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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Aug 23. 2017

바람을 만드는 사람

찰나의 인생, 아련한 기억

인생의 의미를 찾아 끝없이 돌아다녔던 한 남자 네레오 코르소를 통해 인생을 되짚어보는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웨나를 의미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바람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파타고니아 초원에 살던 한 노인은 가우초다. 바람처럼 짐승과 함께 살다 간 남자 네레오 코르소의 어린 시절부터 웨나를 찾아다니며 인생의 의미를 찾아 방황하던 젊은 영혼이 가련하기도 하지만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남자가 손을 흔들자 차가운 바람이 쏟아져 나왔다. 바람이 꽃과 풀의 숨결을 하나둘 거두어들였다. 시든 꽃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모든 강물이 차갑게 얼어붙자 삼라만상이 눈으로 뒤덮여갔다. 바람이 그 생명 다한 것들을 거두어들인 세상은 다시 무위의 세계로 돌아갔다. 고원을 벗어난 바람은 안데스를 넘어 태평양으로 나아갔고, 북으로 올라간 바람은 대륙을 통과하여 극점을 향해 불어갔다. 대서양을 횡단한 바람은 유럽을 거쳐 검은 땅 아프리카로 나아갔다. 바람의 남자 웨나의 손에서 만들어진 바람은 수천수만 개로 갈라져 저마다 다른 이름으로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인생의 본질적인 의미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냥 태어났으니까 사는 것이고 남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살아갈 뿐이다. 온전히 자신만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네레오는 그냥 목적 없이 방황하는 것이 아니라 웨나를 찾는 과정 속에 인생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닫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만의 표석을 찾아 나서는 것은 삶의 허망함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던 경계에서 벗어난 네레오는 마치 자유로운 영혼처럼 세상을 흘러 다니다가 여행의 정점에서 오칸이라는 사람의 전설을 만나게 된다. 오랫동안 염원해온 일을 이루었으나 오칸은 오히려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허를 느끼게 된다. 수없이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얻어낸 성취는 얼마나 길게 갈까. 


"자신의 영혼과 교감하고 조응하는 바로 그 나무였다. 순간 오칸은 무거운 사슬에서 풀려난 영혼이 무성한 나뭇가지를 뚫고 한 마리 새처럼 비상하는 모습 보았다. 오랫동안 자신을 억눌러온 절망과 번민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p 267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큰 건조지대로 덤불로 덮여있는 파타고니아를 배경으로 그려진 소설 바람을 만드는 사람은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을 짧은 시간에 흡수한 느낌을 선사한다.  파타고니아는 내륙에서보다 연안 쪽에서 기온이 더 높으며, 서풍이 세차게 부는 파타고니아는 차고 건조한 인생의 메마름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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