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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꽃잎과 눈

눈이 내리는 날에 생각이 나는 사람 매죽헌 성삼문

베란다에 앉아서 창 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치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중력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떨어지는 눈은 한 장의 꽃잎처럼 천천히 하늘을 부유하듯이 내려온다. 한국인이 지금도 사용하는 한글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되고 있다. 훈민정음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세종은 자신이 아끼는 신하들에게 한글을 만들게 하였다. 그중에 성삼문은 음운 연구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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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결정은 가족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조선시대와 같은 왕정국가에서 절대권력을 가진 사람에게 대항하는 것은 후대에 충절을 지킨 사람이라고 일컬어질 수는 있을지 몰라도 삼대와 함께 자신의 부인을 비롯하여 딸까지 노비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성삼문은 신숙주와 함께 여러 번 랴오둥을 방문하여 유배되어 있던 명나라 한림학사 황찬(黃瓚)을 만나 정확한 음운(音韻)을 배워 오고, 음운과 교장(敎場)의 제도를 연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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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에 만들어졌지만 집현전은 큰 역할을 하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 집현전은 왕의 자문기관이면서 왕세자의 교육을 담당했었다. 다른 관리보다 이른 시간에 나왔으며 가장 늦게 퇴근했던 일을 했던 것이 집현전의 학자들이다. 그렇기에 왕이 자문할 일이 있으면 그들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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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일과 옳지 않은 일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후대에 세조의 왕위찬탈을 말하지만 당대에는 절대권력이었던 수양대군에게 맞선다는 자체가 의미 없는 일일수 있었다. 그렇게 단종 편에 섰던 성삼문은 거사를 했다가 실패를 했다. 성삼문의 부인 차산과 딸 효옥, 팝팽년의 아내 옥금, 유성원의 아내 미치와 딸 백대, 유응부의 아내 약비, 하위지의 아내 귀금과 딸 목금, 이개의 아내 가지, 김문기의 아내 봉비, 성삼문의 아버지 성승의 아내 미치 등은 노비로 보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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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에 참여했던 다른 사람들보다 더 참화를 당한 것은 아버지인 성승까지 참여를 했기 때문이다. 처형된 사람들의 시신은 사지가 절단되어 형장에 그대로 버려졌고 잘린 목은 효수되었으니 무덤이 있다한들 그것이 진짜인지도 모른다. 체포되기 전에 가족과 함께 자결한 유성원을 포함해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유응부, 이개를 사육신(死六臣)이라고 부른다(김문기를 포함하여 사칠신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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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승장군 부부묘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성삼문 부인묘가 남아 있다. 성삼문은 38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홍성의 옛 이름인 조선 충청도 홍주에서 태어난 성삼문은 이곳에 없지만 매화꽃을 사랑한 것처럼 그녀와 함께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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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서 그런지 더 쓸쓸해 보이는 성삼문 부인묘이지만 매죽헌 성삼문의 시 아련한 꽃잎은 눈과 같구나*애애화여설) 이 같이 해서 좋다. 매화가 창가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땅에 닿아 더럽혀지기 전의 눈을 보는 듯하다. 꽃이 사방에 피는 날이 곧 오게 될 것이다. 산이며, 길가며, 개울가에도 소박하지만 지조 있게 계절의 변화를 알리며 피어 있다.


따스한 사람은 옥과 같고

아련한 꽃잎은 눈과 같구나

서로 마주 보며 말이 없는데

달빛만 푸른 하늘 물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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