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장맛

사람과 장맛이 좋은 논산의 통통마을

한국의 모든 음식의 기본이 되는 것이 바로 장이다. 메주를 만들고 간장을 뽑아내고 된장을 만들고 고추장까지 만들어내면 모든 음식의 기초가 준비가 된 것이다. ‘맛의 방주’ 프로젝트는 보존 가치가 있는 지역 식문화와 재료를 발굴·보존하는 글로벌 캠페인으로, 국내에서는 2013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와 산업화로 지역 고유 식문화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장맛을 잘 지키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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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머물고 여행 가기에 좋은 계절 논산으로 떠난다면 자연스럽게 대둔산도립공원이 연상이 된다. 대둔산도립공원으로 가기 전에 작은 마을이지만 장맛으로 마을의 맛을 지키고 있는 논산 통통마을이 자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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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통통마을의 정확한 명칭은 도산2리 통통 어울림 마을이다. 마을마다 집집마다 이름이 쓰여 있다. 대둔산으로 가는 길목이라면 잠시 멈추어 서서 돌아다녀보기에 좋은 곳이다. 물레방아가 돌고 있을 때는 옛 소설을 연상하면서 있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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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물레방아의 쓰임이 그냥 풍경 속의 하나로 자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본래의 쓰임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 물의 낙차로 인해 만들어진 힘으로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곡식을 빻아내던 시기가 있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일상이 이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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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레방아의 바퀴가 돌고 돌면서 계절도 바뀌고 이 마을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얼굴도 바뀌어갔다. 매번 똑같아 보이지만 이곳을 흘러가는 물은 위에서 내려오는 새물로 채워지고 매일의 햇살과 바람이 다르고 하루하루를 바뀌어가는 삶의 동심원과 같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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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반복하는 것 같은 삶을 살면서 새로운 기회를 생각해 본다. 같은 풍경이지만 다르게 보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간다. 논산 도산2리 통통마을의 장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물맛이 기본이 되었을 것이다. 장맛도 역시 물이 좋아야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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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을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어서 계절의 변화를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때로는 홀로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수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필자의 글을 읽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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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마을의 아기자기한 솟대도 이곳에 놓여서 마을의 정체성을 알려주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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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큰 발명품은 바퀴다. 지금까지 바퀴만큼 인간의 문명을 바꾼 것은 없다. 물레방아도 바퀴와 똑같은 방식으로 돌아간다. 돌아서 다시 그 자리로 올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내면서 우리는 모든 어려운 것도 해결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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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통통마을에서는 장을 띄웠을까. 장맛이 좋은 통통마을에서는 메주를 매달아 놓은 것을 어디선가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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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담벼락으로 가을에 피어나는 꽃을 볼 수가 있었다. 최치원은 신라의 골품제도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접시꽃에 빗대 표현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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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둔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맑은 물에서 서식하는 피라미는 색깔이 아름답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었어도 자신이 가진 능력만큼 사는 것은 많은 우연과 행운이 겹쳐야 가능하다. 가락진 멋과 싱싱한 아름다움으로 채워지는 세상을 생각하면서 매일 돌아가는 물레방아처럼 살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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