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시에서 열린 전시전 '먹빛으로 흐르는 시간'
문득 밤 12시쯤이 되었을 때 세계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런던은 오후 3시 55분, 한국은 오후 11시 56분, 뉴욕은 오전 10시 56분이었다. 시간은 균등하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제각각이다. 빅뱅 우주론에 따르면 현재 우주에서 흐른 시간이 약 138억 년으로 보고 있다. 시간은 과연 정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질량이나 길이는 물리량이 정확하지만 시간은 과연 그런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올해 9월은 해미읍성 축제가 열린다. 보통 추석기간을 제외하고 축제를 여는 것은 그만큼 추석기간에는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것과 동시에 긴 연휴기간에는 조용한 것도 특징이다.
먹은 오래전부터 그림을 그릴 때 사용하던 재료였다. 이번 전시는 어떤 관점에서 고전을 통해 천년을 넘어 이어져 온 정신적 가치를 되새기고 예술에서 얻어지는 치유와 문화적 소통의 예술로 기능함을 알 수 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림을 그리는 대상은 어떤 순간에 시간이 멈춰있게 된다. 한지와 수묵 그리고 다양한 캔버스를 바탕으로 고요의 순간들을 만나볼 수가 있다. 수묵화의 보편적인 방식뿐만이 아니라 자유롭고 감각적인 표현과 시선이 있었다.
자연의 풍광을 담백한 먹빛과 색채로 담아 따뜻하고 잔잔한 아름다움을 붓끝으로 표현한 것을 볼 수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쳐간 것들에서 만나는 아득한 풍경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주위를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올해는 폭우도 있었고 폭염도 있었다. 자연의 변화에 속수무책이 되기도 한 것이 인간이다.
먹빛은 조선 선비들의 삶과 정신을 담기도 했었다. 이들의 그림은 시대를 관통하는 묵빛의 고요함을 묵묵히 보여주며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울림을 느껴볼 수가 있다.
요즘 야외를 돌아다녀보면 초록이 조금씩 다른 색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시시각각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요즈음 전시전을 감상하기에 좋은 때이기도 하다.
회화, 한국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통해 색다른 관점을 느껴볼 수 있는 먹빛은 앞으로도 색다른 예술 영역으로 자리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먹빛이기는 하지만 다른 색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른 색채가 스며들어 있는 풍경을 조용히 감상해 본다.
높은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완연한 가을, 야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기 좋은 계절에 서산시에서 전시전도 만나보고 해미읍성까지 방문해 보아도 좋다.
소로야라는 화가는 예술가로서 정원에서 영감을 얻고, 내면에 간직한 감동적인 풍경을 정원에 옮겨놓고자 했었다. 자신만의 정원을 찾아보고 담아두기에 좋은 계절이다. 먹빛으로 흐르는 시간은 혼자만의 사색과 고요히 흐르는 물과 꽃등과 가을에 만날 수 있는 평화로운 장면이 있어서 관람객들에게 마음에 쉼을 전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