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의 가을 풍경과 봉화군의 감홍사과
한국은 유럽에서 볼 수 없는 가을만의 색채가 있다. 유럽은 도시의 풍경과 역사가 있지만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가을이 되면 다양하고 아름다운 색채가 채우면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개인적으로 1년에 한 번쯤은 기다리는 경상북도만의 사과 감홍이 있기에 눈과 입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가 있다.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은 정원의 백과사전과 같은 곳으로 방문해 보기를 추천하는 곳이기도 하다.
10월에는 국립백두대간 수목원에서는 백두대간을 걷는 걷기 행사가 열렸는데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은 이달 28일과 다음 달 5일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2024 외씨버선길 봉화 함께 걷기 행사’를 열었다.
‘제2회 백두대간 가든하이킹’이 개최된다. 이번 하이킹은 가족, 연인 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베이식 코스(6㎞)와 마니아를 위한 어드밴스(17㎞) 코스로 구성되었다. 중부권의 다른 지역은 아직 이런 가을의 모습을 볼 수가 없지만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봉화군은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국립 백두대간수목원을 보고 있으면 마치 관현악을 보는 것만 같다. 기악합주 중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오페라나 발레, 가곡 등의 반주에 사용되는 관현악처럼 모든 식물과 풍경이 조화로운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다.
곳곳에 볼거리를 많이 만들어두었는데 더 많이 찾아볼수록 즐거운 풍경과 즐길거리를 상상해 볼 수가 있다.
호랑이숲까지 오가는 열차를 타고 위에까지 올라가 보기로 한다. 이곳을 걸어서 돌아본다면 3~4시간은 그냥 지나길 정도로 정말 넓은 면적을 자랑하고 있는 국가적인 정원이다.
백두산부터 지리산까지 1,400km 백두대간은 우리나라 자생식물 33%가 서식하고 있는 중요 생태축으로 백두대간의 상징 동물인 백두산호랑이, 세계 최초의 야생 식물종자 영구 저장시설인 시드볼트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은 대자연과 인간의 풍요로운 상생을 이끌고자 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연이 가진 가치를 더 많이 알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자연을 더 많이 만나고 계절의 변화를 잘 알게 된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떤 것이 더 소중한지 더 잘 알게 된다.
호랑이 숲에는 호랑이들이 살아가고 있는데 여유롭게 가을이라는 계절을 만끽하고 있는 듯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철학자와 미술가들은 자연을 사랑했다. 자신에게 그림 그리는 것과 정원 가꾸는 것을 빼고는 좋은 것이 없었다는 화가 끌로드 모네는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기 위해 본인의 정원을 가꾸었으며, 연못과 다리를 만들어 직접 수련을 심고 가꾸었다.
"나무는 언제나 내 마음을 파고드는 설교자다." - 헤르만 헤세
장 자크 루소는 노년기에 프랑스 한 농원으로 이사를 하며 식물학에 매려 되어 식물분류학자로 살아갔다.
작년보다 올해는 가을에 대한 그림이 더 다채로워졌다. 작년의 가을은 이런 풍경을 볼 수가 없었는데 백두대간 수목원을 방문했기 때문인지 더 풍성해졌다.
시간은 지나가버렸지만 가을이 만든 색은 스며들어 흔적을 남긴다. 지나온 시간이 만든 색채가 이토록 아름다운 것인지 때론 모를 때가 있다. 불투명했던 삶의 궤적이 더 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더 풍성해질 수 있듯이 풍경만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정원을 사랑했던 화가와 함께 걸어볼 수 있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정원이다. 계절은 인생이다. 때론 잘못 걸어간 발자국은 그냥 놔둔 채 다른 길로 거침없이 걸어가 본다. 그런 것들이 마음에 남아 괴로울 때가 있지만 그렇게 실수한 것도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가 된다. 수목원의 모든 것이 그렇게 채색이 되어 있듯이 말이다.
매년 문경에서 감홍사과를 구입하다가 이번에는 봉화군의 감홍을 구입해 보기로 했다.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에는 봉화군의 감홍을 구입할 수 있는 로컬장터가 운영되고 있다. 봉화사과는 해발 300m 이상 준고랭지에서 연간 2500시간에 달하는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착색기 낮은 밤기온(16℃) 등 천혜 조건에 농부의 땀과 재배 노하우가 더해져 당 함량이 높고 육질이 아삭아삭하고 야물며 저장성이 우수한 특징을 갖고 있다
봉화군의 감홍은 이렇게 맛이 좋은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제 올해의 가을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가 않았다. 사과는 역사 속에서도 수없이 등장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의 아름다움과 감성이 깃든 사과의 파리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아들 머리 위의 사과를 맞춘 빌헬름 텔, 사과 하나로 인해 과학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까지 있다. 감홍 사과만큼 풍경이 맛있는 봉화군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이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