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31. 2017

태안, 매혹적인 힐링로드

아픔을 딛고 만들어진 길

2017년은 국립공원 처음 지정된 후 50주년을 맞이하는 해로 한국의 아름다운 모습을 다시 되돌아보는 뜻깊은 해이다. 태안의 해변길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곳으로 자연친화적인 관광을 할 수 있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힐링 테마길이다. 한국에 공식적으로 지정된 국립공원 22곳 중 바다와 접해 있는 해상. 해안형 공원은 네 곳으로 한려해상, 다도해 해상, 변산반도, 태안 해안공원이 있는데 서해에 자리한 공원은 변산반도와 태안 해안공원이다. 두 곳다 생태계가 우수하고 자연경관이 수려한 공통점이 있지만 아픔을 딛고 다시 모습을 찾은 태안은 더 특별하다. 

태안에 조성된 해안길은 무려 100km에 달한다. 그 모든 길을 하루 만에 돌아볼 수는 없지만 매력을 접해보기 위해 바라길, 소원길, 파도길, 솔모랫길, 노을길, 샛별길, 바람 길중 백사장항 ~ 꽃지를 이어가는 노을길의 일부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노을길은 해송이 빽빽하게 조성된 길로 종착점인 꽃지는 우리나라 3대 낙조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노을길 구간에는 시작점인 백사장항부터 천사길, 기지포탐방지원센터, 기지포 자연관찰로, 두여 전망대, 밧개 독살, 모감주나무 군락지, 꽃지 꽃다리 등의 볼거리가 있다. 개인적으로 모든 여정이 힐링될만한 길이 이어지지만 바다가 있는 삼봉해변부터 기지포해변, 안면 해변, 두여 해변, 밧개 해변, 두에기 해변, 방포 해변길의 겿이가 좋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태안해안길 첫 번째 여행지로 노을길을 추천했는지 여정을 시작하는 순간 알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푸르른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최적 트래킹 길로 조성되어 있었다. 

가는 길은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서 걷기에 무리가 없다. 노을길 해변의 종점인 꽃지는 아름다운 길의 끝이자 시작점이다. 천상의 해변길이라는 태안 노을길로 본격적으로 걸어 들어가 본다. 

좌측에는 솔숲이 있고 우측에는 해안길이 이어진다. 곰솔의 솔향기가 코 끝을 스치며 가볍게 청량감을 선사한다. 이곳에 심어져 있는 곰솔의 수가 대충 봐도 수천 그루는 되어 보인다. 곰솔 녹색길과 같이 가는 바다 푸른길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공간이 연출된다. 

역시 바다라 그런지 바닷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일부러 늦게 걸어보며 느릿느릿한 인생의 맛을 즐겨본다. 구불구불 해안으로 접했다가 다시 곰솔로 들어가기도 한다. 답답했던 가슴이 잠시 뻥 뚫린다. 

태안 해안길에 형성된 해안사구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사구로 '문화재'보호를 위해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근처까지 가서 감상할 수는 있는데 언덕에 형성된 고운 모래 언덕의 그림은 마치 자연의 화가가 그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이 갑자기 더워서 그런지 땀이 송골송골 이마에 맺힌다. 맺힌 땀을 바닷바람이 식혀준다. 피톤치드 향을 폐 속 깊숙이 넣어본다. 그리고 바닥을 쳐다본다. 해안길 곳곳에는 동보리사초 사이에 개미귀신들이 파놓은 모래함정이 눈에 뜨인다. 조그마한 공간에도 그들만의 생태계가 있다. 

유한한 인간의 생명이지만 인간들은 자신들의 흔적을 기록을 통해 이어가며 문명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의 유한한 생명보다 더 느긋하고 꾸준하게 흔적을 남긴다. 서해의 리아스식 해안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태안 해변길에는 다양한 표식이 있다. 사진에서 보는 날개형 사인이 가장 눈에 뜨이기는 하지만 지주형 사인이나 전주 부착형 사인, 수목 부착 사인, 캡형 안내사인, 바닥인지사인등이 곳곳에 있기에 가는 길을 탐방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사람들은 그 순간을 어떻게라도 담으려고 한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해변길에는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이 해당화이다. 진홍색 꽃망울을 활짝 터트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해당화는 해변 모래땅에 무리 지어 생육하는 장미과 낙엽 관목이다. 

매일매일 자연과 접하면서 그 속에 숨은 생물을 소개하고 때론 사람들과 호흡하는 자연환경해설사의 삶이 부럽게 느껴진다. 잘찾아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명주잠자리 유충,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솔방울, 사구에 핀 꽃까지 그녀의 설명으로 인해 새롭게 보여진다. 

태안에는 어떤 생명체들이 분포하고 있을까. 무려 1,067종이 분포하는 태안해안 국립공원에는 포유류 8과 11종, 조류 34와 106종, 곤충류 132와 470종, 양서류 6과 8종, 파충류 3과 7종, 담수어류 6과 16종 등 도합 189와 618종이 서식하고 해양생물은 해조류 119종, 갑각류 5종, 두족류 5종, 해양어류 44종, 플랑크톤 123종, 저서생물 153종 등이 있다.

태안해안 국립공원은 지난 1978년 10월 20일 우리나라의 13번째 국립공원이자 유일한 해안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누구나 이 곳에 오면 이 장면을 담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학습공간으로 자리매김한 태안 유류피해 역사전시관의 옥상에는 푸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태배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길게 뻗은 한반도처럼 태안 역시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은 지형을 이루고 있다. 지형 덕분에 잘 알려진 만리포해수욕장을 비롯하여 무려 25개에 이르는 해수욕장이 태안에 자리하고 있다. 

2007년 태안의 앞바다는 기름유출로 인해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다. 원래의 모습을 찾기까지 오랜 세월이 지나야 할지 가늠도 안되었던 그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와 지역주민들의 땀과 노력은 아픔을 딛고 새로운 태안으로 거듭나게 만들어 주었다. 

사고의 현장을 극복하기 위해 참여한 123만 명의 땀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당시의 아픔을 치유하고 극복하였다. 

유류피해 역사 전시관(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은 2007년 12월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를 극복했던 당시의 기억을 남기기 위해 2014년 8월 26일에 당시 사용했던 방제도구와 오염실태, 자원봉사자들의 방제 작업 사진 등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태안의 길은 바다의 고어인 '아라'에서 유래된 바라길, 원유유출 사고로 몸살을 앓은 이곳 소원길 구간, 파도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는 파도길 구간, 민불과 바닷물이 만나는 솔모랫길 구간, 석양의 아름다운 붉은 노을이 보기 좋은 노을길 구간, 삼별초가 주둔하며 훈련했다는 샛별길 구간, 썰물 때 드 넓은 갯벌이 펼쳐지는 바람길 구간까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감이 충만하는 곳이다. 

 태안은 2007년에 있었던 기름유출 사고를 딛고 다시 옛 모습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 긴 태안의 반도 길은 해안길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했다. 걷기 탐방에 걸맞은 힐링로드로 자리매김한 태안의 미래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립공원 50주년에 걸맞은 여행지 태안 해안길이 의미 있게  느껴진다. 

매거진의 이전글 보령의 맛, 돌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