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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26. 2024

생각과 같은 나무

당진 송산면 삼월리 회화나무와 열린 주민들의 공간 

사람을 나무에 빗대어서 생각해 본다면 몸은 대나무와 같이 바르게 만들고 정신은 회화나무와 같이 한계가 없이 가지가 멋대로 자라 뻗어나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회화나무 혹은 ‘학자수(學者樹)’로 불리며, 영어 이름도 같은 의미인 ‘스칼러 트리(scholar tree)’를 가진 나무는 사람에게 심어지는 생각의 나무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각이 만약에 대나무처럼 뻗어나간다면 고집스러운 마음이 꺾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잘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당진 송산면이라는 지역에 가면 삼월리 회화나무가 자리하고 있다. 조선 중종 때 좌의정을 지낸 이행이 중종 12년(1517년) 관직을 그만두고 송산면 삼월리에 내려와 집을 지으며 자손의 번영을 기원하기 위해 심었다는 유래를 지니고 있는 나무다.  회화나무는 여러 이유로 궁궐은 물론 서원, 문묘, 이름난 양반 마을의 지킴이 나무로 흔히 만난다.

전에는 없었던 공간이 새로 만들어졌다. 송산면주민복합문화공간에는 세미나실을 비롯하여 작은 도서관과 각기 목적으로 활용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이곳에 주민복합문화공간이 준공식을 연 것은 올해 4월이다. 

1982년엔 천연기념물 317호로 지정되며 시 최초 국가 지정 천연기념물이 되었지만 이곳까지 오는 길이 불편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주민들이 지속 노력해 회화나무 인근을 공원으로 조성하고 이날 복합문화공간도 준공됐다. 

회화나무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에 나비모양의 연노랑 꽃을 나무 가득히 피우는데 모세혈관의 강화작용을 도와 뇌출혈 예방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 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이기도 한다. 중국에서도 회화나무를 상서로운 나무로 생각했었다. 그렇게 연노랑의 꽃을 피우는 것처럼 생각의 꽃을 피우고 공감할 수 있는 생각의 말랑함을 만들기에 좋은 곳이다. 

나뭇가지를 거침없이 펼치지만 모난 데 없이 부드러우면서도 넉넉한 품을 갖춘 회화나무는 깨달은 사람의 생각과도 닮아 있다. 회화나무를 집 안에 심어 정성껏 키우면 훌륭한 선비가 나오게 되리라는 기대에서 심었다. 

회화나무 문화공원’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을 말끔하게 단장했다. 회화나무 곁에는 마을 살림살이의 중심인 주민복합문화공간이 자리 잡았다. 나무를 아끼고 노래했던 옛 선비의 살림살이 자취는 없지만 그 생각만큼은 이어가면 좋다. 

황금색의 풍경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0월 초만 되더라도 다른 풍경으로 바뀌겠지만 회화나무 특유의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나뭇가지를 펼치고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웅장하게 만들어지며 균형 잡힌 생김새를 만들어가기에 늦은 때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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