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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대 성장

성당의 동력이 사라져 가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기.

필자는 과거부터 한국이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하면서 성장한 것이 과연 득만 있을까란 물음표가 계속 머리를 떠나지 않았었다. 급속한 성장은 마치 모두가 잘살게 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문제도 적지가 않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대기업을 육성하면서 수출주도의 성장을 해왔다. 1950년대 1960년대생까지는 그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살아왔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30년 성장, 한 세대의 30년 동안의 성장, 대기업으로 육성하고 자리 잡기까지의 30년은 대한민국의 경제를 성장하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성장해 온 동력의 엔진이 식어가기 시작하고 있다.


2010년대에 대한민국의 주력기업들의 실적은 주요 대기업을 제외하고 대부분 정체가 되어 수출이 정체가 되거나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수출경쟁력이 악화가 될 것을 예상하고 내수를 성장시켜야 했지만 적정한 시기를 놓쳐버렸다. 내수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있지만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민들의 가능한 경제적인 여력은 부동산 등에 모두 묶여 있다. 매년 낮아지는 경제성장률은 2025년 들어서 2008년 같은 금융위기 상황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0%대를 바라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5월 30일 기준금리를 2.5%로 인하하였다.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가운데 경제 성장률을 0.8%로 낮춰 잡았다고 한다. 경제성장률은 어떤 의미일까. 물가보다 경제성장률이 높다는 것은 미래에 소득이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이고 괜찮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는 의미다. 물론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기회가 모두 주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특정 학벌이나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만이 좋은 직장을 가지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가상승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게 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일을 해도 돈을 모으기가 힘들어진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는데 매년 돈을 올려줄 수 있는 회사는 많지가 않다. 기존의 지출보다 더 줄이지 않으면 과거처럼 자산을 축적할 수도 없고 기회도 사라지게 된다. 자영업자는 당연히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전체인구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이미 인구구조의 변화는 일어나고 있다. 낮은 경제성장률과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게 되면 자연스럽게 GDP의 증가폭이 줄어들고 이는 가만히 있어도 국가부채비율은 커지게 된다. 국가가 예산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GDP가 많이 늘어나지 않으면 국가부채는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학생들이 의대등으로 집중하게 되는 현상은 단순히 의사가 가지는 이미지라던가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가능성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와도 좋은 직장의 일자리를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을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금융지원과 소비 촉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방법이다.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의 비율과 여력을 늘려주어야 하지만 그건 정부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소비 촉진을 위해 지원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꼭 필요한 것에 국한이 될 뿐이다. 단기 대책이 아니라 영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구조적 해법은 매우 어려운 상태다.


예를 들어 계속 성장해 가던 위스키시장도 전망이 좋지가 않다. 특히 주점등에서 판매하는 특정위스키 브랜드의 매출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즉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싱글몰트등의 매출은 어느 정도 유지하더라도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주점에서 술을 마시는 소비계층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1인가구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소비시장이 만들어질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소비트렌드와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지게 될 것이다.


0%대 성장은 가시적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사회 곳곳에서 동력이 식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매년 성장률은 전년도 대비로 계산되니까 내년에는 1%대의 성장을 볼 수 있겠지만 한국경제가 좋아진 것은 아니다. 2%대는 고사하고 1% 대만 유지하게 되어도 사실 실질성장하지 않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1980년대 초에 이미 인구가 유지되기 위한 2.1명의 출산율은 깨졌지만 정부는 하나 혹은 둘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출산정책을 고수했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나고 나서 저출산을 고민하기 시작했었다. 이미 대세는 하락으로 기울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늦게 대책을 세웠고 그 결과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다.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 인구규모가 되어야 내수시장이 있다는 말을 하는데 어느 정도는 납득이 가는 말이기도 하지만 상당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다. 물론 1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일본은 자체적으로 내수시장이 경제를 이끌어가고 있다. 그보다 인구가 적은 대한민국의 5천만의 내수시장도 경제성장에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있는 것이 아니라 돌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야 했다. 경제성장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의 달콤함을 차마 놓지 못한 정부는 부동산 부양책을 계속 써왔다. 이런 정책은 보수나 진보 둘 다 모두 사용했다.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개인의 욕망을 만족시켜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든 간에 자신의 집값만 올라가면 국가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간에 상관이 없으니 말이다.


대한민국은 미국처럼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은 나라가 아니다. 이미 대한민국의 내수를 활성화하고 자영업자를 살릴 시기는 많이 늦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경제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부양책이 아니라 공공에서 공급하는 분양과 임대의 비율을 높이는 정책을 20년을 바라보고 세웠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수출로 끝없이 성장한다면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도 경제성장률은 낮아지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은 유지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코스피가 전 세계 주요 주식시장에서 가장 낮게 오르고 있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과 무관하지가 않다. 대한민국의 겅제성장률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데 기업들의 주가가 옆으로 기어갈 일도 없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간에 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은 쉽지가 않을 것이다. 장기판에서 보자면 이미 차, 포, 마까지 빼놓고 게임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각자도생의 시대라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0%~1%대의 성장이 지속적으로 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과거의 방법으로 살면 가난하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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