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리듬이 들려오는 듯한 울산 성끝 벽화마을과 슬도
일상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이 상당한 제약을 받고 나서야 체감이 된다. 항상 누리던 것들을 제대로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닥쳐보고 나서야 알 수가 있다. 최근에 필자는 그런 것들을 느끼면서 삶에 선물처럼 주어지는 좋은 것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된다. 젊을 때는 젊음이, 건강할 때는 건강이, 곁에 있기에 몰랐던 사람이 가볍게 여겨지기도 한다. 풍경이 사라지기 전에 만나는 것도 그렇다.
울산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기에 좋은 곳으로 방어진항과 슬도, 성끝마을이 자리한 곳이다. 방어진항에 머무르면서 식사를 하고 혹은 마을을 둘러보고 난 다음에 방어진항에서 회를 먹어도 좋다. 방어를 비롯해 갈치, 삼치, 멸치 등 다양한 어종이 잡히고, 인근 수산시장과 회센터에서 싱싱한 수산물을 구매해 바로 맛볼 수 있다. 이름이 방어진항이니 방어를 먹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방어진항은 관광자원 활성화를 위해 북방파제 벽화 및 바닥 디자인과 주차장 등을 조성하고, 마을 박물관인 방어진 박물관을 개관하였다. 아직 방어진 박물관은 방문해보지는 못했다.
방어진항에서 위쪽으로 조성이 되어 있는 성끝벽화마을은 좁은 골목을 두고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다. 작은 마을로 마을 담장이 파스텔 톤으로 색칠되고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전체적으로 화사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특징이다.
주민들이 자신의 집 담장을 벽화마을 조성에 기꺼이 내어 주며 힘을 합친 결과, 울산의 상징인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벽화들이 마을 곳곳을 채색하고 있으며 마을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슬도 앞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도 있고 봄이면 노란 유채꽃을 볼 수가 있다.
요즘에는 무언가를 사서 보여주는 사치가 아니라 경험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다른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한다.
울산을 먼발치에서만 본 사람들은 울산을 공업도시의 이미지로 생각하지만 자연경관이 수려한 해안과 광활한 도시공원을 품고 있는 도시로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파도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슬도로 등대를 걸어보면서 바다의 시원함을 온몸으로 만끽해 볼 수가 있다.
울산 동구 방어동에 위치한 슬도는 바다 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는 섬으로 바람이 불면 파도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멀리서 울리는 뱃고동 소리가 들려온다. 언제든지 찾아와도 그렇게 붐비지가 않아서 조용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독특한 풍경 속에서 자신만의 사진을 남겨볼 수가 있다.
필자의 몸을 이루고 있는 것부터 슬도를 발로 디디면서 걸어볼 수 있는 이 공간 그리고 바다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빅뱅처럼 한 점에서 시작했다는 사실이 때론 놀랍기까지 하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자신이 가진 시간 중에 가장 중요한 시간은 현재가 주는 시간이다. 파도가 부딪치는 바위, 방파제, 몽글몽글한 몽돌등의 사이로 흘러가는 물이 만드는 소리가 계절이 달라진다고 해서 많은 바뀌지는 않겠지만 어딘가에서는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을까.
슬도에는 2024년에 복합문화예술고안 슬도아트를 개관하고 이곳에서 다양한 예술전시전과 예술제등을 열고 있다. 면적 678.51㎡ 규모로 어린이체험관, 전시관, 야외공연장 및 옥상 버스킹 공연장 등을 갖추었다.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대부분의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라진다. 자신을 모함해 내가 사랑하는 것들도 모두 사라지는 것은 사라지지만 지나간 후에 후회를 남기는 것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해보는 것이 좋다. 지금이라도 11월의 시간을 만끽해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나 스스로를 되돌아보면 어떨까.