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봉화군의 닭실마을과 석천계곡
주변 사람들에게 봉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잘 모를 때가 있다. 그래도 경상북도 사람들은 봉화에 대해서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서쪽으로 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봉화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봉화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 목소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열심히 설명하기도 한다. 물론 글로도 접하면 어렴풋하게 봉화가 어디인지는 알게 될 것이다.
봉화군에는 충재 권벌선생의 관계유적지이기도 한 닭실 마을이 있다. 권벌(權橃, 1478년(성종 9) 11월 6일 ~ 1548년(명종 3) 3월 26일)은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본관은 안동(安東), 자(字)는 중허(仲虛), 호(號)는 충재(冲齋) 또는 훤정(萱亭), 송정(松亭)이다. 양재역 벽서사건에 연루, 유배되었는데 처음에는 구례로 유배되었다가 얼마 뒤 태천으로 바뀌었으며 다시 삭주로 이배(移配)되어, 이듬해 배소에서 죽었다.
봉화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13개의 기차역이 있으며 대부분 두메산골 역으로 감성과 사연의 깊이가 남다른 곳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좋지만 이날은 가을에 무르익어가는 벼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이었다. 봉화군은 높은 하늘 아래 조용히 내려앉은 산의 능선이 있고 병풍처럼 둘러친 기암괴석이 있다.
봉화군에는 다양한 간이역이 있지만 간이역을 돌아보는 것도 좋고 이렇게 가을에도 걸어보기에 좋은 계곡길로 이어가 보는 것도 괜찮다. 봉화 산골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삶이 있었기에 더 따스하게 다가오는 풍경이 있어서 좋다.
봉화군은 풍부한 수량과 울창한 숲이 있고 어디로든 접근하기가 쉽도록 포장도 잘되어 있다. 닭실마을에서 이어지는 석천계곡은 자연 모습이 그대로 보존돼 있어 좋다. 아름다운 물길을 따라 걸으며 옛 선비들이 자연을 벗 삼아 학문과 인생을 논하던 정자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태백산(1,567m)에서 발원한 물이 응방산과 옥적봉을 지나 유곡리에 이르러 발달한 계곡이 석천계곡이다. 계곡에는 조선 중기 문신인 충재 권벌이 1526년(중종 21)에 지은 청암정이 있고 권벌의 종손인 청암 권동보가 유명한 봉화 중곰솔(춘양목)로 지은 석천정사가 있다.
마을 이름이 닭실인 것은 동쪽의 옥적봉이 수탉을 닮고, 서쪽의 백운령이 암탉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석천계곡은 내린 폭우로 인해 한동안 접근할 수가 없었다. 오지 마을의 소박한 가을 풍경도 좋고 거침없이 흘러서 내려가는 냇가의 물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봉화군의 벼슬을 멀리하는 것으로 사화를 피한 광산 김 씨의 종택이 쌍벽당이라면, 안동 권 씨 문중의 청암정은 우찬성 자리까지 오른 권벌이야기가 있는 곳이다. 지금 닭실마을의 청암정은 보수 중이어서 내년 초까지 들어가 볼 수가 없다.
기묘사화로 파직당해 낙향한 권벌은 거북처럼 생긴 너럭바위 위에다 정자를 지어 올리고 구암정사(龜巖精舍) 현판을 걸고 후학들을 길렀다.
석천계곡의 물길 옆으로 울창한 솔숲과 시냇물, 수석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경관이 운치가 좋다. 석천계곡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한 대자연의 이야기가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