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던 곳에 자리한 영동 영국사(寧國寺)
새로 바꾼 차량을 타고 가면서 저장해 놓은 가야금 음악을 들으면서 방문하기에 좋은 여행지가 생각났다. 난계 박연의 고장이기도 하면서 올해에는 국악엑스포가 열리는 곳이 영동군이다. 영동군은 경북과 충북의 경계에 자리한 곳으로 조금만 옆으로 가면 충남으로 건너갈 수 있는 지리적인 위치에 자리한 곳이다. 영동에는 양산팔경이 이곳 천태산 영국사를 제1경으로 시작되고 많은 문화유적이 그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는데 그 천태산을 사랑하는 등산인들이 적지가 않다.
은행나무는 생존력이 좋은 나무다. 산불이 났을 때도 은행나무는 잘 타지도 않으며 생육에 무척이나 강하다.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었기에 1,000년이 넘는 나무들을 볼 때 은행나무가 빠지지 않는다.
중생대부터 지금까지 진화도 하지 않은 채 1목 1과 1 속 1종의 식물 분류 계통을 유지하며 멸종되지 않고 지금껏 살아남은 영국사 은행나무의 바로 옆에는 영국사가 자리하고 있다. 영동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와 더불어 우리나라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은행나무라고 한다.
은행나무 아래에서 등산로가 갈리고 영국사에서 1시간 30분 정도 오르면 정상에 도착하지만 정상에 올라갈 생각은 없었기에 영국사에서 머물러보았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 8년 원각대사가 창건하였고 그 후 효소왕이 육궁백관을 인솔하고 피난했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 문종 때 대각국사가 국청사라 한 것을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하여 이곳에서 국태민안을 기원함으로써 국난을 극복하였다 하여 영국사라 개칭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건적의 난은 1358년 당시 홍건군의 땅이 '동쪽으로는 제나라와 노나라, 서쪽으로는 진나라, 남쪽으로는 복건과 광동, 북쪽으로는 유주와 연주에 다다랐다.'라고 기록될 만큼 그 세력이 대단했었다. 그만큼 공민왕은 그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절실했을 것이다.
날은 무척이나 더운데 영국사의 분위기는 가을을 닮아 있었다. 현재 영국사에는 원각국사비(보물 제534호), 영국사 승탑(보물 제532호), 영국사 삼층석탑(보물 제533호), 망탑봉 삼층석탑(보물 제535호), 영국사 후불탱화(보물 제1397호)등이 남아 있다.
천태산 일원을 역사 테마 관광지로 만들기 위해 천태산 은행나무 옛길 조성사업, 영국사 체험시설 건립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영동군은 천태산을 비롯하여 영국사를 관광자원으로 적극적인 활용을 하고 있다.
템플스테이 체험은 사찰별로 차담, 점심 공양, 명상, 단주 만들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영국사는 영동국악체험촌과 옥계폭포 방문이 포함되는데 국악 공연도 함께 진행돼 전통문화체험의 깊이를 더해볼 수가 있다.
대도시를 떠나 기차를 타고 사찰과 자연 속으로 자신을 찾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는 여행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천태산은 충청의 설악산이라고 불리는 산이기도 한데 충남 금산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산이기도 하다.
언제 이 무더운 여름이 지나갈까. 더운데도 불구하고 건강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걸어야 한다. 7월의 휴가기간에는 어디로 가볼까.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깨울 시간이다.
영국사의 아래쪽에는 천년이 넘는 시간을 살아온 은행나무가 보인다. 아래쪽에 넉넉한 공간에는 자신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거대한 은행나무를 다시 바라본다.
천태산은 멀지 않은 곳이었지만 처음 마주하는 곳이었다. 생경한 볼거리를 볼 때마다 생경한 감각이 스며든다. 언제나 늘 같은 온도로 살아갔으면 좋겠지만 이렇게 무더운 여름이 있었기에 영국사의 은행나무는 노랗게 물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