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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의 횡성호수길

그림 같은 물 그림자는 없었지만 세상 모든 깨끗함이 있었던 공간

요즘에 기술이 좋아져서 TV를 보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색감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어떻게 그런 색감을 내는지 콘텐츠만 좋으면 우리는 안방에서 전 세계의 모든 아름다운 풍광들을 마치 손에 잡힐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에서 보는 것만큼의 감성을 느끼지는 못한다. 겨울 동화 속의 풍경을 생각하면 겨울왕국이 자연스럽게 연상이 된다. 얼음과 흰색으로 채워진 그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정말 많은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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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필자와 함께 가볼 곳은 한우로 유명한 횡성에 자리한 횡성호의 횡성호수길이다. 2000년 횡성댐이 완공되면서 횡성호라는 인공호수가 만들어졌고 그 호수를 중심으로 총 31.5km 6개 코스의 횡성호수길이 조성되었데 망향의 동산에서 출발해 회귀하는 A 코스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호수에 비친 물그림자를 감상할 수 있는 세 곳의 전망대와 아기자기한 조형물들이 곳곳에 있어 쉬엄쉬엄 사진 찍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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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을 지나쳐갔지만 이렇게 시간을 가지고 걸어보는 것은 처음인 듯하다. 횡성호수길은 1코스 횡성댐 길(횡성대-대관대리 3.0km 약 1시간), 2코스 능선길(대관대리-횡성온천 4.0km 약 2시간), 3코스 치유길(횡성온천-화전리 1.5km 약 1시간), 4코스 사색 길(화전리-망향의 동산 7km 약 2시간 30분), 5코스 가족 길(망향의 동산 9.0km 약 3시간), 6코스 회상길(망향의 동산-횡성댐 7.0km 약 2시간 30분) 이렇게 테마별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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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한 번 눈이 오면 오랜 시간 녹지 않아서 흰 설경을 오래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도로에 눈이 녹지 않아서 최대한 안전 운전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주요 도로는 제설작업이 잘되어 있지만 안쪽에 자리한 도로들은 제설이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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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한우를 맛보는 대신에 횡성호수길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다. 겨울 속 동화 속 풍경은 이런 모습이다. 물론 무척이나 추운 날씨에 따뜻하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의외로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상당히 낮은 온도가 포근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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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면 좋은 것도 있고 좋지 않은 것도 있다. 원래 사람들이 많이 걸었던 길이 눈이 내리면 감추어진다. 그래서 얼마나 눈이 쌓였는지 모른 채 걷다 보면 신발 속으로 눈이 들어오는 경험을 해볼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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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전을 잃은 이들을 위해 그곳에 놓였던 중금삼층석탑, 화성정 등을 이곳으로 옮겨졌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이 답답해질 때 다른 풍광을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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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덮여 있어서 그런지 원래 보이던 것들이 가려지고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눈이 내려앉아 쉴만한 곳은 없지만 걷기에는 무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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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댐은 비교적 늦게 착공해서 완공된 구조물이다. 횡성읍에서부터 흐르는 남한강의 지류, 섬강을 막아 농업용수 공급과 홍수 문제를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횡성댐이 들어서 그 자리에 존재하던 다섯 개 마을이 수몰되었다는 것. 먹고 자던 집이, 매일같이 들락거리던 학교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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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은 뇌를 사용하는 동물이다. 뇌가 비교적 필요하지 않은 동물들은 친화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뇌를 사용한다는 것은 누군가보다 더 나아지기 위해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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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호수길은 처음 방문해 보았지만 아름다운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름다운 것을 많이 보는 사람과 자극적인 것을 많이 보는 사람의 뇌는 다르다고 한다. 새로운 세상의 변화를 두렵게만 여기지 말고 일을 새롭게 정의 내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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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걸어가 보기 전에는 알 수가 없듯이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횡성호수길에는 많은 조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산 20여 개를 둘러친 섬강이 횡으로 가로지르는 횡성은 원주, 양평, 홍천, 평창, 영월 등 청정지대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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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기산에서 발원한 섬강이 고을을 가로지른다고 해서 횡천(橫川)으로 불리다 천하의 자연요새[城]라는 의미를 더해 횡성(橫城)이라 불리게 됐다고 한다. 지역마다 이름이 정해지는 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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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횡성호수길에서 가을의 다채로운 풍경은 아니지만 흰색으로 뒤덮인 세상을 만나볼 수 있기에 운치가 있었다.


이 글은 강원 소셜 크리에이터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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