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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보 (Arvo)

12월, 거울 속의 거울 그리고 쉼의 Part1 계룡의 카페

하나의 곡이 명곡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물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단풍나무 잎 하나가 만들어내는 잔상처럼 고요한 가운데 심성을 열어주는 곡 같은 것이 아닐까. 모든 것이 멈춰 있을 것 같지만 어딘가에서는 빠른 움직임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을 것 같은 선율이 생각나는 날의 음악이 거울 속의 거울이라는 아르보 페르트의 Speigel im Spiegel이다. 영화 그라피티에서도 사용되었고 한강이라는 작가가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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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르보라는 카페가 자리하고 있다. 완연한 겨울은 아니지만 어딘가에 가을이 숨겨져 있고 이제 겨울이 나오고 있는 요즘 거울 속의 거울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창으로 세상을 바라보듯이 가볍게 쉬어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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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자는 약간 다르지만 이곳 아르보는 나무그늘 혹은 나뭇가지나 덩굴로 덮인 정자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는 혼자서는 어떤 행복도 만들지 못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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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보 페트르라는 작곡가는 에스토니아 음악 최초의 12음 기법 작품인 ‘Nekrolog’(1960)를 비롯해 사운드 콜라주 기법이 쓰인 ‘B-A-C-H’(1964) 등을 작곡했지만 자신의 음악이 인간의 영혼과 감정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고 생각했고, 8년간 창작을 중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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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빵이나 음료가 아니라 어떤 감성을 느낄지가 카페를 운영하는데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슬램덩크에서 처럼 왼손은 그냥 거들듯이 먹거리는 맛있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공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곳들이 적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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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1976년 발표한 그의 새로운 음악 기법 ‘틴티나불리’는 단순한 화성과 선율로 이뤄져 있으며 묵상적이고 초월적인 느낌으로 ‘알리나를 위하여’에 처음 등장해 여러 작품에 쓰이며 그를 대표하는 스타일로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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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빠르게 바뀌어가는 요즘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를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부족한 시간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이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의미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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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영혼과 감정이 어디에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보면서 오래간만에 그의 음악을 들어본다. 시간은 하루하루 소모되면 결국 할 수 있는 말은 시간이 빠르다는 표현뿐이다. 필자는 언제부터인가 시간이 빠르다던가 한 것도 없는데 이렇게 지나갔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된다. 항상 그 시간에 무얼 할지 고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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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보라는 카페이름에서 아르보 페르트가 생각이 났고 거울 속의 거울로 이어졌다. 거울 속에는 자세히 보면 거울이 있다. 그 거울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자연 속에서의 침묵, 침묵 속에서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당신의 어린 마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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