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사로잡힌 여자
몸은 과거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지만 정신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꿀 수 없는 과거에 연연하고 프레임에 갇혀 산다. 그런 사람들은 균형적인 생각을 하기 힘들기에 상처받고 의미 없는 것에 집착하기 쉽게 된다. 부산 장산에 출몰한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영화 장산범은 실종된 아들을 잃어버리고 가족 해체 전의 불안한 상황에 놓인 가족의 이야기와 미스터리함을 엮어서 그렸다.
5년째 실종된 아들을 잊지 못하는 희연과 그런 그녀를 힘들어하는 남편 민호와 치매에 걸린 민호의 어머니는 함께 조용한 시골마을 장산으로 이사를 간다. 어머니의 고향이라는 장산이라는 곳으로 가면 치매가 호전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곳으로 떠난 것이다.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희연이 모시는 이유는 단 한 가지뿐이다. 자신의 아들이 실종될 때 같이 있었기에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다.
공포영화가 그렇듯이 장산에는 기묘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조금 분위기가 이상한 마을 사람들과 유난히 실종된 사람들이 많다는 장산은 조용하지만 섬뜩한 기운이 휘감고 있다. 그곳을 가자마자 희연과 민호는 지저분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를 만난다. 어려 보이는 소녀가 그곳에 혼자 있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지만 이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희연은 그 소녀를 받아들인다.
그녀의 감정이나 정신상태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과거에 집착하고 연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딸과 똑같은 '준희'라고 말하고 실제 딸같이 변하는 모습에서 안도감과 연민 혹은 애착의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장산범에서 이상한 요기의 정체는 바로 본인에게서 시작이 된다. 정신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건드리면서 접근해 온다. 그 요기에 휩싸이면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시력이다. 그다음으로는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서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 버린다.
민호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하지만 희연은 그럴 수가 없다. 그런 그녀에게 나타난 이상한 소녀는 그녀의 가슴속을 파고 들어오며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게 만든다. 소녀 준희는 연약해 보이지만 절대 연약하지 않다. 사람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그 부분을 흔들어 버리고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사악한 존재다.
시각을 잃어버리고 사물을 분간할 수 없게 될 때 가장 친근한 사람의 목소리로 유혹한다. 청각은 정상이 아니게 되고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누구를 믿어야 할지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그때 내미는 사악한 손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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