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도모하다.
"너의 죽음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억을 할까. 아니면 나의 살인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기억을 할까. 사람들은 기껏해야 너의 성이나 나이 혹은 성별정도로만 기억하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름과 어떤 삶을 살았는지 기억을 한단 말이지. 뭐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어차피 사람이 착하게 살았다고 해서 특별한 누군가가 더 안타까워하지도 않지. 돈이 없다면 삶의 시간도 그렇게 오래 이어지지는 않잖아. 돈 때문에 했던 너의 선택도 옳았던 것은 아니잖아.
한 남자는 말을 하고 있었고 의자에 묶여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던 여자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는 없었다. 어두컴컴한 방에서 남자는 얼마나 혼자 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목이 마른 지 냉장고로 가서 생수를 한 병 꺼내왔다. 시원한 생수를 마시면서 여자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남자는 여자가 누군지도 사실 알지 못했다. 그런데 그냥 의도하지 않게 말이 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어떻게 이곳까지 왔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지만 분명한 것은 자신이 수면상태에 놓여 있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시간을 꽤나 잘 지키는 사람이었나 봐. 11시를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강하게 드네. 이 주사기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짓을 할 것이라는 것은 직관적으로 알 수가 있네. 내 손이 내 손이 같지 않은데 그런데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은 무엇인지 모르겠네. 언제부터인가 내 정신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남자는 말을 끝내자 주사기를 들고 의자에 묶여 있는 여자의 팔로 다가갔다. 여자는 몸부림치려고 했지만 의자가 매우 단단하게 바닥에 고정이 되어 있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남자는 천천히 주사기를 혈관에 꽂고 주사액을 넣었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여자는 경련을 하며 이내 의식을 잃었다. 남자는 무감각하게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손에 있던 주사기는 마치 책상에 올려져 있었던 것처럼 놓고 밖으로 걸어 나왔다. 마치 행동에 대한 프로그램이 끝난 듯이 남자는 목적 없이 골목길을 걸어서 어딘가로 나아가고 있었다. 골목길에서 나오자 바로 바다풍광이 이어졌다. 휴가를 왔는지 이곳에 찾아온 친구들이 자신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바다를 향해 걷고 있었다. 남자는 친구들끼리 온 것처럼 보이는 일행에게 가서 말을 걸었다.
"혹시 각자도생이라고 알아요?"
"예 각자도생이요? 그냥 알아서 살아남는다는 의미 아니에요."
"그렇게 살아야 될 것 같아서요."
일행들은 남자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그렇게 말을 남긴 남자는 하염없이 모래밭을 걸었다. 야경이 잘 조성되어 있는 바다는 그렇게 위험해 보이지 않았지만 누군가에게는 위험한 날이었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그 위험요소가 자신이라는 것을 아는지 모른 채 걸을 뿐이었다.
"사람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전까지 향정신성 마약이라던가 도박중독등에 대한 해결책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는데요. 이번에 연구된 RE-211 약은 사람의 정신을 컨트롤하는 프로그램도 가능하기 때문에 뇌에서 그동안 기억했던 패턴 등을 회피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험이라던가 정부등에서 그걸 문제 삼을 수 있지 않을까."
"제가 연구한 바로는 아직까지 그런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치료 목적으로만 승인을 받았고 그 이상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그렇다면 말이야. 정부에서도 관심이 많지 않을까. 지치지 않는 슈퍼솔저 같은 거에 관심 많잖아. 혹시 유니버설 솔저라는 영화는 들어봤나?"
"아닙니다. 들어보지 못했는데요. 그런 것은 오래전부터 연구되었습니다. 모두 실패를 했다고 봐야 됩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군이나 일본군이 그걸 사용함으로 인해서 큰 문제가 발생했고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 약물들은 대부분 뇌에서 나오는 물질을 과도하게 만들어서 통증이나 피로감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작 방식이 다릅니다.
여정은 사실 그런 일들에 대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사회적인 문제보다 그 활용도가 훨씬 높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차피 뇌에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공익광고라던가 사법처리로 모두 해결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어떤 유명인은 이런 사회를 본격적인 각자도생의 사회에 도랬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 유명인은 자신의 아들이 유괴해서 돈을 받으려는 범죄자에게 희생을 당하고 나서 자신이 직접 정의를 실현하면서 큰 사회적 문제로 지금도 사례로 언급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