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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과 결혼식의 공통점

화려해 보이는 허상과 이벤트 뒤에 남겨진 의미 없는 결과물의 후폭풍

올림픽과 결혼식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전혀 다른 것들에서 새로운 연결점을 찾아내는 것이 글을 쓰는 사람의 일이기도 하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어준 올림픽은 1988년에 열린 서울올림픽이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은 사실 전두환의 이미지를 세탁해 주기 위한 국제적인 행사의 일환이었다. 대한민국은 서울올림픽이 아니었어도 당시에 급속한 경제성장률을 통한 발돋움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전두환정권이 명분이 없었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다.


당시 성남을 비롯하여 여러 곳에 강제로 이주당한 사람들의 수가 7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을 이주시킨 이유는 국제적인 행사에 그지 같은 한국인들의 모습이 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급속한 도시화로 서울로 몰려든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이 되었지만 돈 없는 그들이 머물 곳은 많지가 않았기에 판자촌에 살았던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모두 싹 다 철거하는 것은 국가적인 목표가 되었다. 그렇게 경제적인 여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살았던 성남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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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해 보니 최근에 올림픽이 있었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2024년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이 연상되었다. 아~ 열리긴 했구나. 그렇지만 한국이 몇 위를 했는지 누가 거기서 뛰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1세기 들어서 열린 올림픽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본 국가가 하나도 없다. 투자된 돈 대비해서 경제적인 효과는 미미했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경기장등의 공공시설물은 흉물로 남아 개최도시를 파산상태에 이르게 했다. 이미 학습된 효과로 인해 올림픽을 개최하는 후보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유래 없이 2024년 파리로 개최도시를 지정하면서 당시 경쟁했던 유일한 도시 로스엔젤리스를 2028년 개최지로 IOC는 선택했다.


올림픽은 단 2주 만의 화려함을 위해 의미가 없어 보이는 곳에 돈을 퍼붓는 국제행사라면 결혼식은 단 하루만의 화려함을 위해 의미 없는 곳에 돈을 퍼붓는 개인적인 의례이기도 하다. 일부 도시는 두 번 정도 다시 개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는 한 번 정도 개최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개최도시라는 화려함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는 하지만 온갖 채널과 볼거리가 넘치는 요즘 모두가 모여 앉아 올림픽을 보는 사람도 드물다. 결혼식 역시 그들만의 리그다. 사실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이 없다. 자신에게 왔던 사람이면 가야 하니 그날 방문할 뿐이다. 의미 없어 보이지만 개인적으로 화려한 하루를 위해 지출하는 스드메를 보고 있으면 IOC가 개최국가에게 판매하는 방송송출권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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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국제적으로 특정국가의 도시가 건재함을 알리고 우리 이렇게 잘살아요라고 알리는 행사라면 결혼식은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내가 이 정도 돈을 들여서 결혼하니 보러 와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이벤트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는 올림픽은 인권, 인류평화, 화합등 좋은 말은 다 가져다 붙이고 실상은 돈낭비를 그럴듯하게 하면서 이면에는 경제유발효과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결혼식은 좋은 인연, 가정, 안정됨 등을 가져 다붙이면서 이면에는 전혀 생산적이지 않은 곳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나는 매우 큰 규모의 행사이고 다른 하나는 개인적으로 큰 규모의 행사라는 공통점과 두 번 겪기 힘든 이벤트로 포장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전혀 다른 곳에서 돈을 번다는 것이다. IOC는 방송송출권과 광고독점을 통해 큰돈을 벌지만 모든 리스크는 해당국가의 도시에게 지운다. 결혼식은 스드메스튜디오를 비롯하여 결혼식장에 큰돈을 지불하게 만들고 리스크는 두 사람에게 남겨진다. 올림픽 때 건설된 수많은 공공시설물 상당수는 대회가 끝나면 쓸데가 없어서 돈 먹는 애물단지가 되듯이 결혼식이 끝나면 말도 안 되는 품질의 음식가격과 스드메로 인해 화려한 모습은 사진상으로만 남는데 사실 그걸 찾아보는 사람도 없다. 그날을 기억해 주는 사람조차 없으니 왜 그랬나 싶은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모든 사람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있다.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살아서 그렇지 언젠가 한 번은 주인공이 될 거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그것이 이벤트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주인공이 되고 싶으면 아주 좋은 노래방을 빌려서 주인공은 나야나를 외치면 어떨까. 올림픽은 앞으로도 꾸준한 하향세를 겪게 될 것이고 결혼식 역시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그 거품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단 2주일의 이벤트와 단 하루의 이벤트를 위해 쏟아붓고 난 다음에 남겨진 쓸모없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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