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남자를 제대로 보지 못한 대가치고는 비참한 최후
세발낙지를 아는가. 가늘다는 의미의 세를 사용한 세발낙지는 별미다. 큰 낙지보다 더 맛이 좋지만 사실 먹을 것이 많지가 않다. 세발낙지의 머리(원래는 몸통)는 1.5cm 정도다. 그 정도 되어도 먹기가 힘든 사람들은 한 번에 먹기가 쉽지가 않다. 그런데 탕등에 넣는 낙지는 4~5cm나 되는데 그런 낙지를 한 번에 먹는 것은 가능한지도 사실 모르겠다. 아마 죽을 각오로 먹어야 하지 않을까. 몸통이 큰 만큼 다리도 길기 때문에 그걸 한 번에 먹는다는 것은 제정신이 아니고는 쉽지 않다.
일정한 직업이나 목표 없이 살며 한량같이 지내는 남자 어떤가.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호의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 다 맞춰주는 경향이 있다. 그것뿐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많은 여자들이 그걸 자신에 대한 사랑이나 배려라고 착각을 한다. 그렇게 속고 나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꼬고 있는 것을 모른다. 2009년 21살이었던 윤 씨는 별다른 직업 없이 여자들에게 돈을 빌려 살아가던 김 씨(31세)를 만나서 연인관계로 지내게 된다.
김 씨는 이미 2008년 3월부터 여성 C 씨를 만나서 연인관계로 지내고 있었지만 이듬해에 윤 씨를 만난 것이다. 일정한 직업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여자에게서 무언가를 얻어내서 살아가는 것이 직업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윤 씨와 연인관계로 지내다가 1년쯤 후에 헤어졌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나게 된 사유는 헤어질 때쯤 인 2010년 2월 만난 B 씨와의 관계에서 다시 돈을 받아서 생활했는데 B씨나 C 씨에게 줄 돈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일푼이었던 그는 나올 돈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다시 만나면서 김 씨는 보험설계사인 자신의 고모를 통해 윤 씨 명의의 사망보험금을 가입하게 된다. 김 씨는 윤 씨에게 암보험을 들어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22살에게 암보험은 사실 쓸모가 없다. 그렇지만 암보험도 아니고 사망보험을 들었으며 윤 씨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가입서류에 자필 서명을 했다. 당연히 사망보험의 수익자는 가족이 되겠지만 김 씨는 이혼한 친어머니에게 갈지도 모른다며 윤 씨의 아버지에게 가족 중 다른 사람의 명의를 주면 그 사람 앞으로 돌리겠다고 한 다음에 그걸 이용해 자신 앞으로 수익자를 돌려놓는다. 그리고 사망보험금은 5,000만 원이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2억 원이었던 것을 속인 것이다.
그리고 술을 그렇게 잘 먹지 못하는 윤 씨를 데리고 주점에서 술을 마시며 둘이서 지는 사람이 술 먹는 게임이라는 이상한 게임을 해서 윤 씨를 취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추가로 소주와 맥주 그리고 횟집에서 낙지를 사서 모텔로 들어갔는데 두 마리는 탕탕이를 만들고 두 마리는 산채로 바닷물이 담긴 비닐봉지에 넣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갑자기 모텔 프런트에 전화가 걸려왔다. 이들이 묵고 있었던 객실에서 온 전화였는데 여자친구가 낙지를 먹고 숨을 쉬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119에다가 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여기서 정말 이상한 것은 김 씨나 윤 씨의 휴대전화가 모두 객실에 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진실성이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볼만하다.
김 씨는 7층에서 1층까지 내려와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 종업원과 함께 7층 객실로 올라게 끔 한다. 객실 입구에는 윤 씨가 쓰러져 있었고 옆에는 큰 수건(보통은 몸을 덮는 수건)과 통낙지 한 마리가 놓여 있었다. 종업원은 김 씨에게 근처에 병원이 있으니 옮기자고 했고 김 씨는 윤 씨를 둘러업고 병원 쪽으로 뛰어가면서 119 대원을 만나 병원으로 후송했다. 그리고 동시에 윤 씨의 여동생과 자기의 형에게 여자친구의 목에 낙지가 걸려 숨을 못 쉰다고 알렸다.
윤 씨는 그렇게 자가호흡을 하지 못하고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다가 사고발생 16일 만에 사망을 하게 되었다. 문제는 그 현장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경찰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김 씨의 말에만 너무 의존해서 통낙지를 먹다가 그렇게 되었다는 것만을 믿고 윤 씨의 목에 낙지의 진득한 액이 있는지도 확인하지 않았고 어떻게 호흡이 5분 이상 정지되었는지 부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냥 바로 화장을 해서 사인을 알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윤 씨의 사망 이후에 5,000만 원이 들어올지 알고 있었던 윤 씨의 아버지는 김 씨가 보험금을 수령하고 잠적을 하자 그때서야 재수사를 요구한 것이다. 윤 씨의 가정환경은 상당히 안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우선 가장 큰 실수는 경찰이 김 씨의 말만 믿고 현장보존을 비롯하여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정황증거만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김 씨는 윤 씨가 의식불명의 상태로 병원에 옮겨지고 2일이 되던 날에 보험료를 받기 위한 통장을 만들었다.
그 통장으로 사망 1주일 후에 보험금을 청구해서 돈을 받자마다 전세금을 지급하고 그동안 빌렸던 빚도 갚고 B 씨에게 승용차를 선물하면서 모든 돈을 써버렸다. 이런 정황증거를 토대로 다시 조사를 해서 기소를 했다. 1심에서는 낙지가 아니라 김 씨가 수건 등을 이용해 기도폐색을 했다고 보고 그렇게 큰 낙지는 통째로 먹을 수가 없으며 프런트에 연락한 것은 시간 끌기라고 보았던 것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이 정황증거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2심과 대법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설명을 내놓는다. 당시 낙지의 머리는 너비가 43.6~48.3㎜로 무심코 입에 넣으면 머리와 다리 모두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했으며 “윤 씨가 16일간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김 씨가 신속히 구호조치했기 때문”이라고 본 것이었다.
1심에서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은 “증거가 합리적 의심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하지 않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에서 “김 씨가 윤 씨의 코와 입을 막아 질식사시켰다는 증명 정도가 확신을 주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그의 주장이 의심스러워도 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고 보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참 사람을 그렇게 보지 못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남녀 간에 있어서 상대를 생각해 주는 척하면서 보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매우 부정적으로 본다.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보험은 상대를 생각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가장 이상한 상품이다. 상대를 생각해 주는 것은 운이나 불운을 기대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체적이면서 진실한 마음이 담긴 행위다. 그건 꾸미려야 꾸미기가 힘들다. 오래가는 것도 어렵다. 어쨌든 22살의 윤 씨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