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Sep 22. 2024

함께하기 좋은 시간

울진에 남겨진 항일 운동의 흔적 4.13 흥부만세공원

가장 큰 것을 빼앗겼다고 하더라도 의지가 사라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그것을 되찾는다는 생각과 정신이 삼일운동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지금처럼 서울의 광장이 있었던 때가 아니어서 한 번에 전 지역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마치 들불처럼 일어났다.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울진에서도 동해안에서 가장 크게 항일 운동이 일어난 곳이 있다. 흥부장터가 있었던 곳에서 일어난 4.13 , 흥부만세운동이다.  

울진의 바닷가로 가는 입구에 자리한 곳이 흥부만세공원이다.   매화 장날에 이어 흥부 장날 4월 13일 주야 만세는 동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로 칠보산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동하다가 옥고를 치른 전병항. 남병표. 김일수. 황중석. 홍우현. 김기영. 김도생. 박양래. 김봉석. 김재수. 이상구. 등 11명의 지사들이 태극기를 치켜들고 천여 군중과 함께 부른 만세물결은 거센 파도 보다 더 높았다고 한다.  

울진을 여러 번 와봤지만 흥부만세공원은 처음 방문해 본다. 천추만대에 기리고자 만세 함성이 울려 퍼진 흥부장터 칠보산 현장에 탑과 비를 세웠다. 

하나의 목적으로 사람들이 모여서 만세를 부른 것은 최초의 자립이자 독립에 대한 의지이기도 했었다. 이곳 주민들은 해마다 4월 13일이 돌아오면 흥부만세운동을 기념하고, 1997년부터는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목숨을 바쳐 항거한 울진군민의 만세운동을 기리며 매년 흥부만세제를 지내고 있다.

국가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차피 사람의 삶은 지속되니 말이다.  십이령바지게꾼놀이는 수산물을 지게에 지고 북면 흥부장터에서 봉화 춘양장까지 12 고개를 넘나들던 보부상들의 희로애락을 말하고 있다.  

흥부만세공원이 열린 흥부장터의 이름의 유래가 궁금하기도 한다. 울진의 특산물로 동해안 최고의 맛으로 알려진 것이 울진 토염과 고포 미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소금과 미역의  길이라고도 부른다. 흥부장터에서는 그 맛이 팔렸을 것이다. 

독립정신 넋을 기리고자 1995년 8월 15일에 공원이 조성됐고, 2012년 6월에 기념탑도 세워졌으며 국가보훈부는 2003년 2월 기념공원을 현충시설로 지정했다. 

날이 좋을 때 이곳을 방문했으니 모든 것이 화창하다. 오래전에 울진과 같은 오지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오갔을 것이다.  동해안 울진에 보부상들이 매우 많았다. 농산물, 수산물 등 물산의 종류가 어느 지역 보다도 많고, 경동지괴 지형 때문에 바다와 붙어있는 산 너머로 물건을 유통시켰다고 한다.  

소식도 전하고 물건도 전해주었던 울진 보부상들이 무려 열 두 고개를 넘어 수산물, 농산물들을 봉화에 갖다 놓으면, 봉화 보부상들이 각지로 날라 행상했다.

시간이 변하고 사람도 바뀌었으며 옛날이 되어버렸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대해 갈망하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면서 세상을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던 흔적이 흥부만세공원에 남아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름다운 것의 공통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