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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공학도가 바라본 세종시

균형발전과 살고 싶은 계획도시로 만들어졌지만 성공하지 못한 도시

세종시는 어떤 도시인가. 특별자치시라는 이름으로 도시에 무게가 주어진 세종시는 과천에 있는 청사 대부분이 내려와 있는 행정도시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계획이 되었다. 세종시는 유럽의 도시들의 장점을 가지고 계획된 도시다. 문제는 유럽의 도시들이 오랜 역사동안 장점과 단점을 극복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단순히 유럽도시들의 장점을 가져다가 만든다고 해서 완벽한 도시를 계획할 수 없다는 의미다. 도시계획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은 도시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알 수가 없다. 고대 그리스나 그 이전에 미지의 대륙 아틀라스, 공중도시 바빌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든 도시에 대한 연구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도시는 그냥 자신이 거주공간과 상권 등만을 협소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도시계획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해 보이지만 엉성한 세종시는 정치에서도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세종시를 대상으로 스마트 도시계획을 연구했던 필자는 도시가 매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세종시가 개발되면서 수많은 상가를 공급할 때 그 상가를 분양받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말했었다. 전국에 자리한 혁신도시보다 인구규모도 있고 그나마 안착할 수는 있지만 그 정도 규모의 상가를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마치 세종시의 상가를 분양받으면 노후에 따박따박 생활비가 나올 것이라고 착각했던 사람들이 참 많았다.


세종시는 차를 끌고 다니기에 무척 불편하게 만든 도시계획을 지향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보행환경이 좋냐고 묻는다면 안전해 보이지만 재미없는 도시다. 호수공원과 같은 주요 거점녹지공간을 제외하고 세종시는 분절된 도시다. 세종시는 공무원을 제외하고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도시라는 것도 미래발전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세종시에서 살아가지 않는다. 주중에서만 일하고 주말에는 모두 서울 및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세종시는 깨끗하고 정주환경이 좋은 도시를 지향했기 때문에 대규모 공단도 자리할 수 없고 그렇다고 해서 첨단 기업을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의 도시도 아니다. 세종시의 상가는 업종이 지정이 되어 있다. 그래서 대도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행성이 있는 오락실이나 노래방, 유흥등이 들어설 수가 없다. 덕분에 깨끗한 도시미관을 유지할 수 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상가들은 입점하기가 어렵다. 여기에 주차공간은 턱없이 부족하며 차를 잠시나마 정차할 수 있는 공간은 거의 없다. 차를 이용해서 갈 수 없는 곳에 걸어서 가야 하는데 그 먼 거리를 걸어가서 돈을 쓰고 싶은 사람은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세종시는 원래 계획했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세종시는 각 도시들의 장점을 모아서 완벽해 보이는 도시를 지향했기 때문에 완벽한 모델에게 걸맞은 슈트를 만들어놓은 것과 같다. 문제는 그 슈트를 입을만한 몸매를 유지한 사람이 많지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도로망의 폭과 축은 결정되어 주변의 건물들인 사적재산권이 있기 때문에 손댈 수 있는 것들을 많지가 않다. 이미 만들어진 거대한 아파트 단지처럼 세종시는 일상생활을 하는 주거공간 이상의 역할을 하기는 힘들다.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유해시설이 아주 조금이라도 들어서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바뀌지 않을 것이고 자신의 주거공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는 변화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세종시에서 사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사람들은 가족 중에 한 명이 적당하게 돈을 벌어오면서 아이가 아동, 초등학생, 중학생정도를 데리고 있는 젊은 부부들이다. 사람들에게 삶의 주기라는 것이 있다. 물론 세상에 사람들에게 유해하거나 해로운 것이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꿈꿀 수는 있다.


역사적으로 아무리 유능한 도시계획가라고 하더라도 20~30년 만에 완벽한 도시를 계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보들은 없었다. 게다가 여기에 LH의 돈벌이, 건설회사의 돈벌이, 정치적인 이해관계가 곁들여진 세종시가 계획했던 그런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까. 도시공학도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종시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이며 다른 도시의 장점을 모아 만든 완벽해 보이는 청사진이 실제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도시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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