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해미읍성에서 풍년기원을 위한 볏가릿대 행사 눕히기
사람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어떤 것을 가져야 완벽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에게는 소원이라는 것이 있다. 어떤 소원은 이루기 어려운 것도 있고 어떤 소원은 쉽게 이룰 수 있는 것들도 있다. 이제 개봉하게 될 영화 백설공주에서는 갤가돗이 매일매일 누가 이쁘냐며 거울을 괴롭히는 여왕역으로 나온다. 디즈니 판타지 뮤지컬에 서서 OST의 제목은 Waiting On A Wish이다. 한국어로 소원을 기다리며라는 의미다.
매년 초가 되면 소원을 빌면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해미읍성전통시장이 자리한 해미읍성에는 서산시 정월대보름 행사가 열렸는데 풍요와 안녕이라는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지난 2월 12일에는 지신밟기와 소원지 스끼로 볏가릿대를 세웠고 오는 2월 28일에는 눕히기 행사가 열리게 될 것이다.
볏가릿대는 ‘화간(禾竿)’이라고도 하는데 볏가릿대는 지방에 따라 다소 모양이 다르며, 산간지방에서는 가지가 많은 나무를 베어다가 크리스마스 츄리에 장식품을 매단 것처럼 여러 가지 곡식의 이삭과 목화송이를 주렁주렁 매달기도 한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누구나 소원을 빌고 이루고 싶은 것들을 빌기도 한다.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이기도 하다.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는 과정을 그리는 것을 보면 과거와 관점이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가 있다.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아침 일찍이 집안 어린애로 하여금 이 볏가릿대의 주위를 돌면서 풍년을 들게 해 달라는 말을 해가 뜰 때까지 노래로 부르게 했다는데 환상의 선율을 기대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해미읍성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볏가릿대 세우기, 지신밟기, 부럼 나눠주기, 민요·풍물 공연이 열렸는데 잔디밭에서는 소원지를 볏가릿대에 매달아 한 해 소망을 기원할 수 있었다.
이달 말이 되면 세운 볏가릿대를 눕히게 된다. 한민족(韓民族)의 고대의 생활풍습이었던 볏가릿대 행사는 한강 이북에서는 볼 수 없고 한강 이남의 호서지방·호남지방·영남지방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한다.
솟대와 볏가릿대는 그 모습이 달라 보이지만 하늘을 향해 이어 달라는 사람들의 소망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볏가릿대는 벼 + 가릿 + 대로 이루어진 말로 벼는 우리의 주식의 쌀이고 가릿은 단으로 묶은 곡식을 차곡차곡 쌓는 더미를 말하며 대는 장대를 의미한다고 한다.
서산의 볏가릿대에 대한 설명을 볼 수가 있다. 서산볏가릿대 전승 상황은 1990년도 초에 동암리를 끝으로 볏가릿대 행사가 명맥이 끊어진 것을, 해미면 농악단에서 전통민속의 계승 발전을 위해 2013년부터 매년 이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볏가릿대는 정월대보름에 세우는데 오곡 주머니와 농기를 매달고 동아줄 3개를 묶어서 지면에 고정시키며 이월초하루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고사를 지낸 후 볏가릿대를 내리고 묶었던 동아줄은 가마니에 담아 광에 두거나 태워서 밭에 뿌린다.
올해의 볏가릿대 행사는 이렇게 진행이 되었다. 3월이 되면 2월의 여러 행사들은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될 것이다.
형형색색의 화려한 영상미가 있는 것처럼 다채로운 색으로 세워진 볏가릿대는 소원을 비는 것에 의미가 있었다. 소원을 기다렸던 소녀의 모습처럼 볏가릿대를 통해 모두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