘 안착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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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만든 것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고 변하는 것인데 인간이 만든 정원은 오랜 시간을 거치는 동안 화재나 나무 부재의 부식 등으로 중수나 중건을 할 수밖에 없다. 거연정의 주변에서는 물놀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물깊이가 있다. 그래서 뛰어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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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가보면 알겠지만 때론 윤슬로 반짝이는 화림동 계곡은 청량하고 풍부한 물줄기는 계곡의 만을 감아 돌면서 이곳저곳에 작은 못을 만들어 놓는다. 정말 아름답다. 맑은 물과 너른 암반, 기암괴석과 늙은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있고, 아름다운 승경이 절정을 이루어 처음 보는 사람들이나 풍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푹 빠질만한 이유를 만들어주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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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래쪽에 너럭바위가 매력적인 함양 동호정을 보러 가야겠다. 현재 화림동계곡에는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 동호정(東湖亭) 등 세 개의 정자가 남아 있지만 명승으로 지정된 정자는 거연정이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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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거연정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호정이 자리하고 있다. 거연정에 비하면 매력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지만 탁 트인 풍광이 동호정이 자리한 공간의 매력이다. 거연정 주변과 비교하면 이곳에서는 앉아서 쉴만한 곳도 많다. 여름이면 힘들겠지만 가을에는 너럭바위에 앉아서 다과를 즐기기에 좋은 곳이 여러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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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내려가서 물이 흘러내려가는 것을 바라본다. 고요한 밤 냇물에 비친 달을 한잔의 술로 희롱한다는 의미를 가진 농월정(弄月亭)도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생각과 마음이라는 차이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서 글을 쓰게 된다. 마음은 그 자체로도 온전하지만 생각은 행동으로 옮겨야 진가가 드러나게 된다. 많은 생각보다는 좋은 생각이 좋고 엉클어진 생각보다는 단순한 생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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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면서 생각을 쓸까 마음을 쓸까라는 고민을 잠깐 했었다. 둘 다 비슷한 개념이지만 생각이 두뇌에 머물러 있고 마음은 가슴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생각이나 마음은 모두 두뇌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표현에서는 다르다. 가장 강한 생각의 힘이라는 표현보다는 마음의 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더 강력하게 다가오는 것은 심장이 그만큼 뜨겁기 때문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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