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캄보디아의 어두운 유혹 - 돈의 냄새가 피로 바뀔 때
캄보디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은 갑자기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건 이미 오래전부터 예고된 비극이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한 달에 천만 원 버는 법’이라는 광고가 끊임없이 올라왔고 지금도 올라오고 있다. 이국적인 배경 속에 등장하는 젊은 여성의 미소, 고급 차, 풀빌라의 수영장. 하지만 그 화려함의 뒤에는,
신뢰가 사라진 세계의 잔혹한 냄새가 숨어 있었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그 ‘이상한 광고들’을 지켜보았다. 한국어로 쓰였지만 어딘가 부자연스러웠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 뒤에는 ‘너는 지금 실패자’라는 협박이 깔려 있었다. 사람들은 그 메시지에 쉽게 끌렸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청년들에게 그건 마지막 로또처럼 보였으니까. “캄보디아에 오면, 당신의 인생이 바뀝니다.” 그 말은 결국, “당신의 인생이 끝날지도 모릅니다.”라는 말을 숨겨두고 있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일수록 범죄의 토양은 잘 자란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합법이 아닌 영역에서 돈이 돌기 시작하면, 그 돈의 냄새는 사람의 윤리마저 무디게 만든다. 사람들은 처음엔 ‘작은 일’로 시작한다.
“그냥 전화만 하면 돼요.”
“문자만 보내면 됩니다.”
하지만 그 전화와 문자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파괴할 수도 있다는 걸 그들은 너무 늦게 깨닫는다.
한국에서 ‘캄보디아’는 여행지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위험한 국가가 되어버렸다. 지금의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범죄 네트워크의 중심지가 되어가고 있다. 정부의 통제는 약하고, 돈의 흐름은 불투명하다.
그 틈에서 ‘신뢰’는 사라지고 ‘속임수’가 자란다. 우리가 SNS에서 마주치는 화려한 삶의 이미지들은
실제로는 그 범죄의 부산물일 수 있다. ‘좋아요’ 하나, ‘팔로우’ 하나가 누군가의 절망 위에 세워진 허상일지도 모른다.
신뢰가 사라진 시대의 생존 방식으로 볼 때 한때 돈은 신뢰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오히려 불신의 결과물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는가’를 묻지 않는다. ‘어떻게 속이지 않을까’만을 고민한다. 캄보디아의 사건은 그래서 단순한 살인이 아니다. 그건 ‘신뢰의 붕괴’가 만든 사회적 자화상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잃은 청년, 빚에 쫓긴 가장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어디선가에서는 그 씨앗을 품고 막다른 선책을 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달콤한 말을 던지는 사기꾼들. 모두가 같은 구조 속에 갇혀 있다.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사는가 이 사건을 마주하며, 필자는 오래된 질문 하나에 멈췄다.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돈을 믿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SNS의 숫자, 계좌의 잔고, 그리고 ‘금’이라는 물질적 상징에 의지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끈이 끊어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비극은 그 신뢰의 단절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누군가는 목숨을 잃고, 누군가는 여전히 거짓된 성공을 팔며 웃는다.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믿음 없이 번 돈은, 과연 행복을 살 수 있을까?”
가난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믿음이 사라진 세상’이다.
캄보디아에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유혹에 쉽게 빠졌던 것도 청년층에게 미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좋은 직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들은 이미 사람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다. 네이버 같은 회사에서 초보개발자나 초보 DBA는 이제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웬만한 코딩은 챗GPT 같은 프로그램으로 하면 다 할 수가 있다. 캄보디아가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재재가 미약한 어떤 국가에서도 이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