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인플루언서의 죽음 그리고 스토킹과의 묘한 만남
사람은 얼마나 탐욕스러워지고 거짓말을 하면서 스스로조차 속이는 것일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같은 것이 나오면서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거의 외모만을 가지고 자신의 생활을 그냥 올리고 때론 대놓고 광고비를 받았지만 받지 않은 척하면서 제품을 홍보한다. 그들에게 돈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기에 그들에게서 좋은 영향을 받는 의미가 있을까 싶어 거의 그들의 채널을 보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마치 자신이 누군가를 위해 콘텐츠를 올리는 것처럼 하다가 골로 간 인플루언서들이 얼마나 많은가.
한 명의 스토커가 있고 다른 한 명의 사이코패스가 있다. 죄의 경중을 따진다면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패스가 더 많은 형량을 받을 것이다. 개나 고양이를 올리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그들에게 정말 반려동물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사실 잘은 모르겠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 뿐이라고 보인다. 편의점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고 길고양이를 가여운 듯이 데려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죽이던 한소라는 SNS 인플루언서다. 돈을 위해 술집여자로 일하던 과거를 숨기고 깨끗한 척 이미지를 올린다. 그런 과거를 폭로하겠다는 여성조차 죽일 수 있는 한소라다.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구정태는 고객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들어가 남의 삶을 훔쳐보면서 살아가는데 그것이 죄라는 죄책감조차 없다. 그냥 삶의 즐거움이라고 자신을 위안하면서 살아가다가 한소라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국인들은 일을 하면 안 되는 분야라고 생각하는 직업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에서 공존하면서 살아가지만 그런 일을 하기에 겉으로 드러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접대를 하는 술집여자나 몸을 파는 여성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몸을 파는 것은 시간적인 노력을 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사람이 가진 양면성이기도 하다. 강남에서 좋은 직업을 가진 여성이 죽음을 맞이한 것과 유흥에서 일하던 여성이 죽었을 때 관심의 정도가 아예 다르다. MBC 기상캐스터의 죽음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그녀가 가진 외모와 직업의 이미지 때문이다.
사실 스토킹을 하는 구정태나 살인범에 거짓말쟁이 사이코패스 한소라 모두 범죄자다. 그리고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보기 위해 어떤 짓이라도 하는 이종학 역시 그 범주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고통을 마치 공감하는 것 같지만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자신은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상대방을 걱정해 주는 것처럼 하면서 속으로는 그 고통에 안도감을 느끼면서 심지어 좋아하기까지 한다. 누군가가 인기를 얻더라도 그 사람의 추락을 기다리는 것도 사람들이다. 어떤 잘못을 했는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누군가의 이혼도 그들에게는 즐거운 이야기일 뿐이다. 사람들이 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관심을 그렇게 가지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스스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누군가가 어떤 삶을 사는지를 궁금해할 수 있는 여유가 있을까.
이 영화에서 균형점을 가지고 바라보는 유일한 사람은 형사로 등장한 오영주다. 그녀는 사건의 본질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 그리고 한소라에게도 구정태에게도 어떤 연민이나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녀에는 둘 다 범죄자에 불과할 뿐이다. 변요한, 신혜선, 이엘 모두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배역을 소화했다.
SNS를 보고 있으면 참 쓸모없는 콘텐츠들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냥 많은 사람들의 방문을 이끌기 위해 툴을 사용해서 업체에서 맡기는 인플루언서들도 생각보다 많다. 자신의 SNS를 키우고 싶다면 그런 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딱 맞는 것이 SNS의 세계가 아닌가. 처음에 개발된 목적이 그것은 아니었지만 거짓스러운 모습으로 광고 콘텐츠를 마치 자신의 일상처럼 올리는 인플루언서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된 영화다. 그러고 보니 그런 콘텐츠 제작을 하게 만드는 것도 보는 사람들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