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의 나곡해수욕장과 울진 물회, 무르익은 가을
한 해를 잘 보내고 맞이하는 가을은 유난히 풍성하게 느껴지게 된다. 사람마다 만족감을 느끼는 포인트는 다르겠지만 자신의 경제적인 여건이 여유가 있고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고 가고 싶은 곳을 갈 수 있는 그런 소소하지만 큰 자유로움이 행복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전국의 어디를 가더라도 계절분위기를 느낄 수 있지만 무더운 여름날에 유난히 쨍했던 날들이 펼쳐졌던 해수욕장도 거닐기가 더없이 좋아졌다.
울진의 나곡해수욕장은 경상북도에서 가장 북쪽에 자리한 해수욕장으로 위쪽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삼척이 나온다. 해변 길이는 약 300m이며 해변 바깥쪽에는 모래, 안쪽에는 자갈이 깔려 있고 수심이 깊지 않은 편이어서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낮에는 따뜻한 느낌이 드는 나곡해수욕장은 나곡천이 바다로 흘러들고, 낮은 산이 해안을 둘러싸고 있으며 크고 작은 갯바위가 바다와 어우러져 있어 풍경이 좋은 곳이기도 하다.
나곡해수욕장이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는 것은 함부로 애틋하게라는 드라마였다. 함부로와 애틋하게 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류스타 김우빈과 수지가 주연을 맡은 드라마는 어린 시절 가슴 아픈 악연으로 헤어졌다가 성인이 돼 재회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남녀 이야기가 내용이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곳이지만 이제는 간간히 사람들이 보이는 풍경을 보여주는 곳으로 자연적으로 생성된 암석이 가을의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계절과 상관없이 나곡해수욕장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바로 캠핑이다. 캠퍼들은 바다와 계곡 가운데 여름 캠핑지를 선택하라고 하면 7 대 3 정도로 계곡을 선호한다고 한다. 여름철 가장 큰 고역은 텐트가 뙤약볕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인데 가을에는 바다를 찾는 캠퍼들도 많아지게 된다.
동해 쪽으로 오면 물회를 내놓는 곳이 많기 때문에 적당한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면 음식점마다 특화된 물회맛을 볼 수가 있다. 물회는 개인적으로 계절을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물회의 시원함과 양념과 어우러진 회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물회에 양념장을 사용하는 곳은 많이 보았지만 된장을 사용하는 음식점은 제주도를 빼고는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다양한 양념이 어우러진 가운데 야채가 상큼함을 더해준다.
깔끔하고 시원하게 한그릇을 비우면서 바다의 맛과 가을여행의 맛을 동시에 느껴본다. 울진은 해양-내륙 식재료 모두 전국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뛰어난 건강한 먹을꺼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물회 한 그릇을 하고 나와서 보니 작고 이쁜 꽃이 물끄러니 필자를 바라보고 있다. 가을꽃들도 자세히 보아야 이쁜 것을 알 수 있는 것일까.
이제 이렇게 황금색으로 익어가는 모습은 내년이나 볼 수 있을듯 하다. 울진군도 울진 농업대전환의 일환으로 들녘특구 사업을 올해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기존 벼농사 일모작 체제의 들녘에 동절기에는 조사료(IRG)와 밀을, 하절기에는 콩과 가루쌀을 심는 이모작 재배를 추진하고 있다. 가을 지나가는 맛이라도 놓치지 않고 즐기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