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의 여름바다를 가장 핫하게 그리고 여유 있게 여행해 보기
매일 하루가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 여행을 떠나듯이 삶을 채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어떤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이 지루할 수 있지만 그 지루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만 모색이 된다면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새로움을 모색할 수 있는 시간으로 채울 수가 있다. 봄에 나들이 가고 무더운 여름에는 나이트 투어, 로컬의 맛을 보는 미식투어, 숨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는 여행을 떠나본다. 체류형 여행수요를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그 지역을 방문해야 할 이유가 계속 생겨난다.
대한민국의 산업화시대를 이끌었던 산업이 저물어가면서 지방도시마다 공동화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산업의 변화로 말미암아 다른 먹거리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다. 통영시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도시중 하나다. 경남으로 가면 항상 관문같이 여겨지는 도시가 통영이기 때문이다.
산양일주도로에 자리한 영운항은 통영 바다 멍게의 집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푸른 통영 바다는 빨간 멍게를 키워내고, 영운항의 어민들은 먹음직스러운 멍게를 전국 식탁으로 보낸다. 매년 2월부터 6월까지 딱 한 철. 신선한 통영 멍게를 맛볼 수 있는데 이맘때 통영 멍게는 말 그대로 달다.
영운항에는 멍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통영에서 요트를 타고 바다를 누빌 수 있는 다양한 배들이 정박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어민들이 바다의 꽃이라고 불리는 멍게를 키워내고 있다면 이곳에서 배를 운항하는 사람들은 통영의 풍경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타고 바다로 나간 배는 상당히 큰 배였다. 내부공간도 넉넉하고 회의실부터 거실공간과 주방공간까지 갖추어진 꽤나 괜찮은 수준의 배를 탈 수가 있었다. 보통 일반 어선도 여러 번 타봤지만 이날 승선한 요트는 바다의 변덕스러움에는 조금은 안정적인 느낌의 항해를 할 수 있는 배였다.
육지에서 바다를 조망하는 것과 바다로 나가서 바다를 보는 것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온통 바다뿐이 안 보이는 곳에서 여유로움을 느끼면서 마셔보는 한 잔의 와인도 좋고 음료수도 좋다. 요트를 타고 돌아보는 통영의 바다여행은 여유로움과 한적함이다. 물론 날씨가 다하는 것도 사실이다.
넉넉한 공간에 침대가 들어가는 방도 여러 개가 있다. 프랑스 출신 소설가 쥘 베른은 지구를 다룬 여러 소설을 썼는데 그중에 80일간의 세계일주라는 소설이 있었다. 지금은 비행기로 훨씬 짧은 시간에 세계를 돌아볼 수 있지만 여행이란 그 나라, 지역의 문화를 접하고 경험하는 데 있기에 시간의 단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통영에 대한 매력을 어떻게 알릴까를 고민하는 담당자와 여행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여행에서의 매력의 한 축은 먹는 것이기도 하다. 통영은 청정 굴의 천국으로 통한다. 길게 이어지는 해산선과 섬을 보고 깨끗한 수질과 맞물려 국내에서 손꼽히는 고품질 굴을 생산한다.
감칠맛이 강해지는 계절이 있고 감칠맛이 좋은 그런 여행도 있다. 선박제조로 전 세계에서 1, 2위를 다투는 한국조선업이지만 요트 산업만큼은 유럽이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다. 한국 역시 소득 수준이 요트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정도의 수준에 올라섰다. 통영과 같은 해양도시의 마리나 인프라 확충, 요트 쉐어링과 정부 정책 지원은 해양 레저 문화 확산에 마중물이 되어가고 있다.
어선과 달리 요트는 엔진소음이 심하지가 않아서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가끔씩 미디어에서 무동력 요트를 가지고 세계를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보기도 하는데 그런 도전정신까지는 있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여유를 즐길만한 의지는 가지고 있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바다에 펼쳐진 해변처럼 다양한 형태의 휴식공간에서 취해볼 수가 있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마저 세지가 않아서 딱 좋은 초여름의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항구에서 출발한 요트는 한산도와 추봉도 등을 돌아서 오는 여정인데 한산도와 추봉도 두 섬은 2007년 연도교 개통 이후 하나로 연결됐다. 추봉도는 한국전쟁 당시 포로가 된 공산군을 수용하던 거제포로수용소가 한계를 넘어서자 1만여 명의 포로를 격리 수용했던 곳이다.
섬이 많은 바다를 가면 좋은 것은 바다의 큰 파도가 섬에 막혀서 잔잔한 수면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동해바다만 가봐도 상당히 높은 파도로 인해 뱃멀미를 하기 십상이다.
큰 규모의 여객선과 달리 소수의 사람들만이 배를 타고 여행하는 매력은 자신만의 고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 특화도시를 지향하는 통영은 사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투어 상품도 출시가 되어 있다.
거의 흔들림이 없이 해보는 요트여행에서는 야외에서 영화를 보기에도 좋은 환경을 만들고 있다. 요즘에는 비교적 큰 스크린등으로 이동성까지 좋은 모니터가 나와서 광고등에서 본 기억이 난다. 오페라앙상블의 음악과 함께 미술작품을 보면서 도슨트의 전시해설까지 이어진다면 바다 미술관에서 여유롭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지 않을까.
음악과 미술은 예술 작품이 곁들여진 바다 노을을 보는 여행은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시간을 보낼 수가 있다. 관람시간에 제약은 없지만 보통은 오후시간부터 노을이 지는 시간까지 이어지면 체감도는 딱 좋을 듯하다.
시간이 지나자 통영의 바다너머로 해는 사라져 가고 있었다. 모든 일들은 세상을 대하는 자기 방식에 반응해서 돌아오게 된다.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반응하고 그에 맞는 답을 주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때론 바로 반응이 오지 않더라도 그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마음에 정성을 가득 품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도 보답을 받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